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으로 보는 세상(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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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으로 보는 세상(27)
  • 승인 2012.07.1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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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상

조연상

mjmedi@http://


빚은 아편이다

세상의 모든 생명활동은 기의 흐름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는 즉 실체가 따른다는 뜻이다.
따라서 때로는 현상이 이해되지 않을 때에 현상을 기의 흐름으로 바꾸어 표현해보면 기의 흐름을 통하여 애매한 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수치화도 이런 예의 하나이다.

생각의 틀이 선비(士)적인 사람들은 오늘날 살림살이에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빚에 관해 오래 전부터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의 대중한테는 빚은 마치 영리한 선택이라는 감성이 오래 동안 배어 와서 아직까지는 빚의 무서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왜냐하면 빚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갚아지는 것으로 경제구조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경제구조는 영원할 수 없으므로 빚을 떠넘길 피라미드 하위층이 없어지자 지금은 빚이 피할 수 없는 사회문제가 돼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이 나라 대중들의 빚에 관해 깨어남이 필요하다. 그러면 대중한테 빚을 어떻게 이해시킬까? 물론 경제학적인 단어와 논리로 설명할 수는 있지만, 그보다는 보다 감성에 직접 다가갈 기의 흐름으로 말해보자.

아편전쟁을 예로 들면, 영국이 청으로부터 茶를 사들이자 영국은 돈이 마르게 되었다. 이 돈을 되돌리는 방법으로 영국은 인도에서 아편을 생산해 청으로 밀수출해 돈을 다시 빼내고 청의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뒤늦게 속았다는 것을 안 청의 임칙서가 아편을 태워버리자 이것을 구실로 전쟁을 일으킨 것이 아편전쟁이다.
이때 임칙서가 아편의 폐해를 중앙에 보고하기를 “처음 먹으면 기운이 나고 기분이 좋아 사람들이 끊지 못하나 나중에는 기가 없어 피골이 말라 죽음에 이른다”고 하였다.
임칙서의 보고서에 나타난 증상의 변화를 한의학적 생리에 대입하면 아편으로 인해 行氣가 항진돼 精損이 심해진다는 말이다.

따라서 임상에서는 행기하면 반드시 補陰 補血을 같이 한다.
빚이라는 것이 바로 아편과 같다. 빚을 내어 처음에 돈을 쓸 때는 좋지만, 그 돈이 자신의 피와 땀이 같이하지 않는 한 행기하되 보음 보혈이 없는 것과 같으니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정손에 이르게 돼 있다. 정손이 되어 몸이 쇠해지면 당장 일하기 힘들어지니 다시 아편을 하듯이 돈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손쉽게 다시 빚을 낸다. 이것이 악순환 되면 결국 말라죽게 된다.

지금 전 세계의 경제가 바로 이런 꼴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보음과 보혈을 게을리 하고 부동산 투기에 온 기를 다 소모했으니 점점 음혈이 말라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
앞으로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는 남아 있는 음혈을 보존하고 실없이 기를 소모하기 보다는 보혈보음하여 선순환을 유도하는 데에 기를 써야 할 것이다.

그런데 행기하기 위해서는 음혈이 있어야 하듯이 빚을 지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누군가는 빚을 내주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만일 잠시 기운을 돋우기 위해 옆 사람한테 빚을 내어 일단 몸의 순환을 하게하고 그 힘으로 빚을 갚는다면 빚이란 참으로 좋은 것이지만, 아편에 중독돼 행기를 지나치게 하면 타고난 원기까지 손상시키게 돼 미래의 육체가 힘들어 질 것은 자명하다.
빚에 중독되면 빚을 내주는 사람들의 재산도 그 만큼 줄어들게 되는데, 이 때 빚을 내주는 사람이란 최종적으로 미래의 자신과 다름없는 후손이 된다. 그러니까 피와 땀이 없는 빚은 결국 우리 후손들의 살을 갉아먹는 것과 같다.

아편이 약이 되거나 독이 되는 것은 한 순간이듯이 빚이 회복제가 되거나 고사제가 되는 것 역시 한 순간이다. 그 갈림을 결정짓는 것은 단순하다.
바로 우리들의 피와 땀을 흘리겠다는 의지이다. 이상 氣分을 내지 말고 보음 보혈을 위한 휴식이 필요하다. 기진맥진해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휴식보다는 스스로 절제하는 휴식이 당장 필요하다.

조연상
서울 강남할아버지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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