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3주년 특집기획-10년 후 한의계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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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3주년 특집기획-10년 후 한의계의 미래는?
  • 승인 2012.07.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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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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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임상한의사를 위한 연구동향팀’과 ‘한의학 위키 & 메타블로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의사 6인에게 10년 후 한의계의 미래 및 각자의 역할에 대해서 타임캡슐에 담을 내용을 들어본다. <무순>

한의사 하길 참 잘했다

임정태/한방내과전문의

최근 각종 국제저널에 임상논문을 쏟아내고 매스컴을 타면서 제2의 전성기가 도래한 경희의료원한의병원의 6번째 branch인 수원 경희대한의병원 순환신경내과 임정태 과장의 오전진료.
이 환자는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으로 관상동맥의 주요 혈관이 모두 막혀 관상동맥우회로술(CABG)시행 환자로 수술 후 심방세동을 방지하기 위해 1개월 전 수술 직후 의뢰되었던 흉부외과 협진환자 f/u이다.
2011년 J Cardiovasc Electrophysiol에 실렸던 심방세동 재발 방지 논문에서 힌트를 얻어 임정태 과장이 흉부외과에 제안하여 CABG 후 심방세동 발생률에 침 치료가 미치는 효과에 관한 RCT를 1년간 진행해 심방세동 재발이 현저히 줄었다는 논문이 NEJM에 게재되었고, 그것이 9시 뉴스에 보도된 후 수원 경희의료원 순환신경내과와 흉부외과는 부쩍 바빠졌다.

이 환자는 복부에 대동맥류가 있는 환자이기 때문에 중완, 상완 자침 시에는 초음파 유도 침 시술을 한다. 몇 년 전부터 초음파 유도 침 시술이 보험급여돼 개원가에서도 초음파를 이용해 침 시술을 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십여 년에 한 번씩 보고되던 침 시술 후 동맥류 파열 증례가 최근에는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ICTM(국제전통의학분류체계) 2019에서 전 세계 한의학자들이 모여 화열진단 ver2.를 도출했고, 이 환자도 화열증에 해당하는 환자로 의뢰 당시부터 심근경색 재발 방지를 위해 청혈단을 투여했다. 뇌졸중 재발 방지에 쓰이던 청혈단이 아스피린과 병용 투여해 심혈관질환 event 발생률을 유의하게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10년 전 발표되었었다.

그 때부터 심뇌혈관환자 중 화열로 변증되고 hs-CRP가 2.0mg/L이 넘는 환자에게 2차 예방을 위해 청혈단이 보험급여가 되어 많이 쓰이고 있지만, 소화기 문제를 호소하는 환자가 5% 정도 된다. 이 환자도 복용 후 소화불량을 호소해 보험급여가 되는 또 다른 한약제제인 심적환으로 교체하고 환자의 이상반응을 EMR(전자의무기록)에 있는 한약/건기식 부작용 보고창을 통해 보고했다.
2013년 전국 한의원/한의병원에 표준 EMR이 보급되고, 한약/건기식 부작용 보고사업이 시작된 후 홍삼관련 부작용이 1년 만에 1만 건 이상 보고돼 식약청에서는 홍삼제품 복용 전에 한의사의 소견서 발행을 의무화했다.

이 환자는 혈당관리도 잘 되지 않아 얼마 전부터 한의내과전문의의 수가가 인정되기 시작한 당뇨교육을 받게 된다. 환자는 안정기에 접어들어서 다음 f/u시 보다 전문적인 심장재활을 위해 한의재활의학과에서 f/u할 예정이다. 환자들의 심혈관질환 event재발은 국가적으로 등록, 추적돼 그 동안 한의계의 고민거리였던 임상연구문제가 조금씩 해결되고 있다. 동일상병의 치료결과를 전부 소팅해서 확인 가능하고 어떤 치료법이 더 우수한지, 이상반응자료 등이 축적돼 한의학 임상연구의 난제들이 표준 EMR 도입 이후 해결돼 가는 중이다.

