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일원화 단상- 백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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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일원화 단상- 백유상
  • 승인 2010.10.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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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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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귀중한 모두의 자산
한의학, 귀중한 모두의 자산

의료일원화 단상 

1993년 졸업반으로 한창 진로를 생각하고 있을 무렵 1차 한약분쟁을 겪었다. 당시 학생대표 자격으로 약사협회를 항의 방문했을 때 그쪽 임원들의 말 중에 한약도 약이므로 우리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이 분들이 한의학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필자는 한의학은 하면 할수록 어려운 학문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대체로 한의학은 신비스럽고 한의사들은 고리타분하며 다른 분야와 잘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파트너십의 정신이 충분하고 오히려 한의학의 참모습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그러나 한의학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전문성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의 주장까지 찬동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화와 소통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며 실제로 서로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도 요구된다.

의료 일원화는 한의계의 아주 오래된 화두이다. 따라서 필자도 일원화에 대하여 오랫동안 생각을 해보았다. 의사협회에서는 의사 라이센스 이외에 별도로 독립된 의료 관련 라이센스가 존재하는 것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것 같고 대다수의 의사는 일원화에 대하여 무관심하다. 반면 한의사들은 현대의학의 여러 장점을 수용하고 활용하고 싶은데 법적인 제약이 많은 것을 불편해 한다. 그 정도의 불편을 해소하는 방법은 현재의 한의사 업무범위를 조금 확장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의사들은 그것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피차 양보 없이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목적 무리하게 의료 일원화 추진
진정한 통합 아닌 기형적 면허제도 탄생


의료일원화의 원래 의미는 라이센스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만약 하나의 라이센스 안에 예전의 한지의사처럼 업무범위를 제한하는 또 다른 조건이 포함된다면 엄밀한 의미에서 일원화가 아니다. 필자는 많은 한의사에게 묻고 싶다. 만약 의사면허를 얻으면 대한민국 의사로서 그 많은 의무와 책임을 다할 능력과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미 기득권층인 기성 한의사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으로 무리하게 의료일원화를 추진할 경우, 진정한 통합이 아닌 이상한 형태의 기형적인 면허제도가 만들어질 지도 모르며 또한 밀실의 빅딜에 의하여 한의학 가치를 상실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필자가 한의학 가치를 생각하는 것은 맹목적인 민족주의와 같은 것이 아니다. 한의학을 활용하여 질병을 현재 치료하고 있거나 미래에 치료할 수 있는 잠재적 가치를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파악하고 그에 합당한 사회적 지위를 가지는 것, 그리고 한의학 스스로 발전의 사이클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자체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것. 이러한 것들이 한의학 가치와 관련된 중요한 요소들이다. 스스로의 발전 동력을 잃고 사라져간 다른 나라의 전통의학 역사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필자는 한의학의 학문적 가치를 탐구하고 연구하고 교육하는 것을 약화시키거나 훼손하는 어떠한 것에도 반대한다. 그러나 한의학을 다른 분야의 전공자에게 알리고 교육하며 공동으로 연구하는 것에는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소통을 추구해야 하며 여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의학 가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해야 할 귀중한 모두의 자산이다. 어느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사고 팔아선 안될 무형의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백유상/ 경희대 한의대 원전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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