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92) - 「養花小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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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92) - 「養花小錄」②
  • 승인 2011.06.0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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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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病든 花草를 돌보는 방법

전 회에 이어 「양화소록」의 내용 가운데 한의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양생의 의미를 깨닫는 데에 귀감이 될 만한 부분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菊花 조에는 「神農書」를 인용하여 “국화는 성품을 기르는 좋은 약[養性上藥]으로 능히 장수하고 몸을 가볍게 한다. 南陽 사람들은 국화꽃이 심어진 潭水를 마시고 모두 백세를 살았다”하였고, “사람들이 모란을 花王이라 말하고 국화를 黃花라고 부르는 것은 모두 다 진귀하게 생각한 까닭이다”라고 하였다.

瑞香花 키우는 방법을 보면 “서향은 잎이 짙푸르고 넓적하면서 두터워야 본성을 잃지 않은 것이다. 만약 잎이 누렇고 연하며 여기저기 오그라든 것은 볕이 너무 심하거나 습기가 과도하여 뿌리가 병들었기 때문이니 곧바로 흙을 바꾸어 주고 다시 심어 그늘진 곳에 두고 물을 주되 마르지도 너무 습하지도 않게 하면 전처럼 자라게 된다”고 하여 아픈 사람을 어떻게 보살펴야 할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梔子의 경우 「本草」에 ‘木丹’ 또는 ‘越桃’라 한다하였고, 「本草圖經」에 “9월에 치자열매를 채취하여 바짝 말리는데, 남방 사람들이 앞 다투어 심어 이익을 얻는다”고 하였다.

四季花 조에서는 “… 응달에 오래 두어 뿌리가 상하면 벌레 기운이 생겨 뿌연 가루가 잎사귀 사이에 달라붙어 마치 사람의 오장육부에 병이 들면 맥상에 증험하여 나타나는 것과 같다. 서둘러 다스리지 않으면 가지가 마르고 꽃이 피지 않게 된다”고 하여 꽃나무가 병든 것도 사람 몸에 병이 든 것과 같은 이치로 살필 수 있음을 말한다.

귤나무에 대해서는 「本草」를 인용하여 “유자를 오래 먹으면 악취를 없애고 답답한 기운이 가시면서,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져 오래 살 수 있다”고 하였다. 또 石菖蒲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창포를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귀와 눈이 밝아지며, 건망증이 없어지고 정신이 또렷해지면서 수명이 길어지며…” 운운하였다.

작약조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 있다. “작약이 한번 성을 내면 3년 동안 꽃이 피지 않는다. 모름지기 인분즙으로 성냄을 풀어 줄 일이다.”

필자도 몇 차례 화분에 작약을 키워본 일이 있지만 끝내 잘 키워내지 못했고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 못한 경험이 있다. 이제와 돌이켜 보니 화초의 건습과 한난을 제때 맞춰주지 못했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요, 결국 양생의 도리를 깨닫지 못했던 셈이 아닌가싶다.

百花忌宜에는 재미난 얘기가 있는데, “오징어 뼈[烏賊魚骨]로 꽃나무를 찌르면 죽는다”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기록은 ‘收藏法’이다. 햇볕이 잘 들고 지대가 높고 건조한 곳에 움집[土宇]을 지어 겨울철에 꽃나무를 보관하는 방법인데, 두세 번 서리가 내린 이후부터 이듬해 한식이 될 때까지 방한시설을 만들어 관리했던 것이다.

여기에 실린 움집을 이용한 월동보관법을 보면 세종대 醫官 全循義가 「山家要錄」 ‘冬節養菜’에서 밝힌 재배기술이 그저 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전순의가 창안한 온실은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처음 선보인 유럽 최초의 난방온실보다 170년 앞선 것이며, 이러한 획기적인 재배기술법은 오랜 세월 동안 약초를 갈무리하고 재배하기 위해 고심했던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조선인은 앞마당에 약초를 가꾸면서 병든 인생을 치료하고 세상을 구제할 방편을 궁리했던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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