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93) - 「「養花小錄」 ③
상태바
고의서산책(493) - 「「養花小錄」 ③
  • 승인 2011.06.16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contributor@http://


화초 가꾸기와 울안의 本草

이 책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요지는 마지막 주제인 ‘꽃을 기르는 뜻’[養花解]에 담겨져 있다. 저자인 강희안이 직접 손님과 대담하는 문답화법으로 작성한 이 글에서 그는 양생의 요지를 꽃을 기르는 방법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하루 저녁 菁川子(저자 강희안)가 허리를 구부리고 꽃나무를 심는데 손이 찾아와 이렇게 묻는다.

“당신이 꽃을 기르며 양생하는 방법을 깨달았다 하는데 이제 온힘을 다하고 몸을 수고롭게 하여 눈이나 즐겁게 하고 外物에 마음을 미혹시키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하다가 뜻을 잃지 않았는가?”

저자는 다음의 답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해명한다. “당신은 몸을 고목처럼 움직이지 않고 마음을 쑥대밭처럼 방치해야 좋단 말인가? 내보기에 천지간에 가득한 만물은 모두 무성하게 자라고 끈질기게 이어져 저마다 현묘한 이치를 간직하고 있으니 그 (생명의)이치를 窮究하지 않고서는 앎이 저절로 이르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저자는 단순히 자신의 주장만을 소신으로 고집하고 편안함만을 좇아 육신을 기르는 것이 참된 양생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자연의 이치를 탐구하여 日常에서 깨우침을 얻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어서 “그러므로 비록 한 포기의 풀이나 한  그루의 나무라 할지라도 마땅히 그것들이 살아가는 이치를 생각하여 그 근원을 파고들어가서 알게 된 지식으로 주변에 두루 미치지 않음이 없고 그 마음으로 꿰뚫어 통하지 않음이 없게 되면 나의 마음이 자연히 만물에 머물지 않고 만물의 겉모습으로부터 뛰어넘어 있을 것이니 어찌 그 뜻을 잃었다고 하겠는가?”라고 하였다.

이어 그는 다음의 말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물을 관찰하는 자는 몸을 닦고 앎에 이르러 뜻을 성실하게 해야 한다. 저 蒼官大夫(소나무를 말함)의 외롭고 굳건한 의지는 홀로 천 가지 화초와 백가지 나무보다 윗길이요 그 나머지 은일을 자랑하는 국화와 품격이 높은 매화, 난초, 서향 등도 각각의 풍격과 운치를 떨치고 창포는 고고하고 깨끗한 절개가 있으며, 괴석은 굳건하고 확고부동한 덕성을 얻었으니 군자가 벗 삼아 마땅하다”고 하였다.

아울러 이들을 “항상 함께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익혀서 몸에 배게 할 것이지 그저 멀리하여 버려두지 말 것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저들 화목이 지닌 물성을 법도로 하여 나의 덕을 삼아가면 그 유익함이 어찌 많지 않겠으며, 그 뜻이 어찌 호연하지 않겠는가?”라고 함으로써 저자 자신이 수양하는 방법이자 진정한 삶의 도리를 깨치는 방편으로써 화초 가꾸기를 몸소 행하였음을 말하고 있다.

겉보기엔 단순히 꽃 기르기의 어려움을 말한 듯 하지만 이면에는 위정자로서 백성을 기르고 보호하는 일의 중요성과 참뜻을 말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본문 군데군데 저자의 회포와 감상을 적은 글은 警世의 명언이라 할 만하다.

그는 평소의 의지와 뜻을 꽃과 나무에 가탁하여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교화하는 뜻을 은근하게 피력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오늘날 굳이 經世濟民의 포부가 아니라도 만물이 양생하는 이치를 깨달아 자신의 건강관리와 삶의 참 가치를 자각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커다란 효용이 있을 것이다.

원서는 보물 129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1476년에 책판을 진주로 옮기면서 姜希孟의 晉山世稿移晉牧跋과 徐居正의 晉山世稿跋이 추가되었다. 역대 명인들의 서발이 많이 붙어 있어 얼마나 명사들의 애호를 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으며, 오늘날 조선전기 식물생태와 화훼재배 상황에 대해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자 본초 참고서라 하겠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