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흠정만주원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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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흠정만주원류고>
  • 승인 2010.11.0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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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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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주석… 일반 독자들 접근 용이
신라 강역 길림‧ 요령성 일대까지
풍부한 주석… 일반 독자들 접근 용이

<흠정만주원류고>
이병주 감수. 남주성 역주. 글모아출판 간

만주 지역은 역사적으로 우리 한민족과 과연 어떤 연관을 갖고 있는가? 그곳에는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이 있고, 숙신을 비롯해 부여, 읍루, 고구려, 발해, 금나라, 청나라가 각각 근거지로 삼고 단군의 후예로서 명맥을 이어왔다. 더욱이 우리가 언제나 자랑스러워 하는 고구려가 중원 대륙을 통일한 수‧당의 침략을 쳐부수고 민족의 웅혼한 기상을 떨치던 곳이다. 그러나 고구려, 발해 이후에는 우리 역사책에서도 더 이상 등장하지 않고 사라져 버려서 우리에게는 잊힌 땅이기도 하다.

만주 지역은 우리 민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도 그 역사를 기록한 것이 제대로 전하지 않고, 청나라 이전까지는 만주의 역사 지리 문화를 폭넓게 다룬 책도 거의 없다. 17세기 초, 건주여진이 청(淸)을 세우고 나서 만주의 역사와 지리를 기록할 필요성을 느끼면서 1777년 건륭(乾隆) 황제의 지시에 의해 한림원 주관으로 당대 최고의 관학자(官學者)들과 관리 30여 명이 참여해 총 20권으로 구성된 역사서 <흠정만주원류고 欽定滿洲原流考>가 편찬됐다.

<흠정만주원류고>는 기존의 역대 사서와 지리지, 개인 문집 등에서 만주와 한반도에 관련된 방대한 자료를 모아서 엮었다. 편찬자는 기존 기록에 대해 여러 가지 증거를 들어가며 자세한 견해를 덧붙였으며, 일찍이 단재 신채호 선생도 <조선상고사 朝鮮上古史>에서 <흠정만주원류고>의 사료적 가치를 높이 평가한 바 있다.

특히, 이 책은 신라의 강역이 현 길림성과 요령성의 철령(鐵嶺) 및 개원(開原) 일대에까지 이르렀고, 백제의 강역은 요령성의 금주(錦州) 의주(義州) 해주(海州)와 개평현(盖平懸)에 미쳤다고 분명하게 기술하고 있다. 종래 우리 국사 교과서가 삼국통일 이후 신라의 북방경계선은 대동강과 원산만을 잇는 선에서 그친다고 기술한 것과는 크게 차이가 있는 것으로서 역사 지리에 관한 기존 인식을 뒤흔들어 놓는 것이다.

그런데도 흠정만주원류고는 출간 230년이 넘도록 한글로 옮겨지지 못해 일부 전문가만 참고했을 뿐이고, 사학계조차 그 가치를 제대로 조명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사실을 안타깝게 여긴 현직 공무원이 3년 동안 작업을 거쳐 한글로 완역해 출간했다. 번역의 충실을 기하기 위해 이병주 전 영남대 사학과 교수의 감수를 거쳤다.

이 책은 부족(部族) 관련 부문에서 청(淸)을 세운 만주족(滿洲族)의 선조로서 숙신(肅愼)을 제일 앞에 내세우고 있다. 또한 주요 국가 또는 부족으로서 부여(夫餘), 읍루(挹婁), 삼한(三韓), 물길(勿吉), 백제, 신라, 말갈(靺鞨), 발해(渤海), 완안부(完顔部)와 건주여진(建州女眞) 등을 들고 있다. 즉, 청나라를 건국한 만주족은 숙신을 자신들의 원류로 보고 말갈과 여진족은 그 뒤를 잇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헌데 말갈족은 고구려를 형성한 주요 부족이고, 고구려 유민들과 연합해 발해가 건국됐다. 그 뒤 여진족(女眞族)으로 이름이 바뀌어 금(金)과 청을 세웠으니, 결국 여진족은 고구려와 발해의 후예인 셈이다. 때문에 <흠정만주원류고>는 우리 한민족의 역사와 그 활동 강역 및 풍속을 기록한 소중한 책이나 다름없다.

이번 역서는 한문 원문과 함께 풍부한 주석을 달고, 지리를 설명한 대목에선 고대 지도와 현대 지도를 병기, 현실적 이해를 돕기 때문에 만주의 역사와 지리를 연구하려는 사람들은 물론 일반 독자들도 접근하기가 용이한 편이다.

현재, 중국은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마저 한족(漢族)들의 변방 역사로 편입하려는 소위 ‘동북공정’을 추진하며 역사 침탈행위에 나서고 있다. 이런 역사 침략에 대응하려면 만주 땅에서 이뤄진 우리 민족의 역사, 지리와 문화 전통을 알아야 한다. 정치된 대응논리도 그 안에서 나온다.

백상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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