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궁가로 한의학 위상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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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궁가로 한의학 위상 시사
  • 승인 2010.10.0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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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편찬 400주년 기념식과 학술대회
수궁가로 한의학 위상 시사
외국 학자들 부러움… 생활 속 치료의학 방증

동의보감 편찬 400주년 기념식과 학술대회 

기념식 참석자들이 수궁가를 감상하고 있다.  
판소리 수궁가가 장내를 수놓았다. 구성진 목소리에 참석자들은 귀를 맡기고 바다 속 용궁여행을 한껏 음미하는 듯했다. 어떤 이는 지그시 눈을 감고, 어떤 이는 테이블 위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어떤 이는 허공을 응시하며 빙그레 미소를 띠었다. 해외 각국에서 날아온 전통의학자들은 은은한 가락과 힘이 담긴 소리의 절묘한 조화를 즐기며 판소리에까지 스며든 한의학 위상에 다소 놀란 모습이 역력했다.

그럴 만하다. 서양 전통음악에는 의학 관련 얘기가 녹아든 경우가 없다. 수궁가는 용왕의 병환을 구하기 위해 거북이 간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가 주요 소재다. 한때 이 우화소설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박사는 판소리 공연에 앞서 “유년시절 동네 한의원 근처에 가면 수궁가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는 서양 오페라의 아리아에 비견됐다”며 “우리 한의학이 의료를 넘어 문화로까지 승화한 데는 치료의학으로서 얼마나 애용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동의보감 편찬 400주년 기념식은 발제에 앞서 판소리 공연이 이뤄진 탓인지 시종 분위기가 부드러웠다. 특히 외국 전통의학자들은 부러움을 내비쳤다. 제임스 플라워즈 국제전통의학연구협회 사무총장은 “동의보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하기 위해 열릴 2013년 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벌써부터 너무 기대된다”며 “2013년에는 격년으로 열리는 아시아전통의학 국제학술대회도 한국의사학회‧한국한의사협회와 공동으로 한국에서 열리니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고 청했다. 일본에서 동의보감 동호인 모임을 이끌며 한의학의 우수성을 전파 중인 나카자와 토시코 고려박물관장은 “일본과 달리 한국의 전통의학이 원형을 유지하면서 현대화를 모색하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그 원천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며 “2013년 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부족하나마 저도 일본에서 이 행사를 적극 알려나가고 회원들과 같이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3세계전통의약엑스포 기대감 표출
동의보감 다국어 번역…한의학 세계화
한의고전명저총서 DB 구축 성과 발표


권오민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의 주제강연에 이어 연단에 나선 파울 운슐트 샤리테의학연구소장은 동의보감에 대해 “외부에서 유입된 영향과 국내에서 창조된 개념들이 융합돼 형성된 전통의학 역저”라고 평한 뒤 “한의학계는 유서 깊은 사고체계와 경험을 보존하면서 불합리성을 제거하고 도움이 되는 지점이 있을 경우 현대적 지식을 결합시키면 된다”고 제언했다.

국내외 전통의학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파울 운슐트 소장은 이어 “질병 치료와 예방이야말로 상대적인 행위인 만큼 사람들의 경험과 세계관, 희망과 기대에 따라 선택이 가능토록 열려있어야 한다. 하나의 집단이 다른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타당성을 강제해선 안된다”고 역설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의고전명저총서 DB 구축 관련 성과도 발표됐다. 한의고전명저총서는 삼국시대 이후 한의학 이론, 진료와 처방, 체질, 경험방, 본초약물 등을 다룬 한국전통의서 1,800권을 디지털화했다. 고도서 343종 806권, 고전의안 15만건, 전통요법 954종, 의약설화 20종, 한의기공체조 관련 각종 동영상, 한반도 약재지리 290종, 본초약재 100종 등 백과전서 형식으로 구축돼 전통의학 지식의 표준화 실용화의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이다. 이제 비로소 전통의학 지식이 산업적 국민보건적 측면에서 활용성의 길이 활짝 열린 것이다.

10월2~3일 양일간 충북 제천시 청풍리조트 2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동의보감 편찬 400주년 기념식과 국제학술대회’를 공동 주최한 맹웅재 한국의사학회장은 “동의보감이 지금도 임상에서 그 가치를 발휘하니 한의학연구원‧동의보감발간400주년기념단과 함께 연구를 더욱 심화시켜 나가겠다”며 “이번 행사가 한국인과 세계인의 건강 증진에 커다란 도움을 주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명현 제천시장은 축사에서 “미국 유럽 등에서 서양의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각종 난치병과 희귀병 치료의 대안으로 한의약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데 이번 기념회와 학술대회가 한의약 연구의 국제적 학술 네크워크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은 이에 앞서 파울 운슐트 샤리테이학연구소장, 마타 한슨 존스홉킨스의대 교수, 왕밍 절강성중의연구원 의사문헌연구소장, 에릭 마리에 몽펠리에의대 교수, 칼라 내피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 교수 등 해외 인사들과 100여명의 국내 인사에게 “동의보감의 다국어 번역을 통해 우리 한의학의 세계화에 일조하겠다”며 “해외 각국과 적극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해 우리 전통의학의 존재 가치를 확산시키는데 진력하겠다”고 역설했다.

정수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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