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03년 캠페인 한의학교육 바로 세우자⑥ 4+4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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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03년 캠페인 한의학교육 바로 세우자⑥ 4+4제
  • 승인 2003.06.0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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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여건 급변, 논의할 때 됐다
의대·치대 이어 약대도 6년제, 한의대만 고립
수능성적에 집착, 우수 인재 유입 배제는 곤란


정부는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2003학년도부터 각 대학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연차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2002년 1월 16일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건국대와 가천의대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면 전환했으며, 경희대는 의과대학 체제와 전문대학원 체제를 병행하기로 했다.

치과대학은 서울대, 경북대, 전남대, 전북대, 경희대 등 5개 대학이 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면 전환했다.

한의대는 ‘현행 체제에 비해 위상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크게 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의 효과 등을 지켜본 뒤 그때 가서 논의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에 따라 한의학전문대학원을 신청하지 않았다.

■ 약대도 6년제 한다는데…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한의대를 둘러싼 여건이 급변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명분이 퇴색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우선 경희대가 치대를 전문대학원체제로 전면 전환했으며, 의대는 의과대학 체제와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로 병행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의대만 기존 학제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참여정부 들어 약대마저 6년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 한의대 체제 변환을 압박하는 요소로 등장했다. 약대가 6년제로 전환되면 약대내에 소속한 한약학과도 덩달아 6년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약학과의 수업연한이 연장된다는 것은 침구학 등 한의학과목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는 곧 커리큘럼상의 동일화로 인한 의권분쟁을 야기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내적으로도 한의대생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 의·치의학대학원을 강 건너 불 구경쯤으로 치부할 수 없게 됐다. 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변모를 준비하면서 국립대학인 서울치대와 전남치대는 각각 26명과 15명의 신규교수를 채용할 예정이다. 경희대 의대는 4+4제로 학생이 1/2로 줄어듦으로 해서 의·치 모두 교육환경이 개선되는 효과를 거둔 데 비해 한의대는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의대생의 불만이 상대적으로 커지게 됐다.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과 원광대 한의학전문대학원에 펀드를 제공하는 BK21사업의 지원이 2004년 8월로 만료된다는 사실도 전문대학원체제로의 전환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전문인력의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됐지만 한의대 졸업생의 지원율이 저조하고 타분야 연구인력마저 면허가 부여되지 않아 연구의 계속성 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의 경우 24명의 정원 중 의료인은 6명(한의사 4명, 의사 2명) 뿐이고 나머지는 공학, 식품영양학 전공자 등 비의료인이다.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손낙원 교수는 “3년간 BK21사업을 하면서 수십억원의 실험기자재를 확보하고, 한의학 자체의 SCI급 논문집을 만들자는 분위기가 고양되는 등 연구수준이 업그레이드된 것은 성과”라고 평가한 반면 “효율적 연구집단으로 전환하는 일이 남은 숙제”라고 밝혀 전문대학원에 한의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도입을 가로막는 요인들

4+4제로 표현되는 전문대학원 체제는 고등학교 졸업후 수능성적에 따라 학생들을 뽑는 선발방식이 단선적이고 폐쇄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지만 한의계에서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된다. 한의계의 고민은 우선 부족한 연구인력을 확보하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데서 출발한다. 기존의 한의대 대학원이나 BK21사업으로 설립된 전문대학원이지만 모두 우수한 연구인력을 길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개원과 수련의 선호도가 높고 비의료인출신 연구진은 진로가 막혀 연구의욕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전문대학원 체제의 도입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30%정도를 4+4제로 전환해서 기존 한의대의 충격을 줄이면서 새로운 실험을 하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는 견해를 나타낸다. 전문대학원 졸업생은 면허를 부여하기 때문에 한의대 입학생의 30%만 선발해도 ‘나사’(나이먹은 한의사)를 역동적이고 전문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반론도 만만찮다. 근거는 다양하다. 첫째는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해도 지금처럼 우수한 학생을 뽑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둘째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대학원 입학생이 한의계의 희망대로 연구분야에 종사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또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 ‘나사’의 경험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별 고민다운 고민을 하지 않게 만드는 한의대의 분위기도 맹목적 반대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전문대학원 체제로의 전환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그런 주장에 논리적 맹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면 수능성적으로는 다소 떨어지는 사람이 들어올 수도 있지만 수능시험으로만 선발함으로써 유능한 사람들이 한의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낮다고 반박한다. 공학자가 한의학을 연구하고 싶어도 수능시험을 다시 치르면 합격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 것이며, 설사 합격한다 하더라도 6년간 한의학을 공부하는 동안 공학적 개념을 잃어버리고 한의학공부에만 매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행음악을 하는 사람, 임상영양학을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양방의료계는 우수 인재들이 의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이에 반해 한의계는 한의사 아니면 한의학을 연구할 수 있는 길을 막아놓고 있다.

■ 시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4+4제는 기존 의과대학 체제의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전문대학원체제의 단점도 분명히 있다. 오히려 의과대학 체제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4제가 가지는 장점을 면밀하게 분석해 자료를 축적하는 일은 도입 여부를 떠나 매우 중요하다. 4, 5년 내다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하면 지금부터 논의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상황에 밀려서 결정하게 되면 한의사 전문의제와 같은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적어도 지금쯤 용역과제가 도출됐어야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논의한다면 그간 허비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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