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화칼럼] 당신의 몸에서도 향기가 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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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화칼럼] 당신의 몸에서도 향기가 나나요?
  • 승인 2003.04.1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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香이란 글자는 벼 화(禾)자에 날 일(日)자를 하고 있다. 벼가 익어 가는 냄새를 향이라 하는 것이다.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기가 우러나온다. 이 말을 우리의 삶에 도입해 보자. 삶이 내면에 향기를 품고 사는지, 아니면 악취를 안고 사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품격은 결정된다고 하겠다. 내 몸에서도 향기가 날까?

우리 선조들은 선비가 사는 집을 난형지실(蘭馨之室)이라고 했다. 그것은 '난 향기가 나는 집'이라는 뜻인데 이슬을 먹고 맑은 바람을 마시는 난을 닮아 가며, 스스로를 지켜 가는 삶을 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겠다.

선비들은 예로부터 운치 있는 4가지 일 즉, 4예(四藝)를 들었는데, 향을 피우고, 차를 마시고, 그림을 걸고, 꽃을 꽂는다는 것이 그것이다. 심신수양의 방법으로 거처하는 방안에 향불을 피운다 하여, '焚香默坐’라는 말도 있다.

우리의 옛 여인들의 몸에선 항상 은은한 향이 풍겨 나왔고 향수, 향로제조기술은 어진 부인의 자랑스런 덕목이었다고 한다.

신라의 진지왕은 도화녀와 침실에서 향을 사용했는데 그 향내가 이레 동안이나 지워지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아랍 지역에 사향과 침향을 수출하였고, 일본에도 용뇌향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향을 수출하였다 한다. 이후 고려, 조선시대 모두 향을 생활화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여러 문헌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독서할 때와 시를 지을 때, 차를 마실 때, 손님을 맞을 때 으레 옷을 단정히 가다듬고 향을 살랐다. 특히 부부가 잠자리에 들 때는 사향을 두고 난향의 촛불을 켜두었다. 모든 여자들이 향주머니를 노리개로 찰 정도였다. 부모의 처소에 아침 문안을 드리러 갈 때는 반드시 향주머니를 차는 것이 법도로 되어 있었다.

1993년 충남 부여 능산리에서 높이가 64cm인 백제의 향로가 발굴되었다. '백제금동용봉봉래산향로(百濟金銅龍鳳蓬萊山香爐)'라고 이름 붙여진 이 향로는 현존하는 동아시아 향로 중에서 가장 우수한 걸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1300년 전 백제의 금속공예 기술 즉 몸체와 봉황의 속을 공간으로 비워낸 밀납법과 아말감 도금법을 이용하여 찬란한 외관을 보여준 금도금술은 현대의 기술로도 재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완벽했다는 평이다.

'향기를 찾는 사람들' 박희준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 선조들이 책을 읽을 때나, 차를 마실 때, 거문고를 탈 때 등 맑고 운치 있는 일에는 향이 피워졌다. 그 뿐인가? 우리가 여름철에 벌레를 쫓기 위해 피우는 모깃불도 향문화의 한 갈래이고, 우리가 추석에 먹는 솔잎 향기가 밴 송편과 이른봄의 쑥과 한증막 속의 쑥냄새, 그리고 단오날 머리를 감는 창포물도 또한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향기의 하나였다.

또한 장롱 안에 향을 피워 향냄새를 옷에 배이게 하는 훈의(薰衣)를 하여 늘 옷에서 스며 나오는 향기를 즐기기도 하고, 옷을 손질하는 풀에 향료를 넣어 옷에서 절로 향기가 스며 나오게 하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향기를 잠자리에 끌어들이기도 하였는데, 국화로 베개를 만들어 사용하면 머리와 눈을 맑게 할 수 있고 탁한 기운을 제거하기도 하였다."

율곡 이이(栗谷 李珥)가 쓴 <격몽요결(擊夢要訣)> 제의초(祭儀抄)에 보면 제사나 차례를 모실 때는 아무리 여러 제수를 갖추지 못하여도 향은 피웠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우리의 향문화는 외국의 향과 향수에 밀려 촌스러운 것 또는 하찮은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리의 전통향은 지난 일제강점기와 6.25 그리고 개발독재시대를 지나 정신보다는 물질의 시대에 살면서 잊혀지게 되었다.

이제 다시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 향문화를 되찾았으면 한다. 향을 피우는 사람은 스스로를 태워 주위를 맑게 하기를 꿈꾼다. 자기 몸에서 나는 향기로 온 누리가 맑은 기운으로 가득 참으로써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묻고 싶다.

당신의 몸에서도 향기가 나나요?

민족문화운동가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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