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65)- <耽羅聞見錄>
상태바
고의서산책(465)- <耽羅聞見錄>
  • 승인 2010.10.27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contributor@http://


바다 밖 세상, 異域의 物産

 

 

고의서 산책(465)- <耽羅聞見錄>
바다 밖 세상, 異域의 物産 

 

 

 

 

 

탐라문견록 표지 및 본문.
1732년 제주목사로 부임하는 아버지 鄭必寧(1677∼1753)을 따라 제주섬에 건너간 鄭運經(1699∼1753)은 그곳 사람들로부터 전해들은 어민들의 표류담과 제주에서 경험한 풍속과 물산을 기록하게 된다. 정운경은 자가 道常, 호는 東里로 동생 鄭運維(1704∼1772)는 문과 급제 후 영조의 신임을 얻어 대사간, 공조판서 등 요직을 거쳤으며, 운유의 아들이자 그의 조카인 鄭喆祚(1730∼1781)는 조선의 다빈치라 불리는 인물이다.

이 책은 몇 편의 서로 다른 내용이 합해져 있는데, 瀛海奇聞, 耽羅記, 循海錄, 海山雜誌, 耽羅聞見錄, 橘譜 등 여섯 편의 글로 엮어져 있다. 이 중 해외에 표류한 사람들의 견문을 기록한 탐라문견록이 본문의 태반을 차지하는데, 安南(베트남), 대만, 일본의 翠芳島나 사스마, 대마도, 流球國(류우큐우)에서 겪은 기록이다. 이들은 풍랑을 만나 뱃길을 잃고 바다 위를 떠돌다가 운이 좋게 귀국한 사람들이었고 돌아오기까지의 우여곡절과 흥미로운 이국 풍물을 전해주게 된다.

먼저 탐라문견록 가운데 몇 가지 눈에 띄는 것을 살펴보자. 안남국의 물산으로 白檀과 龍眼, 荔支, 桂椒, 生薑, 土卵, 蔗草(사탕수수), 檳榔 등의 약재가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대개 남방산으로 중국을 통해 수입하여 사용했을텐데 직접 출산물을 보게 된 것은 매우 희귀한 경험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사탕수수를 베어 맷돌로 즙을 눌러 짜서 솥에 넣고 졸여 설탕을 만든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줄기가 흰 것은 설탕과 사탕이 되고 붉은 것은 흑설탕이 된다고 했다. 설탕을 구하기 어려웠던 당시로선 무척 흥미로운 광경이었을 것이다. 

해외 표류민들의 견문기록 태반
베트남 대만 일본 이국풍물 전해


일본에 표류했던 난민의 경우, 당시 나가사키의 데지마에 네덜란드 商館의 의사로 와있던 프란츠 폰 지볼트(Siebold)가 그린 조선 난파선과 제주표류민을 그린 그림이 전해지고 있다. 또 돗토리 현립도서관에는 갓 쓴 양반이 장죽을 물고 있는 조선표류민도가 남아있어 책속의 기록이 당시 상황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을 알 수 있다.

류우큐우의 토산품은 白銀과 鍮錫, 硫黃 등이다. 유황이 특히 많아 공물로 바치는 것은 오로지 유황만 쓴다고 하였으니 대개 조선 전기에 유구의 유황이 공물로 바쳐졌고 후기에는 일본을 거쳐 무역된 사실과 부합한다. 고구마 얘기도 등장하는데 덩굴로 자라는 채소가 있어 맛이 달고 물러 사람이 먹기 좋으며, 끼니를 대신할 수 있어 굶주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여기저기 심는데, 덩굴 하나에 몇 백 뿌리를 수확할 수 있으며, 속명은 林委라고 기록하였다. 

영해기문은 여러 책에서 제주에 관한 기록을 모아놓은 것인데, 白湖 林悌는 바다 근처의 초목은 모두 짠 기운이 배어있고 한라산 남쪽은 瘴氣가 심하다고 하였다. 또 다른 책에서는 봄여름 안개가 심할 때는 온 섬이 시루 속처럼 푹푹 쪄서 백성 가운데 곱사등이가 많고 헌 부스럼이 몸에 가득하니 풍토병이 시달린 까닭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직접 답사한 기록, 탐라기에는 김명곤이라는 약초꾼이 동행한다. 약초꾼 김명곤은 새벽 일출을 보면서 다음과 같이 재치 어린 말을 남긴다. “반평생 바다의 끝이 어딘 줄 몰랐더니 해 뜨는 곳이 바로 끝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해산잡지에는 이런 글도 보인다. 제주에는 온돌이 없고 온 집안의 식구들이 화로를 둘러싸고 온기를 취한다. 양생의 도구가 미처 갖추어지지 않았고 산과 바다에서 눈보라를 맞으며 힘들게 일하지만 편안하게 여겨 만족하니 마음 쓸데가 없다. 그래서 삶을 보전할 수 있으며, 늙어도 쇠하지 않는다. 저자는 또 남극성인 壽星이 잘 보이기 때문에 장수하는 이가 많다고 하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소견을 적어 놓았다. 그들의 形苦志樂하고 담박한 생활이 장수의 비결일 것이라는 뜻일까? 번역서가 시중에 나와 있으니 구해 볼 수 있으며, 귤보는 다음 회에 따로 소개하기로 한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