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중의약대학 황황선생님 방문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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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중의약대학 황황선생님 방문기(2)
  • 승인 2011.02.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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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태

임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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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병을 볼 때는 ‘효능’보다 ‘안전’이 최우선

“경방은 기본방부터 쓰고 가감은 나중에 하라”

 

식사하기 전 황황 선생(앞줄 왼쪽 두번째)과 기념촬영을 했다. 뒷줄 왼쪽 세번째가 필자이다.
다음은 황황선생님과의 질문과 답변 중에서 흥미로웠던 이야기들입니다.

Q) 부자는 소음인처럼 기운이 약하고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만 써야 합니까?

A) 심, 간, 신, 뇌의 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만 부자를 써라. 그 외의 사람에게는 쓰지 말아라. 특히 혀끝이 빨간 사람에게는 쓰지 말아라.

Q) 용골과 모려는 어떤 때 사용합니까?

A) 둘은 형제지간이다. 용골은 조금 더 인체의 하부로 가고 모려는 조금 더 상부로 간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할 때는 모려를 사용한다.

Q) 황기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A) 황기는 배의 모양이 중요하다. 배가 물렁물렁 해야 하고 음식도 잘 먹는 사람이어야 한다.

Q) 한, 토, 하법도 많이 운용하십니까?

A) 과체를 비롯한 토법은 잘 쓰지 않는다. 하법도 대황은 많이 쓰고 감수의 경우에는 가루로 빻아서 쓰고 파두는 잘 쓰지 않는다.

Q) 약물의 가감은 어떤 식으로 하십니까?

A) 기본으로 돌아가서 기본방을 쓰고 가감은 나중에 해라.

Q) (초간단처럼 기성방이 아닌 몇 개의 본초로 구성된 것을 염두에 두고 질문하였음) 약을 몇 개의 본초군으로 나누어서 쓰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예를 들어 소시호탕에서 시호와 황금만 쓰는 식으로 말입니다.

A) 소시호탕 같은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본초같은 개념이다. 하지만 가감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때에도 시호와 감초는 변하면 안된다. 감초가 빠지면 소시호탕이 아니다. 경방을 쓸 때는 기본방부터 써라. 기본방은 옛사람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가면서 생명과 맞바꾼 처방이다. 계지탕은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약, 하나의 본초의 개념이다. 증량을 해서 쓰더라도 계지 : 작약의 비율, 마황 : 계지의 비율같은 것은 맞춰서 써라. 단, 생지황 같은 경우에는 출혈여부에 따라 비율을 증량하거나 감량해서 쓸 수 있다.

“처방과 병과 체질은 균형을 이뤄야”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남경의 편의점에서 라면을 샀는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온갖 약재들을 봉지에 담고 팔고 있었다. 우리나라 편의점에서 곽향같은 것을 판다는 것은 잘 상상이 안가는 일인데... 
Q) 「십대류방」에서도 황기체질, 계지체질 등의 체질을 언급하셨는데, 체질이란 무엇입니까?

A) 비수, 대소, 흑백을 나눈다. 정신이 맑고 흐린지를 확인하고 음식을 잘 먹는지, 잠을 잘 자는지, 복부가 유연한지, 두텁고 장실한지, 피부가 부드러운지 두터운지, 설태가 두꺼운지, 입술이 어두운지 밝은지 등을 주의깊게 봐라. 나는 한국의 사상체질의학 내용도 공부를 하였다. 처방과 병과 체질이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단, 체질은 만성병에서 논하는 것이지 급성병에서는 체질에 구애되지 않는다. 만성병을 볼 때는 안전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효능이다.

Q) 맥과 체질이 관련되는지요?

