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 우리과학] 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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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우리과학] 지게
  • 승인 2003.04.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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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중심 이동해 짐 나르는 조상의 슬기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면 누구나 지게를 져본 경험은 갖고 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경운기나 소형 짐차에 밀려 헛간 한구석에 놓이는 신세가 되었지만, 전에는 사람의 등에만 업혀 대접받던 때도 있었다.

이 지게속에는 무게중심을 이동시켜 편리하고 용이하게 짐을 운반하는 우리 선조의 멋과 슬기와 애환이 담겨 있고 빛나는 과학이 깃들어 있다.

지게가 외국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6.25때 군수물자를 나르는데 빼어난 실력을 가졌던 그 효용성에 감탄한 미군들에 의해서다. 그들은 마치 ‘A’처럼 생겼다하여 ‘A frame’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지게는 좌우 양쪽의 기둥나무와 이것을 연결시켜주는 서너개의 세장, 짐을 받쳐주는 가지, 어깨에 메는 끈인 밀뼈, 그리고 지게를 세울 때 버팀목이 되는 지게작대기 등으로 구성된다.

지게 만드는 방법부터 보자.

가지가 약간 위로 뻗은 ㅏ자 모양의 자연목을 반으로 쪼개거나 비슷한 나무 두 개를 위는 좁고 아래는 사람의 어깨너비 보다 약간 넓게 가지가 같은 방향으로 가도록 세우고 양쪽 기둥을 밤나무나 박달나무로 깍아 만든 몇 개의 세장으로 연결시킨다.

이들 세장은 지게에 무게가 가해져도 기둥이 뒤틀리지 않도록 탕개줄과 탕개목으로 죈다.

등이 닿는 부분에는 짚으로 짠 등태를 달아 등이 아프지 않도록 쿠션역할을 하게 하고 짚으로 엮은 끈(밀뼈)은 중간보다 약간 위쪽에 있는 밀뼈세장과 기둥의 아랫부분(목발)에 묶는다.

지게작대기는 끝이 두갈래 또는 세갈래로 아귀진 길고 곧은 나무를 잘라 만든다. 이 지게작대기의 용도는 참으로 여러 가지로 지게 세울 때의 버팀목을 비롯해 이동중에는 지팡이로, 산길에서는 풀섶을 헤쳐나가는 길잡이로, 팔이 닿지 않는 가지를 꺾을 때도 쓰며 뱀이 나타났을 때 등 급할 때는 신변보호용 무기로도 쓰인다.

지게는 지역에 따라 재료나 구조 또는 길이가 약간씩 다르다. 평야지대와 산간지대는 우선 길이부터 다르다. 평야지역에서는 지게를 질 때나 세울 때 편리하도록 기둥의 길이를 좀 길게 하며 반대로 산간지방에서는 길이 좁고 비탈이 많아 평지지역보다는 길이가 짧은 지게를 사용하게 된다.

지게를 이용해 나르는 짐은 무엇이나 가능하지만 거름이나 흙, 자갈과 같이 흩어지기 쉬운 물건은 싸리로 엮은 발채를 얹어 여기에 담아 나른다. 지게작대기로 받쳐 놓은 지게의 모습에서 우리는 가장 안정된 최소 구조인 삼각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이때의 무게중심을 작대기가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지게를 졌을 때는 사람의 등이 무게중심을 받게된다. 지게에 실은 짐의 무게에 따라 멜빵의 길이를 조절하거나 새고자리(기둥나무의 윗부분)를 손으로 잡는 등의 방법으로 무게중심을 분산시켜 등과 어깨에 작용하는 하중의 크기를 줄일 수가 있게 된다.

무거운 짐일 경우 지게의 다리가 훨씬 올라간 지게를 사용했다. 이럴 경우 무게중심이 허리로 내려오게 돼 역시 하중을 줄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게를 두고 우리 민족이 발명한 가장 우수한 운반기구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나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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