오후에는 병동관리를 위해 수련의들과 회진을 돈다. 임 과장은 고혈압 특화 입원 클리닉을 시작해 전고혈압, Grade I 고혈압 환자들을 2주간 입원시켜 현미밥채식과 침 치료만으로 혈압 약을 중단하고 정상혈압으로 회복시키고 있다. 아직 논문은 게재되지 않았지만 지난 해 시행했던 연구결과 치료 성공률은 60%대. Grade II 이상의 고혈압 환자는 연구결과 성공률이 낮고 혈압 약 중단으로 인한 부작용이 커서 입원치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

회진 후 귀가 중에 임 과장은 한약분쟁 후에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해 표류하던 10여 년 전을 되돌아보며, 그 후 새로이 제시되었던 아젠다들이 하나 둘씩 실현되고 있는 지금만 같으면 한의사를 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10년 전의 한의학을 바라보며, 10년 뒤의 한의학을 생각한다  

이승훈/한국한의학연구원 침구경락연구그룹 공보의
새천년이 도래하기 직전, 드라마 허준이 방영되면서 한의학의 인기가 최절정에 다다르던 그 때 경희대 한의대에서는 ‘21세기 한의학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각 분야의 석학을 초청, 특강이 이루어졌다.
당시 이상희 박사, 이어령 작가, 오명 장관, 소광섭 교수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한의학 발전을 위한 아낌없는 충고를 내놓으며 과학화, 표준화, 정보화, 소통의학 등을 이야기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른 한의학의 변화를 강조했다.  

그리고 지난 2009년 이 특강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면서 필자는 10년 전 그러한 충고를 한의계가 얼마나 반영했는지, 미래예측이 얼마나 현실화 됐는지를 곱씹으며 다시금 10년 뒤의 한의학과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
10년 뒤 연구영역에서는 HT(Health technology, 보건의료기술)의 발달로 의학은 단순히 과학을 기반으로 한 응용분야에서 벗어나 건강증진, 예방, 치료, 재활, 요양 등 인간의 건강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포괄할 것이다.

최근 의학계는 efficacy(효능)만을 강조하는 환원론적인 풍토에서 벗어나 effectiveness(효과) 및 환자 중심적인 결과 연구(PCOR, Patient centered outcome research)에 눈을 돌리고 있으며, 이러한 영향으로 의학은 과학을 기반으로 한 생물학 뿐 아니라 인문, 철학, 경제, 정치, 사회, 공학 등과 융합하여 인간 자체의 행복과 건강한 삶을 위한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래 한의학은 용어 및 이론체계의 상당부분이 표준화돼 타학문과 교류가 지금보다 훨씬 용이해질 것이며, 전통적인 한의학의 영역 뿐 아니라 인간의 건강과 관련된 많은 부분에 한의학적 개념이 녹아있는 연구가 진행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의 많은 정책위원회들에 한의사들이 포함돼 정책 전반에 한의학계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진료영역에서는 근거중심의학으로 평가될 수 있는 영역과 평가될 수 없는 영역으로 한의 의료행위가 어느 정도 구분될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임상연구 등이 포함된 표준화된 CPG(Clinical Practice Guideline, 임상진료지침)가 각 학회별로 마련돼 상당부분의 진료가 표준화 되고, 이를 토대로 한방보험시장 및 보험한약제제가 현재 보다 확대될 것이다.

한방진료기록 중 환자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자택에서 테블릿 PC 등으로 기록하고 클라우딩 서비스를 통해 환자가 계약한 한방병의원에서 이 정보를 통해 환자를 관리 및 진료할 것이다. 또한 미병 영역으로 전단계 고혈압, 내당능장애 등의 코호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이들 질환의 예방과 치료 및 재활에 한방관리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교육영역에서는 강의록 중심에서 벗어나 원전과 임상연구의 근거를 바탕으로 한 임상내용이 교육될 것이다. 기존의 학회나 대학 내에서도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임상적 이론을 설명할 것이며, 주장이 아닌 이러한 근거를 비판하며 한의학적 이론이 발전할 것이다.
또한 PBL, OSCE, CPX 등 임상교육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졸업 후 임상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워왔던 치료과정 및 기술들을 대학 내에서 교육받고 훈련받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일정 부분 진료과정의 통일화가 가능할 것이다.

본인은 4년 전 우연한 기회에 참여하게 된 한의학 임상진료지침개발 과제를 통해 근거중심의학과 임상연구라는 분야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리고 한의학의 장점을 유지하며 한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임상진료지침을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현재 한국한의학연구원 침구경락연구그룹에서 임상연구를 배우고 수행하고 있다.

