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화칼럼] 비교체험, 풍물굿과 사물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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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화칼럼] 비교체험, 풍물굿과 사물놀이
  • 승인 2003.04.1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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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풍물을 가르치는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아이들이 “풍물하면 돈 많이 벌 수 있어요?”하고 묻는단다. 우리 문화는 돈이 안 되며, 동시에 그런 우리 문화에는 아이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민족문화를 가지고 돈버는(?) 혹은 성공한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 중 하나가 ‘사물놀이’이다. 그런데 돈 또는 명망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인식되는 같은 민족문화이면서도 ‘사물놀이’는 왜 성공하게 되었을까? ‘사물놀이’는 과연 풍물굿과 같은 것일까?

지난해 여름 고등학생인 나의 아들은 8월 내내 가슴앓이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아이는 1학년부터 특별활동으로 풍물반을 해왔었는데 그 풍물반에서 바로 풍물과 사물놀이에 대한 갈등이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이 학교의 풍물반은 경희대 풍물패연합에서 지도를 해 주었으며, 그 풍물패는 호남좌도의 임실 필봉굿 계열이었기에 사물놀이가 아닌 순수 풍물굿을 배워온 터였다. 따라서 당연히 필봉굿 전수관으로 갈 줄 알았던 여름전수가 사물놀이 전수로 바뀌어버리자 아이는 상당히 당혹스러워 했었다. 풍물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어온 우리 아이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았다.

더구나 개학하던 날 가을 축제 때 사물놀이 공연을 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인터넷 다음사이트의 풍물반 카페에 ‘풍물반이 왠 사물놀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감정적으로 올렸다가 대부분의 풍물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모양이었다.

아이는 자신의 뜻과 우정 사이에서 크게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우정은 나중에 얼마든지 복구될 수 있지만 진실은 한번 깨지면 영원히 되찾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말과 함께 결정은 스스로 하도록 요구했다. 아이는 다음날 지도선생님에게 풍물반 탈퇴를 선언하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저는 이렇게 아버지와 생각이 같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생겨요. 차라리 풍물굿을 더 배우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진실을 지켰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래요.”

요즈음은 TV에서도 사물놀이 공연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김덕수라는 걸출한 인물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더구나 문화를 사랑하는 세계인들도 사물놀이와 김덕수에 찬사를 보내고 있어 민족문화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물놀이는 1978년 서울 공간사랑에서 남사당패의 후예들인 김덕수패 사물놀이가 최초로 사물놀이 공개 무대를 연 데서 시작했다.

꽹과리, 징, 북, 장구 등 4개의 악기만 가지고 무대에서 앉아서 연주하는 형태로 풍물굿을 새롭게 재구성하여 대중들에게 흥미있게 접근시켰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풍물굿이 대체로 각 지역의 가락만 연주하는 데 반해 사물놀이는 전 지역의 가락을 모아 재구성했다는 특색이 있다. 또 풍물굿과 달리 좁은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사물놀이는 풍물굿을 서양문화화한 것으로 연주자가 무대에 유리되어 오로지 연주만 하며, 관객들은 연주를 지켜보다가 박수만 치는 서양문화의 특징을 드러낸다. 진법짜기, 무동놀이, 자반뒤지기 등의 풍물굿에서 하는 놀이(연희)가 없다. 따라서 사물놀이는 우리 문화를 쉽게 접근하도록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문화의 본류는 아니라는 것이다.

풍물굿의 진정한 뜻은 꽹과리, 징, 북, 소고, 나발 등의 기본적인 악기를 사용하여 판을 구성하고, 춤을 추거나 놀이를 하며, 생활과 노동, 놀이 즉 농경문화 속에 노동과 함께 나타난 민중의 생활의식, 공동체적 문화 양식이다. 풍물굿이 행해질 때에는 일단 판을 형성하여 악을 치고, 연희와 의식을 베풀어 관객의 흥을 고조시켜서 풍물, 판, 관객이 일체가 되어 신명나게 놀 수 있게 만든다. 풍물굿은 연주자와 관객이 유리되어 따로 노는 그런 형태가 아니다. 한 덩어리가 되어 ‘더불어’를 이루어 가는 우리 문화의 기본철학이 고스란히 실려 있다. 또 삼국시대의 축원 형태로 나타난 제천의식의 기록에서 풍물굿의 기원을 찾고 있어서 그 역사는 우리 민족과 함께 해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문화도 현대세계에 제대로 알리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마켓팅의 힘을 빌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김덕수패 사물놀이의 마켓팅기법은 다른 모든 민족문화인들도 관심을 가질 법하다. 하지만 철학이 왜곡된 마케팅이라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풍물굿과 사물놀이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민족문화운동가 김영조
(02-969-7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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