“한약 처방 두고 약사단체와 논의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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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처방 두고 약사단체와 논의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
  • 승인 2012.11.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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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정 기자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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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한의사회 첩약 토론회, “김정곤 회장 사퇴” 강력 촉구

현 한의협 집행부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이어진 서울시한의사회 주최 현안토론회장.
한의계 내부 의견수렴 없이 첩약 건보 시범사업 실시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촉발된 한의사 평회원과 현 대한한의사협회 제40대 집행부와의 갈등이 한의협 사업 전반에 대한 평회원들의 강력한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한의사회(회장 김영권)는 11월 4일 오후 2시 서울 강남 소재 교보타워 23층 회의실에서 ‘첩약 건보 시범실시 등 현안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오후 2시부터 시작되었지만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이어졌으며, 전국 각 지역에서 몰려든 한의사 평회원들은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한의협의 실책을 집중 추궁하고, 김정곤 회장 및 현 집행부 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한한의사협회 측 대표로 김정곤 회장, 최문석 부회장, 김경호 보험이사가 참석했으며, 평회원 대표로 국승표 원장, 최인호 원장, 박령준 원장 등이 패널로 참석했지만, 패널과 방청석 구분 없이 난상토론으로 진행되었다.

토론회에 앞서 김정곤 회장은 “그동안 집행부가 평회원과의 다양한 소통을 하지 못하고 온오프라인상 이사들의 일부 언행이 부적절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사과드린다”고 말한 후 “첩약 보험급여 시범사업은 현재 1년에 2천억씩 3년간 예산 배정된 것 이외에 아무것도 결정된 사항이 없고, 앞으로 진행되는 복지부 와이즈맨 커뮤니티위원회(직능 간 충돌 시 조정하는 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라고 현재의 진행상황을 보고했다.

이에 국승표 원장은 “진료에 매진해야 할 평회원들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자체가 참담한 현실”이라고 전제 한 후 “회원들이 이렇게 분노한 이유가 단순히 이번 첩약 보험급여 문제 건만이 아니고, IMS사건, 뜸, 삼복첩, 천연물신약, 첩약 시범사업까지 40대 집행부의 수많은 실책이 쌓여서 최근의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첩약 시범사업 실시와 관련해 내부적인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승렬 원장은 “65세 이상 노인 첩약 법안 발의 내용은 본인이 직접 확인한 결과, 평회원들은 물론 협회 임원들도 몰랐다고 한다. 절차상 중앙이사회 논의 후 전국이사회를 거쳐 대의원총회 결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법안 발의 전 중앙이사회와 전국이사회에서 논의한 적이 있는지, 그리고 논의된 기록이 있는지, 전 회원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적이 있는지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정곤 회장은 “중앙이사회와 전국이사회에서 공식적인 안건으로 논의된 적은 없다. 65세 이상 노인 첩약 선택적 급여는 2010년 4월 공약사항으로, 협회에서 지부뿐 아니라 국회나 복지부 등에 접촉할 때 한의학 현안 자료에 항상 포함돼 있었다”고 답했다.
현재 대부분의 한의사 평회원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12월 3일까지 이 사안을 끌고 가겠다는 한의협의 입장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국승표 원장은 “이번 시범사업에 대해 이미 94개 단체가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반대는 이미 명확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달 후 투표하겠는 것은 시간 끌기 아닌가? 그래서 물리적으로 시간을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협회장 불신임을 걸고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김정곤 회장은 “투표 날짜를 앞당기는 문제는 혼자 결정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지부장협의회와 논의 후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김정곤 회장, “한 달간 여론 수렴 후 거취 결정하겠다”
평회원, “반대여론 이미 팽배한데, 왜 시간 끌기 하나?”

박령준 원장도 “대의원총회와 협회 보험팀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대다수의 회원들이 반대하고 있는데, 협회장 단독으로 이끌고 가는 이유”에 대해 묻자, 김정곤 회장은 “한의계가 합의하지 않으면 전면 재검토한다는 복지부의 공문을 이미 받았고, 한의계가 찬성하지 않으면 시행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건정심에서 약사와의 합의를 전제로 하는 것에 대해 판을 깨지 않았다는 질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만약에 거기서 판을 깬다면 이번 같은 기회는 다시는 없을 것 같아서 보험팀을 설득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와이즈맨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하고, 약사의 주장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위해를 끼치는지 우리가 설득력 있게 주장하면 우리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박승준 원장은 “내일 당장이라도 언론을 통해 첩약의보 시범사업 실시는 찬성했지만, 한조시약사와 한약사가 참여하는 순간 엎겠다는 기사를 낼 수 있나? 또한 약사회는 의약분업을 들고 나오고 있고, 투표까지 한 달의 시간동안 약사회는 의약분업을 계속 이슈화시킬 것인데, 이러한 예상은 하고 있었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정곤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만, 그렇지 않은 회원들의 생각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전체 회원 의견수렴 후 언론발표는 가능하다”고 밝히고, “지금 이 문제와 의약분업은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박령준 원장이 “건정심 의결 전 첩약 보험사업에 한조시약사와 한약사가 참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없었는지” 질의하자, 김정곤 회장은 “약사 한약사와 같이 사업을 한다고 동의한 적은 없다. 건정심 소위 전에 그 쪽 단체는 당연히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약사 한약사 참여를 요구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대의원총회 결의 사항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최인호 원장은 “대의원총회 의장단이 이번 첩약 건보 건정심 의결에 대해 대총 결의를 받지 않고 일을 진행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김정곤 회장은 “지금 이 시간에도 복지부의 와이즈맨 커뮤니티를 진행시켰다든지 복지부와 이 사업을 추진한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대의원총회 결의 위반사항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대의원총회 의장단은 지난 10월 30일, “한의사협회가 “한·양의 의료일원화, 한의 의약분업, 첩약 건강보험 등 중차대한 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반드시 대의원총회의 결의를 얻은 후 집행할 것”을 9월 2일 임총에서 결의한 바 있어, 금번 첩약 건보에 대한 건정심 의결은 대의원총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추진하였으므로 대의원총회 결의사항 위반이니 즉시 사업추진을 중지하고, 임시대의원총회 소집요구권자(회장, 이사회의 결의, 재적대의원 1/3 이상의 요구)들의 발의로 임총소집을 의장단에 요구해 첩약의보 등 현안에 대하여 토론과 결의를 거친 후 추진여부를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는 의장단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명예회장들도 이번 첩약 건보 시범사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먼저 최환영 명예회장은 “약사는 영원히 한약을 취급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기형적으로 태어난 게 한약조제약사였다. 이들은 한약에 관한 전문가가 아니다. 이번 첩약 시범사업은 의료보험이지 약국보험이 아니다. 100개 처방 협상테이블 운운하는데, 논의대상이 안되는 것이다. 100 처방 논의되는 순간 의약분업 간다는 뜻이다. 협회는 이 부분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현수 명예회장도 “천연물신약 사태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갑자기 첩약 건보 논쟁으로 천연물신약 문제는 뒷전으로 물렸다. 한의계에서 첩약 시범사업 2천억 원이 큰가? 천연물신약이 큰가? 현 상황을 지켜보자니 소위 물타기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하고, “한국의 제약회사 50%가 구조조정 과정에 있다. 그들의 생존침범 대상이 바로 한약이다. 한의사는 수천년 동안 약을 모르면 환자를 볼 수 없다. 왜 양방 놀음에 놀아나는가. 한약사와 한조시약사가 포함된다는 한 마디만 있어도 2천억 포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혼란스러움을 잘 수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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