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60)- <계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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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60)- <계녀서>
  • 승인 2010.09.1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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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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閨門儀節 속에 드러난 家政保健 의식

 

 

고의서 산책(460)- <계녀서>
閨門儀節 속에 드러난 家政保健 의식

“자식 배었을 때도 잡된 음식 먹지 말고, 기우러진 자리에 눕지 말고, 몸을 단정히 하면 자식 낳았을 때 자연히 단정할 것이다”

 

 

 

 

 

<계녀서> 본문 일부.
尤庵 宋時烈(1607~1689)이 시집 가는 딸에게 훈계하고 귀감을 삼을 만할 내용을 적은 교육적인 목적의 글이다. 순 우리말로 쓰인 이 책은 그간 중세국어 연구나 언어학, 교육학 측면에서는 다수 연구되었으나 의료문화적인 시각에서는 검토된 바 없기에 몇 군데 관련 대목을 뽑아내어 살펴보기로 한다. 전체는 도입부인 머리글과 20편의 본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본문 다음에 발문에 해당하는 글이 더 있다.

본문 13번째에 ‘병환 모시는 도리’라는 장을 따로 두어 부모를 섬김에 있어서 간병하는 일이 매우 중대함을 말하였다. 여기에는 親患을 위시하여 남편이 병중에 있을 때 엄수할 여성법도 11조목이 실려 있다. “사람의 생사가 질병에 달려 있으니 병환은 극히 염려스럽고 두려운 일이다. 내 부모나 시부모나 남편에게 병환이 있을 때는 머리 빗지 말고, 말소리를 크게 하지 말고, 소리 내어 허허 크게 웃지 말고, 게으르게 걸음을 걷지 말고, 일찍 자지 말고, 자더라도 늦도록 자지 말고, 다른 사람이 모실 수 없으면 그 앞을 떠나지 말고, 약을 달이고 죽을 끓이기를 손수 하여 종을 시키지 말고, 잡수지 않더라도 음식을 자주 해서 드리고, 일마다 지극 정성 다하는 것을 잠시라도 잊지 말고, 병 구완하는 사람과 의원을 부디 잘 대접하여라”고 하였다.

예컨대 큰소리를 내지 말고 함부로 소리쳐 웃지 말라고 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얘기라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요즘에도 이것을 망각한 병문안 객이 많고 한번쯤 앓아 누어본 사람은 이것이 얼마나 정양하는데 조심해야 할 일인지를 잘 알 것이다. 고성을 내거나 웃는 것 자체가 흥분하여 上氣된 심정에서 발출되는 것인지라 절대 안정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몹시 마음을 격동시키는 일이다.

또 위에서 병 구완에 임할 때 몸가짐과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정성을 다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나아가 병자를 돌보는 사람과 의원도 잘 대접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것은 부모의 병환을 돌보는 것 자체가 효를 실천하는 행위로 해석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 나아가 18장 ‘비손하는 도리라’ 하는 대목에서는 ‘무당과 소경의 말을 듣고 기도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부모의 병환이 위중할 때는 집안의 의견을 잘 수렴하여 이에 따르도록 당부하였다. 부모가 사경에 있을 적에는 자신의 私見만을 앞세우기보다는 집안 전체의 衆議를 따르게 함으로써 가족 간의 갈등으로 인해 환자가 불편한 심정을 갖게 되고 병이 더욱 중해지는 것을 막고자 한 것이다.

‘종요로운 경계’에는 疾病을 주제로, “병이 날까 싶거든 미리 말씀드려 고치게 하고 참고 숨기다가 병이 중한 후 근심되게 하면 극심한 不孝요 불행한 일이다“라고 지적하였다. 무조건 참고 견디다가 병을 키우는 것은 도리어 부모와 남편에게 걱정하게 만드는 것이니 미리 고쳐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제6장에 ‘자식을 가르치는 도리’를 실어 아이를 배고 낳음에 있어서 어머니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자식은 어미 닮은 사람이 많다. 10달을 어미 뱃속에 들어 있었으니 어미를 닮고 10살 전에 어미 말을 들었으니 또 어미를 닮는 것이니……”라고 하였다. 또한 딸자식도 가르치는 도리는 같으니 남녀를 다부지게 가르치고, 행여나 병이 날까 염려하여 놀게 하고 편하게만 하는 것은 자식을 속이는 일이라고 하면서 아들 딸 차별 없이 건강하게 양육하라고 당부하였다.

또한 胎敎에 대해서 “자식을 배었을 때도 잡된 음식을 먹지 말고, 기우러진 자리에 눕지 말고, 몸을 단정히 하면 자식을 낳았을 때 자연히 단정할 것이다”라고 하여 임산부의 섭생과 태도, 언행이 태아의 성장뿐 만 아니라 생후 자녀의 품행과 성격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파하였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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