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 광기, 패닉, 붕괴 - 금융위기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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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 광기, 패닉, 붕괴 - 금융위기의 역사
  • 승인 2011.05.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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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영

홍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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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세기 간의 세계적 거품 분석

찰스 P. 킨들버거, 로버트 Z. 알리버 지음
김홍식 옮김  /  굿모닝북스 刊

판을 거듭하면서 덧붙여진 여러 서문들 중 하나에는 이 책이 예방접종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섭생 금기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 이 책에 처방은 없다. 우리 앞에 닥쳐올 일련의 금융위기에 대한 궁극적 해법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위기에 대한 역사책이라는 생각으로 읽는다면 우리 머릿속으로 섬광이 지나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광기. 경제이론의 전제는 인간의 합리성이다. 그러나 멀게는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알뿌리 거품으로부터 80년대 말 일본의 부동산 및 주식 거품, 90년대 말 미국 주식 거품, 그리고 지금 현재 우리 눈앞에서 하나 둘 터져나가는 거품들은 모두 ‘투기적 광기’를 먹고 자랐다. 광기에 불이 붙으면 부동산, 주식, 상품가격이 오른다. 이로 인해 소비와 투자, 즉 지출이 늘어난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투자는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이 생산과 직접 관련 없는 분야에 대한 투자가 되겠다. 그래야 거품이니까. 어쨌든 이러한 지출로 인해 경제성장에도 불이 붙는다. 영원한 경제성장 신화는 힘을 얻는다. 적어도 얼마 동안은.

패닉. 부동산과 같은 자산 매입을 위해서는 대개 대출을 받는다. 거품시기에는 자산 가격 상승률이 대출 이자 부담을 상쇄시키고도 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자 지불액이 투자소득보다 커지게 되면서 일군의 투자자들이 투매자들로 돌변한다.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자산 가격은 급락하는데, 워낙 급작스럽게 진행되므로 집단적 패닉으로 나타난다. 아파트, 땅, 건물, 주식 등이 최고점에 비해 40퍼센트 선까지 무너진다. 파산, 실업이 줄을 잇는다. 붕괴다.

이러한 일련의 금융위기 해결은 국가나 국제금융기구가 맡아왔다. 정부가 납세자들의 땀에 절은 세금으로 해결하거나 IMF와 같은 기구가 나서서 ‘구제’를 해준다. 저자 역시 이러한 해결사들의 과거 역할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가 함께 거품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상황이 온다면? 옆 나라 일본처럼 국가재정이 바닥을 친다면?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책을 ‘최고의 투자서적’으로 칭찬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은 ‘재난대비훈련’을 받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변변한 대피소도 없는 상황에서, 막상 지진해일이 왔을 때 어디로 뛰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우리 몫이다. 미리 고민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값 19,800원)

홍세영 / 한국전통의학사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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