10년 뒤 어디에서 일하고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환자를 진료하며 얻은 임상적 내용을 바탕으로 좀 더 현실에 맞는 전문분야의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있을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의학 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21세기 한의학을 위하여」를 읽으며 현재 한의계는 10년 전 주위의 충고와 내부의 혁신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였음을 느낄 수 있다. 10년 뒤 한의계와 내가 지금 상상하고 바라는 위와 같은 일들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예측하고 주도할 수 있는 뚜렷한 목표와 분명한 전략을 세우고 이러한 꿈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10년 후 내가 바라는 진료실 풍경

정창운/한의사
10년 후 한의사의 진료실에서는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학문적으로나 양심적으로나 최선의 의료를 하는 것만이 전부가 되기를 바란다. 무엇이 ‘한의학적’인 것인지, 무엇이 ‘한방의료행위’인지, 어떤 처치를 하는 것이 의료법 위반이 아닌지, 어떻게 청구하는 것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잣대에 맞을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를 할 수 있을지 만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으면 한다.

그런데 앞으로 한의사를 둘러싼 정치적·사회적인 문제가 해결이 된다고 해서 의료환경이 좋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의사에 의한 질병의 치료보다는 개개인이 직접 주도하는 건강관리에 점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의료행위도 표준화 객관화 되어가고 있으며, 그로 인해서 누구나 손쉽게 의학적 지식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누려오던 의사의 권위는 대단히 전문적인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에게만 집중되고, 그렇지 않은 나머지 의사들의 지위는 상당히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이런 새로운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을 신문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IT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신문의 역할은 끝났다는 얘기는 진즉에 있어왔지만, 오히려 신문을 통해 발표된 기사들이 새로운 의사소통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새로운 정보를 만들고 배포하는 것이 갈수록 쉬워지고 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정제되고 품질 높은 정보들이 더욱 빛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언론매체만의 조직화된 기획과 취재와 편집을 일반 개인이 따라 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민족의학신문도 10년 후에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겠지만, 그러한 점만큼은 변하지 않으리라 기대한다. 한의계가 내외적으로 많은 위기를 겪고 있지만, 격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한의사만이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갈고 닦는다면, 수많은 위기가 닥치더라도 의연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전통의학의 주도권 확보하고 승승장구 하는 한의학 

김사라/한의사

2022년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팀닥터로 독일 뮌헨에 도착한지 하루가 지났다. 독일 최대의 통합의학센터장인 한의사 P씨가 호텔로 찾아와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다 보니 한의치료영역이 조금씩 넓어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

일단 한의사가 국가대표 팀닥터로 활동하게 된 것이나, 전 세계 통합의학영역에서 한국 한의학이 주도권을 잡게 된 것,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국제보건 전문가인 K한의사를 떠올리면 더욱 더 그 생각이 짙어진다.

그는 코이카 직원들과 함께 아프리카 수단의 모자보건사업에서 traditional medicine을 활용한 질병예방관리시스템 세팅을 위해 가는 길이라며, 그 짧은 만남 중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와 나눈 대화에서 “국제원조의 필요성이 점점 부각되면서 우리나라만 해도 4조가 넘는 큰 규모의 정부예산이 쓰이고 국제구호 NGO들에서 수많은 자본과 인력을 퍼다 붓는 국제협력분야의 첨병으로 한의학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되었다.

즉 보건의료파트의 국제공조협력 중 각국 전통의학을 활용한 1차의료 primarly health care시스템을 한국 한의사와 의사의 주도 아래 능동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전통의학에서 유효성이 있는 부분만을 걸러내 과학적으로 발전적 적용을 시행해왔던 한국의 전통의학시스템의 M.D. of Korean Medicine, 즉 한의사가 현대의학(WHO용어로 Modern medicine)과 협력 하에 이루어지는 공공보건사업을 각 지역상황과 정서에 맞게 세팅하는 역할을 하는데 최적의 인력이었던 것이다.

