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한의전 원장 사직… 한의계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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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한의전 원장 사직… 한의계 ‘술렁’
  • 승인 2010.09.0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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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일 기자

백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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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 배경 놓고 이런저런 풍문 나돌아
부산한의전 원장 사직… 한의계 ‘술렁’
사표 배경 놓고 이런저런 풍문 나돌아 

이원철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장이자 부산대 한방병원 진료처장의 사표가 8월30일 수리됐다. 임기를 마치지 않은 중도 사퇴여서 한의전 내부는 물론 한의계에 적잖은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사직 배경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이런저런 풍문이 나돌고 있다. 후임자 역시 명망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보다 내부 충원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여서 자칫 한의전 존재감이 흐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한의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부산한의전은 국립대학에 최초로 세워진 한의학 교육기관인 만큼 그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는 곳이다. 때문에 한의계를 대변할 인물이 원장 직을 수행하는 것이 요청되는 곳이기도 하다. 최병태 부산한의전 부원장은 “이원철 원장이 7월29일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반려됐다”며 “이후 다시 사직서를 제출해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병태 부원장은 이어 “이원철 원장의 급작스런 사직으로 인해 혼란스럽고 답답한 현실”이라며 “내부 교수들과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왕 부산한의전 교수도 “부산한의전은 아직 내실을 기해야 할 단계”라며 “이원철 원장이 재직 중 부산한의전 내실화에 주력했는데 갑자기 그만두게 돼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 원장이 사직한 배경은 아직 명확하게 전해지지 않았다. 최병태 부원장은 “사직 이유가 단지 개인 사유라고만 알고 있다”며 “많은 교수가 그 배경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한의전의 A 교수도 “어떤 문제로 사직했는지를 알 수 없어 공식적인 논의가 어렵다”고 전했다. 원장에 대한 부당한 대우나 외압으로 인해 사직했다면 대응을 할 수 있지만 일신상의 이유라고만 밝혀 대응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A 교수는 다만 “침묵하는데도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추측해볼 수밖에 없다”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B 교수는 “사실 학교 측이 한의전을 유치할 때, 그 초심을 유지했는가는 의문”이라며 “관심을 갖고 힘을 실어줘야 할 시기인데도 부산대학교 측의 지원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A 교수도 “이런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외부에선 부산한의전에 대해 기대가 컸다”며 “인사 예산 등 현실적으로 권한을 갖고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학교 측 한의전 유치 초심 잃어” 지적
외부인사 영입보다 내부충원 무게 실어


후임자 자질과 행보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B 교수는 “후임 원장은 외부활동에 역량을 가진 분이면 좋겠다”며 “일단 내실화를 다지고 외부로 진출하기보다 부산한의전 규모를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역설했다. 부산대 한의전에는 타 대학 출신이 올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이를 극복하고 한의계를 위해서는 대외적인 역량이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C 교수도 “당장에 부산한의전의 대외역량이 커질 순 없겠지만 지금은 그 기반을 마련할 시기”라며 “10년 20년을 내다볼 때 원장의 자리는 외부지향적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김기왕 교수는 후임 원장도 부산한의전의 내실화를 이어갈 인물이 적합하지 않겠느냐고 소견을 밝혔다.

이원철 원장의 사퇴와 함께 항간에는 한의전을 폐지하고 한의과대학으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교수들은 대체로 “의전원과 치전원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의전을 한의과대학으로 전환하는 건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부산대학교 측은 사실 한의전에 대해 관심조차 없는데 무슨 한의과대학 전환문제를 숙의하겠느냐” 자조적인 자세를 보였다.

당장 수장을 잃었으니 부산한의전은 하루 빨리 후임 원장을 선임해야 한다. 그러나 부산대학교 측은 후임 원장을 곧바로 선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헌석 부산대학교 교무과장은 “내부 교수 중에서 회의를 거쳐 선출할 것인지 외부 인사를 총장이 임명할 것인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현석 과장은 또한 “교수를 선임하는 문제라 외부 인사를 원장으로 선임하는 것은 힘들지 않겠냐”며 “이에 대한 논의도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해 내부 충원 가능성이 짙은 것으로 분석된다. 교수와 원장의 임명은 부산대학교의 권한이지만 국립대학교에 최초로 세워진 한의학전문대학원이고 한의계 노력에 의해 설립된 것이기 때문에 한의계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한의계 인사들은 생각하다.

특히 학교 측의 의견만으로 원장이 선임된다면 국립대학의 특성상 한의전 원장이 소신을 갖고 운영하는 것이 힘들다. 김정곤 대한한의사협회장은 “부산대학교 총장을 만나 의견을 나눴다”며 “부산대 총장은 부산한의전 교수들과 한의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김정곤 회장은 이어 “다만 설립 초기에는 한의계가 후보 인사를 추천했지만 이미 설립돼 운영 중인 상황에서 원장을 추천해 관철시키는 건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후임 인선에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부산대학교 측의 입장과 달리 원장 자리가 오랫동안 공석으로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B 교수는 “수리되지 않던 사표가 수리된 건 후임 인선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방증 아니겠냐”며 “학교 측도 원장 자리를 오래 공석으로 둘 경우 이미지가 좋지 않아 바로 처리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C 교수도 “직무대행체제로 간다고 해서 당장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며 “그 기간이 짧을 것으로 예견되는 것이 한 이유이며, 한방병원은 진료부장, 대학원은 부원장이 직무를 대행한다면 상황은 예전과 같다”고 밝혔다.

사표가 수리된 다음날인 8월31일 이원철 원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이 원장은 비서실을 통해 “지금은 이야기를 전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연락이 힘들다”는 말을 전해 왔다. 침묵하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모 교수의 말마따나 이원철 원장의 착잡한 심정이 우회적으로 확연히 드러났다.

백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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