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천연물 의약품 정책(2) - 한의계가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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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천연물 의약품 정책(2) - 한의계가 나아갈 길은 무엇인가?
  • 승인 2011.01.27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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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의료실천연합회(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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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진단·처방 거쳐야 효과와 부작용 통제 가능
‘생약제제’ 아닌 ‘한약제제’로 분류되는 것이 마땅

 1.  천연물의 의약품 산업발전협의체의 구성

지난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청(청장 노연홍)은 전통의약지식에 기반한 안전하고 우수한 천연물의약품 공급을 목표로 2011년부터 새롭게 시행할 각종 정책을 소개하였다. 한약(재)의 품질을 더 정밀하게 관리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과 더불어, ‘천연물의약품산업발전협의체(이하 협의체)’의 구성이 눈에 띄는 항목이다. 국내 천연물 신약의 개발 역량을 높이고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식약청에서 천연물 신약에 대해 기존에 발표한 자료들과 비교하여 차이점을 살펴보면,
- 천연물 의약품, 생약제제 등 용어의 정리를 첫 번째로 꼽고 있다.
- 한약제제의 표준제조기준 범위, 한약제제의 잔류 오염물질 기준 재검토, 한약제제 제형 변경시 자료제출 범위의 합리적 개선 등 한약(제제)과 관련한 항목이 늘어났다.
- 천연물 신약을 무조건 쉽고 간편하게 개발하겠다는 기존 목표와 달리, 천연물 의약품의 품질 동등성 확보를 위한 평가 적용범위와 시기 등에 대해 논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천연물 신약에 대한 개발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추진해온 기존의 정책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2. 협의체의 구성에서 강력하게 요구할 부분

한의계가 위 협의체에서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사항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한약제제, 생약제제, 천연물 신약’ 용어의 정립이다. 2010년 4월에 이미 ‘한약 용어 재정립’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이 용어의 정립을 위한 정책 추진이 있었다. 하지만, ‘한약’을 ‘생약’이라는 용어로 포장하여 판매하고 약사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서 이 사업은 좌절되고 말았다.

현재 ‘한의서에 수록된 문헌수재 처방’의 효능을 차용하여, 정당한 독성검사와 임상시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약사들이 ‘생약’이라고 손쉽게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은 ‘생약’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생약’이 누구에게나 안전하다는 근거는 전무하다. 이는 병증에 맞는 환자에게 한의사의 진단을 거쳐서 투여해 왔기 때문에, 그간 별다른 부작용이 부각되지 않았던 것일 뿐이다.

실제로 제약업계는 문헌수재처방인 방풍통성산을 차용해 ‘살사라진’이라는 생약으로 개발한 후, 2007년 70억의 연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매출은 점차 줄어 지난해 약 20억원대까지 추락했으며, 이는 제약회사 관계자의 말처럼 “체질과 한의학적 병증분류에 따라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누구에게나 효과가 있는 생약’인 것처럼 착각했기 때문이다.

즉, 누구에게나 투여할 수 있는 ‘생약’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제 ‘한의사의 처방’을 거치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가능하다는 반증이다. 그렇지 않고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거쳐야 그 효과와 부작용을 통제할 수 있다면, 이는 ‘생약’이 아닌 ‘한약’제제라 분류되는 것이 마땅하다.

둘째 ‘생약과 천연물 신약’ 개발과정의 정당성이다. 기존의 한약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생약과 천연물 신약’은 현재 약리작용과 독성검사 등이 면제된다. 한의사들이 장기간 환자에게 투여해 왔기 때문에, 그 효과를 인정함과 동시에 독성검사를 면제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로 ‘생약과 천연물 신약’이 만들어진 후 현재 이 약품을 다루는 것은 바로 의사와 약사이다. 이들은 한의사의 진단으로 상기 약품을 처방할 수 있는 한의사가 아니다.

국내의 천연물 의약품에 상응하는 미국의 ‘Botanical Drug’의 경우에도 독성과 임상1상 시험을 면제하는 약초들이 있다. 이러한 약초의 종류는 한정돼 있다. 건기식으로 오랫동안 쓰였어도 부작용과 독성이 없다고 시장에서 증명된 것이나, 각종 실험에서 독성이 발견되지 않은 것들에 한해서이다. 우리나라처럼 ‘기존한약서’에 수재돼 있다거나 한의사들이 오랫동안 사용해왔던 처방이라고 해서 독성, 임상시험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

의사와 약사가 처방하려면 ‘서양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약리작용, 약동력학적 임상시험, 독성시험 등의 과정을 거친 ‘생약과 천연물 신약’을 처방하는 것이 정당하다. 한의학적 진단을 이해하지 못하는 ‘의사와 약사’가 상기약품을 사용하면서, 국민건강에 미치게 되는 해악은 그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의당 제품 개발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정당한 절차 없이 무분별하게 신약개발이 진행된다면, 처음 제품 개발 착수는 손쉬울 것 같지만, 그렇게 개발된 약은 결국 국민건강에 해악을 끼치고, 폐기처분되어야 하는 처지가 될 것이다.

또한, 상기의 ‘생약 및 천연물 신약’은 국내에서는 ‘약품’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약리작용과 독성검사 등의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시장에서는 자료제출 부족으로 ‘건강기능식품’의 분류에 들어간다. 정부 각 부처에서 향후 미국 등 해외시장의 진출을 염두에 두고 지원하고 있는 현황을 고려할 때, 상기의 제품 개발과정에서 정당한 절차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다.

셋째 ‘한약제제’에 대한 한의사의 처방권이다. 한약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많은 약품들이 ‘생약과 천연물 신약’이라는 이름으로 의사와 약사가 사용하고 있다. 살사라진을 비롯하여 스티렌정, 조인스정 등이 그 예이다. 이에 대하여 상기의 제품 개발과정의 문제점과 한의사 진단의 중요성 등을 부각시키고, 이런 약품들에 대한 한의사의 처방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도 당연한 과정이다.

 3. 최우선 과제는 용어의 정리

요약하자면 상기 협의체가 구성되면, 현재 ‘생약 및 천연물 신약’의 무분별한 개발과정과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 역효과 등을 제기하고, 더 정당한 ‘생약 및 천연물 신약’이 개발되도록 강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생약’ 대신 ‘한방 생약’이라고 표현하며, 천연물 신약 앞에 한방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애매하게 ‘한방’을 차용하고 있는 현재의 문제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한의사의 진단’을 거쳐야 처방을 할 수 있는 ‘한의약품’의 권한을 더 많이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애매하게 ‘한방’이라 차용하고 있는 용어정리가 최우선 과제이다. <계속>

 참의료실천연합회(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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