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읽기 | 글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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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읽기 | 글러브
  • 승인 2011.01.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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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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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추위도 녹여내는 감동의 에너지

최근 무수한 폐인을 양산했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보면서 달달한 사랑의 감정을 느꼈지만, 드라마가 종방하면서 가슴 한 구석이 텅 빈 것처럼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체 관람가 영화 한 편을 통해 이 겨울 추위를 이길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야구 월드컵인 WBC에서 멋진 경기를 보여주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야구가 2010년 프로야구 관중 600만명을 돌파하면서 명실상부한 국민스포츠로 자리매김한 상황 속에서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 <글러브>와의 만남은 스토브리그인 겨울에 야구를 못 봐 아쉬워하는 필자 같은 야구팬들에게는 야구와 함께 감동도 같이 느낄 수 있는 값진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한 때 프로야구 간판 투수였던 상남(정재영)은 음주 폭행사건을 일으켜 사회봉사명령을 받게 된다. 상남은 매니저 철수(조진웅)의 간곡한 부탁으로 청각장애인학교인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의 임시 코치직을 맡게 된다. 실력도 없고, 교체 선수도 없는 성심학교 야구부 아이들의 목표는 전국대회에서 1승을 거두는 것이다. 이렇게 순수하게 야구를 사랑하는 아이들을 본 상남은 꿈 많았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천하무적 야구단’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이 있었다. 야구를 즐기는 연예인들이 모여 좌충우돌하면서 전국 사회인 야구대회에 출전해서 수차례 콜드게임패를 하기도 했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1승씩 추가하기 시작하면서 선수들도 함께 성장해 나가는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이었는데 평소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꽤나 즐겨 보던 프로그램이었다.

사실 <글러브>에 나오는 충주 성심학교도 천하무적 야구단과 경기를 했었던 낯익은 팀이라 영화 속 감동이 배 이상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여타의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의 공식과 관습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에 어떤 결말을 이루어낼지 영화 보기 전에도 알 수 있을만한 ‘뻔한 감동의’ 영화일 수도 있지만 <글러브>는 이러한 단점을 장점으로 살리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고 있다.

작년 <이끼>에서 호흡을 맞췄던 정재영과 강우석 감독이 다시 힘을 합쳐 만든 <글러브>는 2시간 24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이 약간 부담스럽지만 청각장애를 가진 야구부 학생들을 연기한 젊은 배우들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만으로도 1월의 한파를 녹일 있는 영화가 될 것이다. 2010년 너무 ‘센’ 영화들만 보다가 오랜만에 온 가족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한국영화이기에 2011년을 따뜻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감독 : 강우석 출연 : 정재영, 유선, 강신일, 조진웅, 김혜성,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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