이미 언론에서 극찬한 바와 같이 국제보건에서의 유명저널에 korean traditional medicine의 우수 적용사례가 종종 실렸던 것을 보면 국제 보건전문한의사로서의 그의 행보가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만, 공항에서 그가 국내 한방제약회사가 w대 한방병원과 p국립대병원 공동연구로 만든 수출용 Herb drugs를 수하물로 부치는 모습을 직접 보니 많은 생각이 스친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천연물제제의 용어정립, 품질 뿐 아니라 사용권에 있어서도 큰 논란이 있었는데, 천연물제제 사용권 투쟁에서 국민적 당위성을 내세운 고도의 전략으로 한의계-제약산업-정부-의약계의 갈등이 극적 타결된 지 벌써 십년 가까이 지났다. 그 이후 이제는 한의사 주도로 천연물제제를 세계무대에서 활용할 수 있는 터전을 일군 것이다.
제약산업의 입장에서 천연물제제는 한의계의 수요만으로 성장하기 어렵지만, 세계시장을 상대로 하니 제약산업도 더불어 성장하고, 국제보건분야의 참여를 통해 한의학의 위상이 높아지고 국내의 한․양방 협진의료수가가 현실화된 이후 성공적으로 정착되면서 우리나라 의료관광시장까지 커지게 된 것. 이 모든 것들을 이제와 돌이켜 보면 한의사의 관점을 세계로 돌린 것이 긍정적인 선순환의 시작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다시 국제협력에서의 한의학의 참여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최근 들어 한국형 ODA(공적개발원조)모델이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사례가 늘면서 덩달아 주목받기 시작한 걸로 기억한다. 여기서는 한국만의 결정적인 장점들이 크게 작용했다.
첫째, ODA분야에서의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전환된 유례없는 케이스라는 것과 둘째 새마을 운동, 셋째 전통의학이 제도권의학으로 자리 잡아 발달한 나라라는 것 등 이 세 가지를 무기로 한국만의 장점을 가지고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뒤늦게 ODA분야에 뛰어들었음에도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어 그 안에서 한의사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게 되었다.

각국의 전통약재와 전통약물을 한의학적 관점으로 해석해 치료에 활용하기 시작한 것, 휴대가 간편한 의료기구인 침을 치료도구로서 적극 도입한 것 등 이제 국제보건을 이야기할 때 traditional medicine을 빼놓을 수 없게 되었다. 현재는 개발도상국 선진국 할 것 없이 많은 국가에서 전통 약초와 의술을 활용한 통합의료가 활발하다. 그 치료내용을 들여다보면 백발백중 한국의 한의학연구원 표준기술센터 등에서 공인된 전통의학을 쓰고 있다.

KM, 즉 한국의 전통의료가 TCM 중국의학과 더불어 ISO와 WHO 등 국제기구에서 국제표준체계로 공인화 되어서 국제보건 파트에서도 KM닥터인 한의사가 이를 활용하여 일차보건의료와 보건사업, 치료영역에 당당히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이 협력하는 통합의학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었다. 서태평양지부의 한․중․일의 전통의학과, 호주 인도 등 다양한 영역의 아유르베다, 약초요법, 수기요법 등이 전통의학의 흐름 속에 있다. 전통의료 관련 부서가 설치돼 있는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도 통합의료로 현대의학과 협력하고 있다. 이미 국제보건분야에서는 십 수년 전부터 전통의학을 활용한 메뉴얼이 마련되던 차에 한국 주도로 서태평양지부의 전통의료의 표준화를 일구었으며, 이로 말미암아 수많은 개발도상국, 저개발국가의 1차의료에서 경제성이 높으면서도 예방, 건강증진 등에서 효율성이 높은 전통의료부서가 큰 활약을 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말라리아, 전염병, 상한론 등 감염질환에서와 외상, 상해, 정신과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서 전통의료와 현대의료가 같이 공조·협력하는 국제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한국 한의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것이다.

이는 한의사들의 적극적인 데이터 수집이 큰 역할을 했다. 젊은 한의사들의 연구 쪽 참여가 증가하면서 한의치료의 임상연구방법론이 대두되고, 한의원급의 데이터들도 임상적인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방법론이 개발되자 그동안 묻혀왔던 한의학의 수많은 치료효과들이 데이터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맞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진행하던 한의임상 지침 작성도 가속화 된 것은 물론이다.

한방병의원에서 진행되는 한의치료의 임상데이터, 효과 뿐 아니라 독성 및 부작용까지도 보고된 데이터, 그 뿐만 아니라 재난의료환경 및 개도국의 의료환경에서 의료봉사로 참여한 한의사들이 수집한 데이터 등이 모여서 한의치료의 effectiveness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되자 한의치료의 efficacy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배경이 마련되고, 점차적으로 표준화된 한의치료의 efficacy까지도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국제 감각과 연구력을 동시에 지닌 한의사들도 점차 늘어나 선진국의 덩치 큰 최신식 의료기관에도 수많은 한의사들이 진출하고 있다. 의료관광으로 한․양방협진 의료를 받으려는 관광객들이 한국으로 몰리니 각국의 병원에서는 서로 자기 병원에서 한의치료를 적용시킨 사례들의 우수성을 밝히려고 한국의 한의사들을 초빙해 한의치료의 데이터를 경쟁적으로 내놓는 상황이다.

