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66)- <橘譜>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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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66)- <橘譜>①
  • 승인 2010.11.0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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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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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특산 鄕藥, 감귤

 

 

고의서 산책(466)- <橘譜>①
제주 특산 鄕藥, 감귤 

 

 

 

 

 

계원귤보 귤 그림.
이 귤보는 지난 호에 소개한 鄭運經(1699∼1753)의 <탐라문견록>에 부록되어 있는 글로 다른 편과 내용도 많이 다르고 저자가 남긴 별개의 서문이 붙어 있어 독자적인 성격을 갖추고 있다.

귤은 맛이 좋고 저장성이 좋아 겨울철에 선호하는 대표적인 과일로 여겨지지만 진피나 귤피, 청피 등 여러 가지 약재의 원재료인지라 본초약재로서 의미도 매우 중요하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醫院 種養藥材라는 표현이 있는데 자연산 토산품이 아니라 재배 약재를 말한다. 특히 <탐라지>에는 藥圃를 두어 梔子, 榧子, 地殼, 杜冲, 冬栢, 石榴, 苦練, 百日紅, 無患子 같은 약재를 재배하고 果園조에 감귤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재배식물이 기록되어 있는데, 약재로서 구실이 컸다고 한다.

1732년에 저자가 쓴 짤막한 서문을 보면 “우리나라는 과실의 품종이 아주 많지만 유독 귤만은 탐라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차고 모진 바람을 겁내므로 열매 맺는 것이 많지 않아 공물로 바치기에도 늘 부족하다. 그래서 사대부들 사이에서 몹시 진귀하게 여긴다.……”고 하였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귤은 제주의 상징이자 내륙에서는 함부로 맛볼 수 없는 귀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남해안 일대와 삼남 지방에 감귤이 재배 가능하게 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고 기온이 급속도로 따뜻해져 전라북도에서도 한라봉이 출시된다고 한다. 산천을 바꾸어 특산품이 나오게 되었으니 금석지감이 든다.

저자는 또한 귤의 종류가 여러 가지여서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며 맛도 천차만별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이 <귤보>를 지어 상중하 3품으로 구분하고 색깔과 맛을 적어둔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바로 <신농본초경>에서 3품 약성을 나누어 기록한 뜻과 부합되는 것이다.

“약용은 청귤인데, 푸른 열매를 따면 靑皮가 된다. 산귤은 약에 넣어 陳皮라 했다. 지각은 오직 약용으로 쓸 뿐이다”

따로 목차가 달려 있지는 않지만 상품 5종에는 乳柑, 大橘, 洞庭橘, 唐柚子, 靑橘이 수록되어 있고, 중품 5종에는 唐金橘, 柑子, 小橘, 倭橘, 金橘이, 하품 5종으로는 橙子橘, 石金橘, 山橘, 柚子, 枳殼이 있다고 하였다. 3품마다 5종씩 모두 15종을 실었지만 모두 귤의 품종이라 말하기 어렵고 다른 사람이 쓴 귤보에도 여러 가지 귤의 품종이 수록되어 있지만 서로 다른 것이 많아 저자가 대표적인 귤의 종류만 꼽아 선별하여 수록했음을 알 수 있다.

여러 가지 귤의 종류 중에 약용으로 쓰이는 것은 청귤인데 푸른 열매를 따면 靑皮가 된다고 하였다. 산귤은 껍질이 모가 나 울퉁불퉁한데 약에 넣어 陳皮라 한다고 했다. 지각은 비록 잘 익어도 맛이 시고 매워 입에 써서 사람들이 먹지 않으며, 약용으로 쓸 뿐이라고 하였다. 地殼은 傳本에 따라 枳實로 표기된 곳도 있는데, 알다시피 채취 시기에 따라 약 이름을 구분할 뿐이고 원식물은 한 가지이다.

일찍이 晉나라 때 나온 <南方草木狀>에는 柑은 橘의 貴種이라 하였고 宋의 陳藏器가 10여 종을 해설하였다. 또한 明의 李時珍은 <본초강목> 果部에서 6종의 품종을 설명하였다. 우리나라 문헌에서는 <신증동국여지승람>, <고사촬요>, <동의보감>, <도문대작>, <증보산림경제>, <재물보> 등에 수록되었으나 비교적 단편적으로 기술되어 있고, 서유구의 <林園經濟志>에 이르러서야 체계적으로 상세하게 종합되어 있다.

<동의보감> 탕액편에는 橘皮는 동정귤로 靑橘皮는 푸른귤로 표기했으며, 유자와 지실 등이 기록되어 있다. 귤피조에는, “我國에는 오직 제주에서만 산출되며, 靑橘, 柚子, 柑子 등이 모두 거기서 생산된다고 하였고 껍질과 果肉, 橘囊上筋膜, 橘核 등의 부위를 구분하여 약효를 논했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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