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정체성에 관하여④ - 한의학의 기본 원리에 대한 서양의학적 접근(하)
상태바
한의학의 정체성에 관하여④ - 한의학의 기본 원리에 대한 서양의학적 접근(하)
  • 승인 2011.10.27 15: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태희

이태희

editor@http://


“한의학에는 매우 정교한 과학이 숨어있다”

<글 싣는 순서>
1. 한의학의 기본전제에 대한 철학적 접근
2. 한의학의 기본원리에 대한 문명 비판적 접근
3,4 한의학의 기본원리에 대한 의학적 접근 上,下
5. 한의학의 현재 상황에 대한 판단
6. 한의학의 정체성 확립과 동시에 시대성 확보에 대한 가능한 접근에 대한 논의

 

혈관의 파형으로 설명되는 맥상
세 번째로 가졌던 의문은 脈에 대한 타당성이다. 우리가 지금 寸口로 脈診을 하고 있는 이유를 「難經」에서는 “寸口는 脈의 大會이며 五臟六府의 終始”라고 설명하고 있다. 요골동맥의 한 부분에 불과한 부위를 가지고 인체 전체의 질병을 파악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라는 의문이 있었다.

여기에 답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가령 우리가 血虛할 때 脈이 細하다고 한다. 血虛란 血量 不足을 말하기도 하지만, 혈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도 포함한다. 인체에서 혈액의 흐름이 정상적이지 못할 때 신장에서는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므로 신장에서 renin이 분비되어 angiotensinogen을 angiotensin I으로 전환시킨다.

그 다음 폐에서 angiotensin converting enzyme(ACE)이 분비되어 angiotensin I을 angiotensin II로 변화시키면 angiotensin II가 혈관을 수축시킨다. 동시에 교감신경계가 흥분해서 조직과 기관에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서 혈관수축과 심박동이 증가한다.

그래서 脈이 細數하게 되며 동시에 혈관에는 교감신경계가 흥분하면 혈관이 수축되고 부교감신경계가 작용하면 혈관이 이완되어 나타난다. 그러면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의 상호작용에 의해 혈관의 변화가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면역세포에 교감신경계의 수용체가 있고, 또 부교감신경계도 면역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교감신경계가 흥분하면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부교감신경계가 작용하면 미주신경(vagus nerve)을 통하여 대식세포(macrophage)에서 염증 매개체인 cytokine의 분비를 억제하여 항염증반응이 일어난다.

그리고 우리 몸의 반응은 amygdala와 hypothalamus의 경로를 통하여 신경계와 내분비계로 반향이 일어나게 되어 있다. 결국 염증으로 인한 질병의 변화가 뇌를 경유하여 신경계와 내분비계를 경유하고 혈관의 파형으로 표현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을 脈象으로 파악한 것으로 이해된다.

체질은 신경회로망의 차이로 설명 가능
네 번째로 가졌던 의문은 체질의 타당성이었다. 신경계의 흥분현상으로 action potential을 말한다. 이것은 동일한 현상으로 일어난다. 그런데도 사람의 성격이 다르다.

이것은 신경회로망(neural pathway)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경회로가 달라지면 거기에 따른 내분비계의 활동도 달라진다. 따라서 인체 내의 다른 반응도 다르게 된다. 우리가 체질을 얘기할 때 유전자를 통한 감별을 시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신경회로망을 통한 접근을 시도할 때 훨씬 빠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염증반응으로 설명한 음과 양
다섯 번째로 가졌던 의문은 음과 양 자체에 대한 의문이었다. 음과 양이 본질적으로 인체 내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음과 양으로 설명이 너무 포괄적이라 현실감이 없었다.

이에 대해서 답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열은 감염이나 전신적인 염증이 있을 때 급성반응의 한 부분이다. 인체에 침범한 미생물이나 이물질로서 비-미생물에 대해 복잡한 생리적 방어 전략이다.

옛날에는 그냥 인체의 온도가 상승한 것으로 이해했지만, 지금은 이 열이 신경계, 면역계, 혈액계 그리고 내분비계의 통합적인 반응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을 때 염증반응이 일어난다. 그리고 우리 몸의 대부분의 질병은 앞에서 말했듯이 염증이다. 그리고 염증을 비롯한 세포내 신호전달과정에서 인산화과정(phosphorylation)이 개입하며, 이 燐酸은 바로 energy current로서 火에 해당한다. 그래서 양성하면 열독이 심해서 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된다.

