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통합 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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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통합 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 승인 2010.10.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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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승

장욱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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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통합 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한의사 직능 필요한가? 현대의료기기를 왜 못 쓰고 있는가? 의료 통합되면 한의사 경쟁력이 향상될까? 한의대는 필요한가? 등은 꼭 생각해 봐야 한다”

한의사협회나 의사협회 모두 정확한 형태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의료 일원화 관련 협의체가 꾸려진 것은 사실인 듯싶다. 한의사 제도가 만들어진 이래 의료 일원화란 말은 대부분 양방에서 주장한 표현이다. 일원화란 표현은 의사의 사회적 권위에 해가 된다고 판단해온 의사집단에서 줄기차게 주장된 바이고 실상은 한의사 죽이기 형태로 많이 표출되었다.

그러나 최근 제기되는 의료 통합은 한의 일각에서도 주장한다는 면이 예전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한의사가 의료기사지휘권과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고 기타 전체 사회의 의료시스템에서 자꾸 누락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선 의료법 등 법률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적․법률적 문제는 수십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반면 의료환경은 날이 갈수록 빨리 변하니 현실적 대안으로 의료 통합을 주장하는 한의사들이 점점 늘어나는 게 사실이다.

의료 통합에 대한 방식이나 최종 형태는 사람들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다음의 4가지 부분은 한번 꼭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첫째 ‘한의사라는 직능이 필요한가?’ 이를 돌려 말하면 의사와 다른 역할이 있느냐는 질문이다. 환자 치료와 질병 예방이라는 대전제에서 한의사도 의사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질병관과 치료방식이 다르기에 여태까지 이원화가 존재했다. 현대의학도 나름대로의 한계를 인식하고 보완대체의료를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이긴 하다.

현대의학에서 현실적으로 한의학적 치료방식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질병관이 달라졌는지는 의문이고 앞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높은지도 회의적이다. 그렇다면 통합의사가 생겨나도 기존 현대의학적 질병관과 다른 질병관을 가진 의료에 대한 수요는 존재할 것이며 지금의 한의사가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보다 더 불확실하고 질 낮은 치료를 국민들이 받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는 필요한 것인가? 필요하다면 왜 못 쓰고 있는가?’ 현대의료기기, 가까이에서는 혈압기부터, 넓게는 MRI, 각종 유전자검사까지 모든 과학적 도구를 한의사가 활용하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양질의 서비스가 되느냐의 문제이다. 한의사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쓰면 안된다는 게 여태까지 양방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소정의 교육과정을 받은 한의사에게는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의사의 이익 때문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정치적인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의사에게 침구 치료를 허용할 것인가? 이런 반대 논리를 한의사 집단이 받아들일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셋째 ‘의료 통합된 환경에서 현재 한의사는 경쟁력이 향상될 것인가?’ 한의사들이 예전보다 의료 통합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경제적 환경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개원 10년 이하의 한의사들이 갑자기 늘어났고 취직하기도 힘들면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양방에서는 이런 문제를 병원이라는 시스템이 받쳐 주기에 버티는 것이다. 반면 한방병원은 규모도 작고 영세한 경우가 많아 젊은 한의사들을 받쳐 주기엔 터무니없이 미비하다. 만약 한방병원이 더 커지고 늘어난다면 지금처럼 의료 통합 주장이 힘을 얻을까?

그런데 만약 한의사들이 의료 통합이 되어도 병원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면 지금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양방과 합쳐지면 의사 수만 거의 9만이 넘는다. 옆에서 만약 내과나 소아과 등에서 침 치료 다 한다고 가정할 때 의원급에서의 경쟁력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양방에서도 의원들 폐업률이 가장 높은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결국 한방 의료에서 병원급 진료를 개발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넷째 ‘한의과대학은 필요한가?’ 현대 사회와 같은 시스템에서 학문의 발전은 대학을 통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의학의 발전 없이 한방의료의 존재 가치가 있는가? 그러므로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한의과대학과 해당 한의학과들의 존재가 필요하며 이를 유지시키는 방안에 대해서 우리가 더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장욱승/ 용정경희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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