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초기획] 후박
상태바
[본초기획] 후박
  • 승인 2003.04.19 1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苦味도 辛味도 없는 厚朴
마그놀롤 0.8% 이상 규정으론 임상효과 기대 어려워

지난해 대구의 허담 원장이 중국 사천성 성도시에서 가져온 것이라며 두꺼운 나무 껍질과 넓은 잎사귀를 내 놓았다.

껍질을 조금 잘라 주면서 한번 씹어보란다. 약간 특이한 향은 있어도 일반 나무 씹는 거나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서 뱉으려니까 조금 더 씹어보란다.

하는 수 없이 한참을 입에 물고 씹고 있는데 서서히 입안이 매워지기 시작한다. 맵고 쓰고 입안 전체가 얼얼해진 것이다. 赤朴, 烈朴 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이유를 알 듯하다.

그때를 생각하고 한의원이나 한약도매상가 등을 방문할 때마다 후박을 달라고 하여 씹어보길 여러 차례. 그러나 그때와 같은 맛을 내는 후박은 없다.

맵고 쓴 기운이 몸에 들어가 食·濕·痰으로 이루어진 유형의 積이나, 寒·氣로 이루어진 무형의 滯로 일어난 胸腹의 脹滿을 풀어내는 명약이 후박이라면 이 맛을 잃어버린 후박은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나중에 안 일이지만 허 원장이 가지고 온 이 후박도 진짜 옛날 명의들이 쓰던 후박에는 못 미친다는 말에 착찹함을 금할 수 없다.

마그놀롤 함량과 후박
한약규격집에 후박은 "일본목련 Magnolia obovata Thunberg 및 Magnolia officinalis Rehder et Wilson(목련과 Magnoliaceae)의 줄기 및 가지의 껍질"이라고 정의돼 있다.

또 "이 약을 건조한 것은 정량할 때 마그놀롤(C18H18O2:266.34) 0.8%이상을 함유한다"고 정의돼 있어 분석적인 방법으로도 기준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이 진짜 후박을 가려내는 기준이 될 수 있을까, officinalis와 obovata의 차이는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아무도 쉽게 답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표물질의 함량만을 가지고 약재를 판별하면 한의계에서 정품으로 인정하는 당후박(Magnolia officinalis) 이외에도 대부분의 Magnolia屬 나무들도 이 기준을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본목련(Magnolia obovata)은 후박으로 인정하지 않고 당후박만을 인정하고 있고, 마그놀롤의 함량도 3%이상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또 최근에는 확실한 후박, 당후박만을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그놀롤의 함량을 10%까지 높이는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대한약전에 일본목련이 포함돼 있고 약전 7개정에 지표물질의 함량을 첨가하며 마그놀롤 함량을 일본목련에 맞춰 0.8%로 규정지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 학계에서 발표된 것에 따르면 일본목련이 마그놀롤 함량이 더 많이 검출됐다고 보고돼 있어 혼란스러움을 가중시킨다.

같은 屬이면 전부 나올 수 있는 물질의 양을 지표물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줄기, 가지, 뿌리 구별이 없다
계수나무(Cinnamomum cassia) 껍질의 경우 부위에 따라 肉桂, 桂皮 그리고 생장기간에 따라 桂枝로 분류하고 약전과 규격집에 나누어 수재돼 있다.

자연에서 생명을 갖고 자라는 한약재의 경우 생장기간과 부위, 지역에 따라 力價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한 인삼이나 황기의 경우 몇 년 근인가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럼 후박도 마찬가지여야 하는데 시중에는 이런 구별은 없다.

한의학연구원에서 연구보고서로 나온 '한약재 표준품 개발 수집 및 활용방안 연구'에 主幹의 乾皮를 가공한 것을 '筒朴', 굵은 가지 껍질을 벗긴 것을 '枝朴', 뿌리 가까이에 있는 것을 '靴角朴', 뿌리껍질을 '根朴'이라고 하는 것과 형태를 설명한 것이 전부다.

두껍고 매운맛이 많이 나며, 씹었을 때 육계와 같이 섬유질이 적은 것을 上品으로 친다면 '筒朴'이나 '靴角朴'이 더 좋을 것으로 짐작될 따름이다.

그러나 썰어서 포장돼 한의원에 들어오는 후박이 과연 어느 부위를 가공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고, 관심도 가지고 있지 않다. 또 후박의 수출국인 중국 현지에서도 대부분 처음부터 가지와 몸통이 섞이고 있다.

중국의 안국시장 등에 후박의 굵은 부분, 밑둥치만을 판매하고 있는 곳도 있으나 이 후박을 수입하는 국내업체는 단 한곳도 없다.

22일 경희대를 정년 퇴임한 경희대 본초학교실 이상인 교수는 후박은 20년생 이상 된 것을 사용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령에 따른 유효성분의 차이 등이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는 상황이어서 정확하게 이렇다고 정의할 형편은 되지 못한다.

다만 25년생 후박에서 마그놀롤 함량이 17.3%로 가장 많이 나왔고, 10년이 돼야 마그놀롤 함량이 3%를 넘는 다는 결과로 미루어 최소한 10% 이상 함유된 것을 쓰기 위해서는 20년생 대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또 한의학 원전에는 후박의 겉 표피부분인 코르크층을 제거하고 사용하라고 되어 있으나 중국이나 우리나 모두 이것이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이름만 후박인 '土厚朴'
우리나라 한약재 시장에서 후박으로 거래되는 것은 당후박과 일본목련 그리고 후박나무(Machilus thunburgii S. et Z. 토후박)fmf 들 수 있다.

그러나 토후박은 猪脚楠, 楠仔木, 楠柴, 白漆柴, 烏樟, 釣樟이라는 전래 약초명을 가진 이름만 '후박'이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값이 당후박의 두배 가까이 하는 토후박이 한의계에 계속 판매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제주도나 전라남도, 울릉도에 야생하는 후박나무 수피의 특징은 향기가 좋으며, 건피를 가루로 만들어 물을 섞으면 粘性이 생긴다는 점이다. 토후박은 민간에서는 수피를 '후박피'라고 하여 위장병 치료에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으며, 향료나 염료로 이용된다.

한국한의학연구원 고병섭 박사는 "토후박은 한의학에서 전혀 근거가 없는 약재로 한약재로 사용되는 것은 당연히 규제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일본 목련도 약전에는 수록되어 있으나 재배지역에 따른 성분변화가 예견될 수 있어 당후박과 같은 효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남쪽 해안지역에서 자라는 일본목련과 북방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당후박.
기온이나 습도 등 환경이 완전히 다른 곳에서 다른 기운을 받고 자란 한약재가 과연 우리 몸에서 같은 기능을 해낼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제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