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 우리과학]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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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우리과학] 먹
  • 승인 2003.04.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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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품은 文房의 벗

언어와 인쇄의 발달이 곧 문명의 성장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인류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요즘에야 필기구는 물론 컴퓨터가 글자와 그림, 소리를 색색으로 꾸며 수신자에게 친절하게 전달까지 해주는 시대지만 옛날에야 문자를 쓰는 것 자체가 소수 계층에만 허용됐을 뿐이었다.

각설하고 그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선조들이 학구열이나 때로 정감을 듬뿍 담아냈던 먹에 대해 알아보자. 먹의 기원은 20세기 초 은의 중기 이후 수도였던 하남성 안양현 소둔촌에서 검고 붉은 물감으로 쓴 문자가 나와 이것이 먹이라고 밝혀진 것이 최초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고대로부터 쓰여 온 것으로 짐작되고 있으며, 정확한 것은 기원전 1세기의 경남 의창군 다호리 유적에서 발견된 붓자루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명대의 기록에 ‘고구려에서 송연묵을 당에 세공으로 바쳤다’라는 내용과, 일본에 ‘新羅楊家上墨’ 또는 ‘新羅武家上墨’이라고 양각되어 있는 먹이 소장되어 있는 점, 고려 시대에 중국의 사신이 종이와 먹을 반드시 구해 간 것을 보아 한국 먹의 품질이 우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먹의 주성분은 그을음, 아교 및 향료로 이것들을 적절히 배합해서 말려낸다. 그을음에는 소나무를 태워서 만든 송연과 기름을 태우는 유연이 있다. 명대 말에 남겨진 기록에 그 작업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송연은 “땅에 대쪽으로 무지개 모양의 지붕을 짓고, 차례로 이어서 길이가 10여 장에 이르면, 안팎과 이음매를 종이와 돗자리를 풀로 발라 단단히 밀봉한다. 몇 구획마다 연기를 뽑는 작은 구멍을 내고 지붕과 땅이 닿는 곳은 진흙으로 덮는다. 뜸집 안에는 미리 벽돌로 연기가 통하는 불길을 만들어 두고, 그 안에서 며칠 동안 소나무를 태운다. 식으면 사람들이 들어가 그을음을 긁어 쓸어 모은다. 끝 쪽의 1, 2구획에 달라붙은 그을음은 淸煙으로서 좋은 먹의 원료가 된다. 중간 구획의 것은 混煙이라 하여 보통의 먹 원료가 된다. 앞쪽 1, 2구획의 것은 煙子라 하여 책을 인쇄하는 데 쓴다. 그 나머지는 漆工에게 주어 흑색의 안료로 사용한다.”

한편 유연은 “기름 한 근마다 좋은 그을음 한 냥 남짓을 얻을 수 있다. 재빠른 사람은 그을음을 모으는 등잔 200개를 혼자 다룰 수 있다. 그을음을 때맞추어 긁어모으지 않으면 그을음이 다 타버려 지금까지 한 일이나 재료를 다 헛되게 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기름은 유채씨·참깨·콩·목화씨 등이 있다.

아교는 그을음을 뭉쳐 특정형태로 고정시키고 종이에 부착시키는 구실을 하며 검은 광택을 내게 한다. 짐승의 가죽, 뼈, 내장, 힘줄 등을 고아서 그 액체를 말린 것이다. 먹에 쓰는 아교로는 사슴뿔 아교와 쇠가죽 아교가 있다.

향료는 아교 냄새를 없애고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구실을 하는 것으로 麝香·龍腦·沈香 등이 쓰인다. 이밖에 금가루를 섞기도 한다.

재료들이 준비되면, 그을음 10근, 아교 4근, 물 10근에 약간의 향료를 섞어 망치로 친후 나무틀에 부어 말리고 마지막으로 손질을 하면 먹이 완성된다.

자료:한국과학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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