그리고 인체의 질병들은 염증반응이다. 심장질환, 당뇨, 고혈압, 비만, 심지어 우울증까지도 염증이라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 이 염증은 앞에서 말했듯이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의 변화로 이해해도 가능하며, 뇌와 같이 움직인다. 그래서 한의학에서 수와 화의 조절을 기본적으로 시도하고 있었고, 처방내용에서도 水火旣濟를 중심으로 움직여 나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외에도 수많은 의문과 질문이 있었고 특히 경락에 대한 의문도 있지만, 다른 기회에 언급하는 것으로 하기로 하자.

처방에서 구현되는 한의학의 포괄성
마지막으로 한의학의 포괄성이 처방에서 구현되고 있는 가장 좋은 예가 麻黃湯이다. 우리 몸에 염증반응이 일어날 때 IL-6, TNF-a같은 염증 매개 인자들이 시상하부로 신호를 전달하면 시상하부(hypothalamus)내에 있는 온도조절장치의 역치(thermo-regulation threshold)가 상승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 몸은 추위를 타게 되고, 이것을 회복하기 위해서 우리 몸에서 열을 만들기 위해서 온몸을 떨게 된다. 이것이 惡寒이다. 그래서 麻黃湯은 桂枝湯보다 심한 염증상태이므로 發熱이 桂枝湯에 비해 지체된 발열이 일어난다.

그리고 시상하부에서 prostaglandin E가 vasomotor center(혈관중추)로 신호를 전달하면 여기에서 교감신경계(sympathetic nervous system)를 억제하게 되어 심박동이 억제되어 혈액의 흐름이 피부표면으로 흐르는 것이 억제된다.

麻黃湯에서 麻黃은 시상하부에서 온도조절 장치의 역치값을 내리게 되어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심박동을 증가시킨다. 또한 기관지 이완효과에 의해 산소흡입량이 증가하고 동시에 심장박동주기를 증가시킨다.

桂枝도 심박출량을 증가시켜 결국 혈액이 신체표면으로 흐르는 양이 증가되어 발한을 유발하며 杏仁은 麻黃과는 달리 호흡중추 억제작용을 통해 기관지 경련을 이완시켜 해수천식을 억제하므로 麻黃 桂枝의 흥분작용과는 상반되는 심폐에 대한 억제작용을 보인다.

그리고 심박출량이 증가하면 소변량은 당연히 증가하게 될 것이며, 이에 대해 甘草는 mineralocorticoid작용에 의해 aldosterone효과를 발휘하여 신장 내에 있는 집합관(collecting duct)에서 수분을 재흡수 한다.

그리하여 麻黃 桂枝의 흥분작용과 杏仁 甘草에 의한 억제작용으로 이루어진 것이 麻黃湯으로서 麻黃湯은 감기약이 아니라, 염증 초기에 사용하는 처방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麻黃은 辛苦 溫이 아니라 苦溫으로서 麻黃 alkaloid의 苦味에 의한 교감신경흥분 작용으로서 陽氣를 宣通시키는 약으로 이해해야 하며, 麻黃 alkaloid 중 d-norpseudoephedrine은 오히려 이런 작용을 차단한다.

따라서 한 약물 내에 흥분과 억제작용이 동시에 있으며, 한 처방 안에 흥분과 억제가 동시에 존재하는 陰陽의 均衡을 유지하기 위해 치료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 한의학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한의학에 매우 정교한 과학이 숨어 있고, 이것을 이해하는 방법으로서 새로운 사유방식에 의한 접근방법으로서 통전적이고 포괄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이해하여야 한다고 본다.

지나친 관념화도 문제가 있다고 보며, 실증적인 체계를 무조건 따라가는 것도 한의학의 특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본다. 이런 독특한 사유체계에 의해 구성된 한의학의 깊은 비밀을 묻어만 두기도 아깝고, 이것을 무시하여 폐기 처분하기에는 더욱 더 아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우리의 한의학 이해에 대한 무지를 탓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태 희 / 경원대 한의대 방제학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