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03년 캠페인 한의학교육 바로 세우자⑤-한의대 특성화
상태바
[기획] 2003년 캠페인 한의학교육 바로 세우자⑤-한의대 특성화
  • 승인 2003.05.16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교육이 차별화돼야 진짜 특성화지요”
11개 한의대 교육 고만고만 … 비교우위 항목 없어
특성화 담당할 맨파워 우선 구축 목소리 높아


11개 한의대가 전문분야별 특성있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가능한가?

시설과 교수인원이 적은 한의대의 열악한 교육여건을 타개하고자 제안된 전문분야별 특성화는 쉽지 않은 과제임에 틀림없다. 한의대 특성화는 하나의 한의대가 기초와 임상, 교육과 연구, 침과 한약을 모두 잘 할 수 없다는 현실론에 입각하여 분야별로 역량을 집중하면 한의학이 전문적으로 발전되고 학생들의 교육만족도 또한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논리에서 시작되었지만 어떻게 특성화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이런 주장은 아직까지 상식선을 크게 넘어 서고 있지 않다. 똑같은 대학 11개가 있는 것보다 저마다 개성있고 특색있는 대학이 11개 있는 것이 한의학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범한 생각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 특성화, 하긴 해야 하는데…

사실 한의대 일부 교수 중에는 특성화가 안된 한의학 교육현실을 매우 답답해한다. 모 교수는 “현재의 한의학 교육은 너무 획일적이어서 이대로 가다가는 중국과의 차별성이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물론 한의대에서 국가고시를 목표로 한 교육표준화를 이룸으로써 공통적이고 기본적인 교육은 해야 하지만 똑같은 수준의 임상한의사만 양산하는 시스템으로는 한의학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한 예로 한의학의 기초 중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자생식물이용기술개발사업을 약대와 자연대가 주도하는 상황이 거론되고 있다.

더우기 한의학 연구의 비교우위분야가 잠식되는 분야가 본초만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의대 중 의료정보, 원전, 고전 등의 기초는 물론이고 침구치료, 약물치료, 재활치료, 산업화 등의 응용 분야에서 타 분야와 비교해서 어느 하나라도 비교우위를 확보했다고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 정부·교수, 특성화 방향차 커

아직까지 한의대의 교육을 차별화하기 위해 공개적인 토론회가 개최된 바 없다. 한의대 교수와 한의대생들의 목소리가 조직적으로 표출된 바도 없다. 유일하게 목소리를 냈다면 그것은 정부측에서였다.

정부는 BK21사업 등 다양한 연구프로젝트와 펀드로 특성화를 유도했다. 이를 통해 경희대와 원광대는 한의대는 정부펀드를 유치해 특성화를 꾀했다. 동서의학대학원이나 한의학전문대학원 등이 신설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세명대는 지역 특성상 한약재배와 유통을 산업화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충청북도, 제천시청이 235억원을 출자한 ‘전통의약품 연구개발 지원센터’를 내년까지 건물을 완공할 목표로 현재 터를 닦고 있는 중이다. 경산대는 한방바이오밸리를 추진하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근 전국 30개 특성화 우수 단과대학으로 선정된 경희대 한의대는 연간 10억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을 텄다. 여기에 더해 9년간 70억원이 소요되는 기초의학연구센터 설립계획이 1차 통과되어 오는 6월 최종 통과를 앞두고 있다. 또한 국립대 한의대 설립시 우수 교수요원이 빠져나갈 가능성에 대비해 기초학 육성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화는 교과과정에 직접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한의학의 산업적 응용은 교과과정을 바꾸기보다는 단지 연구소 중심의 연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 교수는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특성화는 대학의 산업화이지 교육의 특성화는 아니라고 꼬집는다.

그는 학생의 입장에서 지식증가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산업의 특성화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문한다. 개원가나 벤처기업에서 하는 산업화를 대학까지 나서서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육을 특성화한다면서 기초와 임상으로 나누거나 기초학문을 육성한다면서 실험기기를 구입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이 꼭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지방의 한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실험을 통해 SCI급의 논문이 많이 나오면 재원의 확보와 학교시설의 확충으로 귀결되므로 현실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실험의 결과가 임상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지금과 같이 실용성 낮은 실험방식을 계속해야 하는지 심도있는 검토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영세한 한의대의 규모는 교육이든 산업이든 어떠한 유형의 특성화도 어렵게 만든다. 과목을 하나 늘리더라도 재정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과목 하나를 신설하려 했다 대학당국의 반대에 부딪혀 곤란했던 경험을 들려준다.

“기본적으로 해야 할 강의를 뺄 수 없는 상황에서 특성화교육이라 해서 다른 하나의 과목을 추가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설사 큰 맘 먹고 과목 하나를 개설하려 해도 대학당국에서는 ‘꼭 필요한 과목만 하지 뭐하러 늘리느냐’는 면박을 받기 일쑤입니다.”

산업적 측면에서 특성화하는 일도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큰 대학은 산업화 차원에서 30개 대학안에 들 가능성이 높지만 영세한 대학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특정질병을 특성화하려고 하면 범위가 너무 좁다고 하고 범위를 넓히면 한약자원을 활용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하는 게 현실이다.

□ 대학에 연구할 인력이 없다

지금까지 대학의 특성화는 산업화를 중심으로 하는 특성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그 과실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대학과 교수 개개인에게 혜택이 돌아갔을 뿐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데로 재투자되지 못했다. 따라서 대부분의 한의대 교수들은 교육의 특성화를 통한 한의대교육이 차별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점에서 실험이나 산업화 류의 특성화는 보완적으로 주장할 수는 있어도 본질은 아니라는 게 대다수 교수들의 생각이다. 제대로 된 지식을 함양하고 스스로 연구하는 자질을 기르는 일, 곧 맨파워의 구축이 현재를 가로지르는 핵심 화두다. 한의대 현실로 볼 때 배우려는 사람이 대학에 남을 수 있도록 붙들어매는 유인장치를 갖추라는 말과 같다. 조교요원에 대한 장학금의 확충과 생활비의 지급 등 안정적 처우개선과 신분보장도 그런 요구의 하나다. <계속>

김승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