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방식의 의미 살린 새로운 제형 연구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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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방식의 의미 살린 새로운 제형 연구가 중요합니다”
  • 승인 2011.03.0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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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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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릴레이 인터뷰 44 | 김명동 상지대 한의대 교수

상지대학교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위치한 산 속에는, 장작불로 약을 달일 수 있는 구들장 놓인 조그마한 집이 있다. 2003년 6월 ‘백의초당’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한의대 학생들에게 자연의 변화를 그대로 관찰하고 학습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또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아궁이에 불을 지펴 놓고 따뜻한 아랫목에 도란도란 앉아 한의학 이론에 대해 토론하며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자연의 변화를 알고 자연을 벗 삼아 한의학을 공부한다는 백의초당의 건립배경 뒤에는 바로 상지대 한의대 김명동 교수(52)가 있다.

   백의초당

“백의란 백의(白衣), 백의(白醫) 두 의미 모두를 뜻해요. 세속의 관점을 버리고 순수한 마음 하나로 정성을 다해 약을 만드는 장소이길 바랐고, 이런 과정 속에서 한의학과 한약에 스스로 자신감과 긍지를 갖는 한의사가 되고자 만들게 된 이름이죠.”

백의초당 마당에서 김명동 교수와 제자들
백의초당에서는 학생들이 한약을 만들어볼 수 있다. 어떤 연료로 얼마나 끓였는지, 화력의 높낮이 등에 따라 음식의 맛과 기능은 다르다. 백의초당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참나무 장작을 패고 불을 지펴 한약을 만들기 때문에 재료, 물이나 불 조절 등 변수에 대한 지식을 몸소 배우고 학습할 수 있게 돕고 있는 셈이다.

“힘든 과정이기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기피하기도 해요, 하지만 노동의 시간을 쏟을수록 정성이란 참된 의미를 알게 되고, 그 뒤에 오는 진한 맛을 느끼고 배우게 되는 것이죠. 그 과정을 7년여 넘게 지켜보면서 저 역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 교수는 한의학 교육은 손, 발, 몸이 고단하여 몸에 익힌 실습의 과목들이 보다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맥상을 줄줄 외운다 해도 그 맥상이 실제 어떤 내용인지 반복적으로 진맥하고, 차이가 나는 내용은 보정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입으로 학리적으로는 100점인데, 실제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이고 단순해 보이는 실습이 이뤄져야 됩니다. 머리 좋은 사람은 머리만 믿고 몸으로 하는 일은 가치가 없다며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을 고쳐야 된다고 봅니다.”

   한약의 해석범위 넓히기

김 교수는 또 백의초당에서 제자들과 함께 한약 제법연구에 몰두하며 한약의 해석범위를 넓히는 작업에도 열정적이다.

특히 경옥고 만드는 작업을 10년여 넘게 연구하다보니 다양한 효능을 가진 경옥고를 만들 수 있게 됐고 제작 매뉴얼도 완성하게 됐단다.

“빈혈 환자에게 녹용을 가미한 경옥고, 노인성 질환에 미후도를 가미한 경옥고, 녹내장 등 안과 질환에 사용하는 제조를 가미한 경옥고, 암환자들에게 사용하는 칠근(漆根)을 가미한 경옥고 등을 만들었고, 고압기계를 이용한 약물 추출방법으로 흡수율이 빠르고 보익성이 강한 한약제제를 만들었습니다.”

가스불이나 전열기로 만든 경옥고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곰팡이가 피는데 반해 참나무 장작불로 만드는 전통적인 방법의 경옥고는 어떤 상태에 보관해도 변질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손이 많이 가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김 교수는 전통방식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고 약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 내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약제제를 먹고 몸이 건강해져야 다시 한약제제를 찾을 터인데, 전통방식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말뿐이고 실제로 그 의미를 모두 없애버린 상태의 경옥고라면 소비자들은 등을 돌릴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약을 단순히 끓이면 된다고 생각해서 가스나 전기로 경옥고를 만들면 약효에 문제가 될 수도 있고, 결국 환자에게 죄를 짓는 일이 되고, 더 멀리 본다면 한의학을 망하게 만드는 일이죠.”

   새로운 제형개발에 앞장

한약은 일반적으로 물에 달여서(煎湯) 먹는 탕약으로 인식된다. 동일한 질병이라도 원인과 체질에 따라 약물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진단하는 시점에서 약을 조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급한 병증이나 꾸준히 장기 복용해야 하는 환자의 경우 탕약으로 된 한약 복용이 쉽지 않다고 판단,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한약제제 연구 및 제형의 변화를 시도 중이다.

“탕약을 전탕하여 수분을 제거하는 과정 중 농축된 고를 만들어 환약을 만들기도 합니다. 땅 속에 묻어 두는 방법, 돌이나 황토를 이용해 약재를 굽거나 태우는 방법 등 다양한 한약의 법제 방법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 소나 돼지 쓸개를 이용한 한약제제 개발이나 소뿔의 법제방법도 완성해 임상적으로 효능이 입증됐고, 왕겨 불을 이용한 한약제의 추출방법과 제제를 만들어 큰 효과를 얻는 등 많은 시도를 했고, 현재까지 꾸준히 진행 중입니다.”

김 교수는 끝으로 “한의학이 더 풍성하고 다양한 치료법과 기술이 수용될 수 있도록 내 몸을 낮추는 일에 앞장서고 싶다”며 “아직 한의학은 대접 받을 만큼 노력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신은주 기자

   김명동 교수의 칭찬릴레이 추천

상지대 한의대 이선동 교수는 학생지도에 빈틈없이 엄하면서도 잔정이 많아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만들어 주는 등 선행을 한다. 한방 예방의학의 중요성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려는 노력에도 열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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