A) 그렇다. 예를 들어 완맥, 부맥을 가진 사람은 계지, 활맥을 가진 사람은 반하 이런 식이다. 하지만 심리, 생리, 병리 때문에 맥상이 많이 변하기 때문에 얼굴, 피부, 생김새가 중요하다. 변하는 것보다는 안 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 사실 환자들이 맥에 대해서 많은 것을 물어보고 맥에 대해서 많은 것을 기대하는데, 변하는 것보다는 안 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환자들에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맥보다는 그 사람의 체형기상이나 용모사기 등이 중요하고 증상이 그 다음이고 맥은 마지막인 것 같습니다. 망문문절도 절진은 제일 마지막이니까요. 일단 전체적으로 보고, 아는 것이 한의사에게는 더 중요한 것이고 그렇기 위해선 변하지 않는 것이 더 가중치가 높은 것이겠지요.

Q) 사람들이 단시간에 호전될 수 있습니까?

A) 좋아지려고 한다면 바로 좋아진다. 약을 오래 쓰지 말고 증상이 좋아지면 중단하거나 하루 약을 먹고 하루 약을 쉬고 하는 방향으로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 약은 먹기 쉬운 것이 아니다.

보약이라고 하는 것도 함부로 쓰지 마라. 같은 음식도 계속 먹으면 병이 난다. 고기도 매일 먹으면 안된다. 약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의) 양의사들이 제약회사와 연관이 되어 매일 약을 먹으라고 하는데 그것은 상인이지 의사가 아니다.

경방(상한방)은 치료하는데 쓰기 위한 약이다. 후세의 약(후세방)은 돈을 벌기 위한 처방이다. 적은 분량의 여러 가지 약재를 섞어 보약이나 건기식처럼 처방하는 것은 양의사들이 제약회사와 연관하여 돈을 벌기 위한 것과 다름없다.

경방을 쓰면 목숨을 걸고 처방을 했던 예전의 의사들의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 장중경 시대에는 진료에만 힘을 쓰고 못하면 때리거나 죽였기 때문에 그 시절에는 경방의 효과가 컸다. 그리고 그 시대에는 병이 치료되면 더 이상 약을 먹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은 계속 먹으라고 한다.

“돈에 눈먼 (중국)양의사 많아”

Q)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약을 오랫동안 먹어야 하지 않습니까?

A) 그럴 때는 탕약이 아닌 환이나 산으로 만들어서 오랫동안 쓰게 해야 한다. (중국의) 양의사들은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의사들은 적은 돈으로 백성을 치료하려 한다. 양의는 치료보다 연구, 실험에 경도된 사람이 많다. 중의는 아픔을 덜어주고자 한다. 중의는 몸을 열지 않고도 치료를 한다.

※ 이 부분에서 느낀 바가 많았는데 특히 정관장같은 건기식 회사들이 떠오르더군요. 한의계 내부에서도 산업화다 뭐다 해서 의견이 분분한데 중요한 것은 기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중국 내부에서도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을 하는 사람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젊은 의사들이 동양의학을 하기보다는 서양의학을 많이 하고 동양의학을 하는 사람들도 한방처방만을 하기보다는 양방치료를 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중국의 동양의학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주목됩니다.

그리고 또 기억에 남았던 말이 있습니다.

“만성병에는 중의가 서의보다 훌륭하다. 급성병에서도 중의가 서의에 뒤지지 않는다. 아시아인이 동양의학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출판사 관련 업무를 하셨던 분에게) 나의 책이 출판되었다니 고마운 일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동양의학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최근에 출판된 책은 중국어판 다음에 독일어판 그리고 영어판이 나왔다고 하는데요, 독일에서도 한의학을 많이 한다고 하면서 불법으로 출판되었던 선생님의 몇몇 저서에 대하여 서운한 감정을 내비치시기도 하였습니다.

많은 한의사들이 불법적으로 책을 복사하거나 출판사 자체에서 불법적으로 번역하여 출간한 것을 내막을 모르고 사기도 하는데 다 같이 좀 생각해 볼 일입니다. 〈계속〉

임정태 / KIOM(한국한의학연구원) 블로그 기자단 3기(경희의료원 한방병원 한방순환신경내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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