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슴’을 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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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슴’을 어이할꼬?
  • 승인 2010.10.1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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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철

하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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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한방스포츠학(25)
그라운드의 한방스포츠학(25)

‘새가슴’을 어이할꼬?

경기 중에 집중력이 떨어져 그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도 있지만 너무 예민하게 반응해서 오히려 실수를 남발하는 경우도 있다. 흔히 강심장을 가진 선수들이 경기 중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기고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반면 ‘새가슴’인 선수들은 어떻게든지 그 상황을 피하거나 도망가려 한다.

과거 LIG 구단의 팀 닥터를 맡고 있을 때 감독이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새가슴 선수들에게 심장 박동기를 부착시키고 다음과 같은 상황을 던져주었다. 세트 스코어 2:2, 마지막 세트에 14:13으로 지고 있으면서 공격권을 그 선수에게 주고 심박동수를 체크해 봤더니 대단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연습경기라 심박동수에 별로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새가슴인 선수는 서브를 넣기 위해 공을 잡는 순간부터 심박동수가 현저하게 빨라지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 선수들의 심박동수 결과치는 100미터를 전력 질주한 후 박동수에 근접할 정도였다. 연습 과제를 푸는 상황에서도 이러한데 실제 경기일 경우는 어떻겠는가? 이들 선수들의 플레이는 실제 경기에서도 실수를 저질러 경기를 망치거나 팀 분위기를 저하시키기도 한다. 새가슴인 선수들은 극한 상황-배구에서는 듀스 상황이나 상대팀에게 크게 앞서다가 동점을 허락하는 상황에서 흔히 배포 있는 플레이를 하기보다 실수하면 어떻게 하나, 나에게 공이 오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맞딱드린 상황을 헤쳐 나가기보다 그 상황을 피해보려는 경향이 다분히 있다. 실험을 마치고 선수들과의 토론에서 자신이 느끼는 증상을 표현해 보라고 하니 가장 많은 증상이 심계항진이고, 현기증, 무력감 순이다. 심박동수의 증가는 교감신경계의 활성화가 증가한 현상이고, 과도한 흥분상태로 진행될 수 있어 보다 냉정하고 침착하게 풀어가야 하는 경기 상황을 그르치게 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 증상을 한의학에서 흔히 정충(怔忡)이라고 한다. 새가슴 선수들처럼 일반인도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백의고혈압(白衣高血壓)이다. 이 고혈압은 ‘가면고혈압’과 반대 의미로 평소에는 혈압이 괜찮다가 혈압기만 갖다 대면 고혈압으로 변하는데 의료진이 입은 흰가운이 고혈압을 만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 선수들에게는 적절한 이미지 트레이닝과 금연, 카페인 성분 음료를 섭취하지 못하도록 하였고 우황청심환을 경기 시작 전 복용케 하여 많은 개선을 보았다.

하상철/ 대한스포츠한의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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