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의 약속’ 실현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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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의 약속’ 실현되다
  • 승인 2010.10.2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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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경 기자

김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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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한의학세미나 모스크바서 개최
‘20년 전의 약속’ 실현되다
한‧러 한의학세미나 모스크바서 개최
故 배원식 회장 1989년 방문시 제안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9월30일 학술세미나가 개최된 러시아 모스크바 남부 대통령실 산하 공무원아카데미 메디컬센터 국제회의실.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 벽안의 러시아 의사 50여명이 한국에서 온 강사들의 한의학 학술강의에 귀를 쫑긋 세우며 경청하고 강의내용을 하나라도 놓칠까 싶어 열심히 필기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들 참석자는 러시아 주요 스포츠 종목 국가대표팀 팀닥터 또는 모스크바와 지방 도시에 소재한 국립의대 교수들. 한국 측 강사인 이종안 원장(배원식한의원)은 ‘한국의 전통의학인 한의학에 대한 소개’와 함께 한의계 대표적인 의료봉사단체인 ‘komsta의 활동상황’을 소개하고, 김종대 교수(대구한의과대학교)는 ‘운동선수들에게 발생하는 기관지 천식의 한의학적 치료방법’을, 최명희 이사(전통한방제형연구소)는 ‘Power Muscle Therapy를 통한 운동선수의 부상 방지’를 각각 발제했다.

주제 발표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한의학에 대해 문외한인 러시아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강의내용이 다소 생소하기도 했겠지만 새로운 치료방법과 임상 결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의 질문은 세미나에 이어 열린 다과회에서도 계속돼 각종 질병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교환했다.

한의학, 러시아‧ 동유럽 진출 청신호

이번 학술세미나의 개최는 중의학이 선점한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의사들을 상대로 한의학에 대해 소개했다는 점에서 한의학의 동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지만 ‘20년 전의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서도 이채롭다.

‘20년 전의 약속’이란 작고하신 배원식 대한한의사협회 명예회장이 1989년 모스크바를 방문, 현지 의학 관계자들에게 제안했던 양국 의사들 간의 학술세미나 개최가 지금에서야 결실을 맺었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배원식 회장은 세계 의학계에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한의학을 널리 알리고 국제화를 선도했다. 해외여행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던 1970~80년대에 외국의 학술대회를 수시로 참가하고 국제동양의학회를 통해 전통의학 하면 으레 중의학을 떠올리던 세계전통의학계에 한국 한의학을 심었다.

한국과 러시아가 정식으로 국교를 수립하기도 전인 1989년 배 회장은 한국동양의학회 대표단 단장의 자격으로 구 소련을 방문, 최대 일간지인 프라우다지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 한의학의 진단과 치료법을 소개해 현지 관계자들의 비상을 주목을 받았다. 배 회장은 자신의 인터뷰 내용이 호평을 얻자 양국 의학의 발전을 위해 학술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울랴높스크주립대 한의대 도입 타진

1989년 당시 배원식 선생의 인터뷰가 실린 프라우다 지면.
이번 학술세미나를 현지에서 준비한 오한도 박사나 당시 배 회장을 초청한 쯔잘린 모스크바의대 명예교수(당시 러시아의학아카데미 부소장)는 방문 당시 교분을 맺은 현지 의사들과 배 회장의 수제자인 이종안 원장을 통해 학술세미나의 개최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개최한 학술세미나여서 일부 미진한 부분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참석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컸다. 주제발표 후 연이은 질문도 그러했지만 학술세미나에서 축사를 했던 쯔잘린 교수는 “20년 전의 약속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 무한한 기쁨을 느끼며 이번 학술세미나를 지켜보면서 향후 러시아 의학계와 한국 한의학계가 임상 및 학술분야에서 정기적인 교류가 반드시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학술세미나를 한국에서 준비했던 이종안 원장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러시아 현지 의사들이 한의학에 대해 관심이 높은 것 같다”며 “이번 행사가 일회성이 아닌 정례화된 학술세미나로 발전돼 러시아와 동유럽에 한의학을 수출하는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공무원아카데미 한방센터 건립 적극

한편 울랴높스크 주립대학의 경우 의과대학 내에 한국 한의과대학 교육시스템의 도입을 대구한의대 측에 타진하는 등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이번 학술세미나는 모스크바 외에 러시아 중부도시인 울랴높스크에서도 진행됐다. 공무원아카데미 메디컬센터 역시 동 센터 내 한방치료센터 건립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 향후 한의학의 러시아 진출에 청신호가 울렸다.

이외에도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의사들이 러시아의 스포츠 주요 종목 국가대표팀 팀닥터이고, 강의내용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만큼 향후 한의사 팀닥터 파견 등의 성과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김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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