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64)- <衛生寶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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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64)- <衛生寶鑑>
  • 승인 2010.10.1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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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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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켜주는 生命의 거울

 

 

고의서 산책(464)- <衛生寶鑑>
나를 지켜주는 生命의 거울 

 

 

 

 

 

일본刊 의방유취 권3 위생보감.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의 고전이건만 정작 단행본으로는 잘 읽히지 않고 있는 책이다. 元代 羅天益이 지은 명작으로 여말선초에 도입되었을 것으로 여겨지며, 조선에서 간행되었다는 기록은 없으나 <의방유취>에 주요 인용서로 채택됨으로써 조선의가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이 책이 조선의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이러한 사실 말고도 <동의보감>의 집례에 명료하게 나타나 있다. 즉, 서명의 ‘보감’이라는 명칭이 바로 이 <위생보감>에서 따온 것으로 ‘만물을 밝게 비추어 그 모양을 숨기지 못하게 한다(明照萬物, 莫逃其形)’는 의미에서 거울 ‘鑑’자를 붙였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 나천익은 자가 謙甫로 어려서 시서를 공부하다가 난세를 만나 儒業을 버리고 의학을 익히게 되었다. 당대의 명의 李杲를 찾아가 공부하게 되었는데, 문하에서 10여년을 머물면서 묘의를 깨우쳤다. 東垣이 임종을 앞두고 천익을 불러 평생 지었던 저술을 앞에 늘어 놓게 하고서 “이 책들을 너에게 부탁하노니 이것은 나나 너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천하와 후세를 위한 것이니 절대 훼손치 말고 미루어 행하도록 하라”고 유시하였다. 이동원이 죽은 뒤 사당을 짓고 30년을 하루도 변함없이 奉祀하였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철저하게 동원학설을 준수했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동의보감>의 집례에서도 李東垣과 羅謙甫가 北醫의 법통을 이어 朱丹溪와 劉宗厚로 이어지는 南醫의 학통에 쌍벽을 이루는 학파와 명의로 자리매김 되어있다. 또 선생인 이동원의 <東垣十書>의 뒤를 이어 이 책이 나겸보의 저작으로 歷代 醫方에 올라 있어 그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이보다 앞서 <의림촬요> 역대 의학성씨에는 의학의 원리를 지극히 밝혔다 하여 明醫에 올라있으며, 이 책 외에도 <藥誤永鑑>, <藥類法象>을 지었다고 기록하였다.

의방유취 주요 인용… 조선의가에 널리 퍼져
나천익 스승 사당 30년奉祀… 동원학설 준수


<의방유취> 안에는 당시 나천익에 의해 행해진 적지 않은 수의 의안과 의화가 담겨져 있다. 특히 그의 치험례에는 일시와 장소, 사례자의 이름까지 그대로 명시되어 있어 매우 사실성이 높다. 특별히 이 책의 내용은 <의방유취> 총론편의 권2와 권3 두 책에 나뉘어 2군데나 등장하는데, 분량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 모두 매우 비중 있게 다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먼저 권2에는 春服宣藥辨, 無病服藥辨, 古方名實辨, 方成弗約之實, 灸之不發, 下工絶氣危生, 冬藏不固, 用藥無據反爲氣賊, 戒妄下, 妄投藥戒, 福醫治病 등 15편의 주옥 같은 논설과 경험 의안이 곁들여져 있다. 또 권3에는 㕮咀藥類, 升降者天地之氣交, 藥性要旨 등 본초 약류를 승강부침의 이론에 따라 분류하여 논한 약성개설이 실려 있고 이어 藏氣法時補瀉法, 治法綱要, 抑擧辨, 藥味專精, 病宜早治 등 治法用方에 관한 논설과 치험례가 12편 수록되어 있다.

대개 그의 논설은 철저히 내경, 영추, 난경, 仲景傷寒論, 金匱玉函 등 의경류에 근거하고 東垣과 孫思邈(孫眞人), 潔古老人, 成無忌 등 역대 제가의 논설에 기반하고 있어 논리가 명료하고 주장에 힘이 실려있다. 또 많은 수의 의안과 치험례는 대부분 사실적이고 극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어 매우 생동감이 있다. 어떤 사례의 경우, 실패담이나 사후 치법분석이 뒤따르고 있어 매우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도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바로 이와 같은 특색이 그가 굳이 서명에 ‘위생보감’이란 이름을 명명한 까닭을 설명해 주는 것이리라. 우리도 하루에 한번쯤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보면서 내 건강의 성적표를 매겨보고, 내 인생의 眞面目을 투영시켜 보도록 하자.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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