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 읽어내는 깊이 ‘넉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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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읽어내는 깊이 ‘넉넉’
  • 승인 2010.10.22 09: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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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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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독서처방>
행간 읽어내는 깊이 ‘넉넉’
책에서 위로받고 치유책 찾다

<마녀의 독서처방>
김이경 지음. 서해문집 펴냄

맑고 차가운 아침 이슬이 나날이 선선해짐에 따라 차츰 서리로 바뀌고 있습니다. 아직도 한낮에는 따사로운 햇살 때문에 더위를 느끼기도 하지만, 한로(寒露)와 상강(霜降)이 함께 든 이번 달이야말로 명실상부한 가을인 것 같습니다. 요즈음이 ‘독서의 계절’로 적기(適期)라는 말인데, 마음을 살찌울 양식 1~2권쯤은 찜해 놓았겠지요? 아니, 아직도 고르지 못했다고요? 그렇다면 이 책부터 한 번 읽어 보세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어떤 책을 집어야 될지 자연스레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김이경 님의 <마녀의 독서처방>은 소위 ‘책에 관한 책’입니다. 저자가 이미 독파한 책들에 대한 감상이나 비평 등을 한데 모아 묶어낸 책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근래에 ‘책에 관한 책’들이 상당히 많이 나왔습니다. 언뜻 떠올려도 표정훈 님의 <탐서주의자의 책>을 위시해서, 정혜윤 님의 <침대와 책>, 이권우 님의 <책 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 정제원 님의 <독서의 즐거움>, 최성각 님의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 이현우 님의 <로쟈의 인문학 서재>, 요네하라 마리의 <대단한 책>, 볼프강 헤를레스의 <책 vs 역사>, 장정일 님의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등등 한두 권이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굳이 이 책을 추천하는 까닭은 다른 책들보다 쉽고 간결하며 정확한 어휘로 맛깔스런 문장을 구사하면서도, 책의 행간을 파악해 내는 깊이 또한 절대 모자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섬세하고 따뜻한 글을 읽노라면, 정말 책이 마음의 양식을 넘어 쓰라리고 아플 때 긴요한 처방전도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거든요.

책은 총 여섯 단락으로 나뉩니다. 각 단락은 설렘․사랑․치유․희망․위로․이별 등의 이름으로 구별되는데, 이들 각 단락 밑에는 다시 은근히 잘난 척하고 싶을 때․바람 피우고 싶은 날․낙방생을 위하여․안면홍조증에 대처하는 법․영어가 뭐기에!․죽음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등등의 소제목이 달린 글 꼭지 8~10개가 들어있습니다.

물론 소제목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저자는 사소한 일상의 필요부터 깊은 마음의 상처까지 자신이 책에서 해결책을 찾고 책에서 위로를 받아온 경험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나누고자 합니다. 가령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를 소개할 땐 이런 식이거든요. “아처가 엘렌을 통해 자기 안에 숨은 또 다른 자기를 발견하고 감동하듯이, 우리는 사랑을 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모습에 놀라고 그런 자신을 사랑하게 됩니다. 모든 사랑은 그래서 자기애의 표현입니다. 간절히 사랑하는 사람을 가졌는데도 지금 불행하다면, 그건 그 사람이 변해서가 아니라 내가 변해서입니다. 그 사람을 통해 발견했던 내 모습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의계에도 이런 비슷한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상한론에 관심이 많다면 이걸 읽어라, 내경에 대해 깊이 알고 싶다면 저걸 보거라, 사상의학의 진수를 파악하려면 이것을 펼쳐 보거라, 음양오행에 대해 여전히 아리송하다면 그걸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는 그런 책 말이에요. 아, 참, 그러고 보니 음양오행에 대한 책은 10년도 전에 이미 나왔구나!

안세영/ 경희대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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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0-10-22 11:22:32
안세영 교수님 글은 항상 인문학의 향기와 학자적 사색의 깊이가 물씬 풍겨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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