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의학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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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의학이란 무엇인가>
  • 승인 2010.10.1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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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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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치유 관점’ 각기 달라
동서양 ‘치유 관점’ 각기 달라
기본이론들 형성과정 실감나게 설명

<의학이란 무엇인가>
파울 U. 운슐트 지음. 홍세영 옮김. 궁리 刊

이 책을 만난 특별한 사연은 물론 ‘역사’라는 단어 때문이지만, 그보다 앞서 ‘치유’라는 단어가 주는 약간은 생소함에 있다. 왜냐하면 과거 조선시대도 그랬지만 현대에도 이 말은 잘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옮긴 이가 굳이 이 단어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단어 자체에 해답이 있다. 치(治)는 해석상 문제되지 않지만, ‘유(癒)’는 조금 복잡하다. 유(兪)와 심(心)의 합성어다. 유(兪)는 ‘점점, 차차, 점차’라는 뜻인데, 그것이 어찌 심(心)과 만나 ‘병이 낫다’는 뜻으로 쓰였나가 궁금하다.

그래서 갑골문을 찾아보니 본래 유(兪)는 ‘그릇(月)’ 옆에 ‘침()’이 놓인 모양을 형상화하고 있다. 즉, 종기를 치료하면서 폄석과 같은 침을 사용하고 그 옆의 그릇에 고름을 받아내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병이란 것이 한 번에 쉽게 낫는 것이 아니니 그 옆에 물결(巜)을 두어 점차 개선되고 있음이 ‘유(兪)’의 형상이다.

그러므로 ‘점점, 차차’라는 뜻은 본래 병을 치료하는 과정상 등장한 용어이며, 이후 ‘심(心)’을 밑에 붙이니 육체적인 것은 물론 마음까지 낫게 하는 것이고, 그 위에 질병을 통틀어 병이 낫는다는 ‘유(癒)’자가 등장한다. 글자 하나에 질병치료의 역사가 담겨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치유에 관한 사항들을 의학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저자가 펼치고 있는 생각이다. 그것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이론의 바탕이 없는 경험적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의학은 과학의 영역이므로 치유에 대한 해석이 자연법칙에 근거한 이론적 합리성을 가져야 한다. 동서양은 각기 다른 치유의 역사를 가지고 그것이 의학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거친다.

저자는 치유에 대한 서구의학과 동양의학의 서로 다른 접근법을 역사적으로 비교하고, 그 기본 이론들이 어떻게 형성되어 가는지를 실감나게 설명한다. 그러면서 사회와 자연, 그리고 인체의 고유법칙들을 주시하고,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적 차이에 따른 타당성을 분석하고 있다.

우리 한의학 역사는 삼국시대 이래 국가적으로 의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고려 때는 과거시험 과목으로 의업식(醫業式)에서만도 <소문경> <본초경> <침경> <구경> 등 8개 과목을 설정하였던 것이 조선시대까지 내려오고 있다. 특히나 근자의 <동의수세보원>이나 사암침법(舍岩鍼法)은 새로운 의론을 형성하여 치유의 획기적 효능을 발휘하고 있으니 이제 우리 의학의 세계적 발돋움을 모색해 볼 때다.

金洪均/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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