때마침 김연아 IOC위원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보나마나 여자피겨싱글 김해진 선수의 경기 전 심신안정과 컨디션 조절에 필요한 치료에 대한 문의전화이다. 본인이 선수로 뛸 당시, 한의사의 관리를 받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며 귀찮을 정도로 전화를 걸어온다.
금메달 기대주이고 김연아 위원이 특히 아끼는 선수이니 특별히 신경써주고 싶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일단 정해진 일정을 마치고 저녁식사 후 김해진 선수가 묵는 호텔에 가면서 전화해주는 게 낫겠다. 김해진 선수든 김연아 IOC위원이든, 이번 뮌헨 동계올림픽에서 건승하길 빈다.
http://youtu.be/lCiOZYbF9Zs

 환자치료 가이드라인 제작에 보탬되고 싶어  

조준영/한방부인과 수련의
현재 한의계는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한의계가 어렵다는 말은 필자가 2003년 대학 입학할 당시에도 들었던 말이고, 아마 향후 몇 년간 사정은 비슷할 것 같다.  

어렵다는 말은 개원의들의 수입 감소와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이고, 그 원인을 생각해보면 건기식시장의 폭발적 증가에 따른 소위 보약시장의 감소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 원인은 한의사의 전문성 부족과 국민들의 한의학에 대한 불신, 치료의학으로서의 한의학에 대한 인식 부족 등에도 있다고 본다.

내부적인 개혁과 쇄신이 필요한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한의사의 의료기기사용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과 천연물신약 처방권 문제 등은 한의사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이권다툼으로 인해 환자중심 의료를 방해하는 일들이 하루 빨리 종결되길 바란다.

이런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최근 한의약육성법 제정과 한의학 연구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고 한방치료의 우수성과 안전성 등을 밝히는 등의 발전적인 모습은 한의학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 아직은 초보단계이지만 이러한 움직임들이 활발해지면 어려운 상황들을 딛고 일어서서 10년 후의 한의계는 분명 지금보다 발전적이며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시대가 요구하는 의학으로 자리매김해 갈 것이다.

필자는 현재 한 대학병원 수련의로 근무하고 있다. 정상적인 과정을 밟게 된다면 내년에 한방부인과 전문의가 된다. 대학에 남아 임상과 연구를 해보고 싶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한방부인과 임상을 하는데 있어 아직까지 환자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가이드라인이 없으니, 환자를 위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렵다. 한의사라고 해도 무조건 한방치료만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며, 치료효과뿐만 아니라 비용 대비 효과 등을 생각해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처치를 제시해 줄 능력을 갖춰야 한다. 향후 10년 동안은 한방부인과 영역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

 

기나긴 방황 후에 맞은 긍정의 에너지  

공병희/경기도 팽성보건지소 공보의
10년 후를 상상한 글을 부탁받게 되었다.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1년 뒤도 보이지 않는 초보 한의사에게 너무 어려운 주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10년 뒤…. 10년 전을 생각해보면 그땐 고등학생이었고, 10년 뒤를 그리기는커녕 그 다음해의 수능도 낙관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장기적인 목표 없이 순간순간 다가오는 문제들을 겨우겨우 넘겨내기 바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다른 이들이 순순히 가는 방향을 따라 가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위기감만 있었다. 학기보다는 방학 때가 더 열심이었던 시절이었고, 지금도 나름의 소득은 있었던, 그러나 길을 헤매느라 보내야 했던 시간이 아까운 날들이다.

독서실에서 1천 페이지가 넘는 생리학 책을 보거나 침을 놓기 위해 근골격계 책을 몇 권이나 보고 있는 나에게 특이하다고 하거나 혹은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정작 같은 방식으로 공부하는 친구들은 손에 꼽았다. 졸업을 하고 못하는 영어를 더듬더듬 기억해가면서 논문을 보는 나는 이제 특이하지 않다. 같은 길을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

10년 후는 상상조차 못한 방향으로 진행돼 있을 수도, 혹은 바람대로 낙관적인 미래를 맞이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연구동향팀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처럼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는 분들을 따라가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좋은 미래가 그려질 거라고 믿는다. 10년 뒤에는 모두가 크게 성장해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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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플라멜 2012-07-23 16:09:04
본4들 힘들겠네요. 아니 설마 저기까지 가라고 그럴까..

니콜라스 플라멜 2012-07-23 16:09:02
본4들 힘들겠네요. 아니 설마 저기까지 가라고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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