卒記와 한의학, 그리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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卒記와 한의학, 그리고 우리
  • 승인 2010.09.0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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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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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부 평균수명 늘어…동의보감 덕택
특별기고- 卒記와 한의학, 그리고 우리
사대부 평균수명 늘어…동의보감 덕택

연전(年前)에 조선시대 임금들의 수명에 관한 조사결과로 한동안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는데, 아직도 이것은 보건과 의료의 발전과 더불어 종종 언급되고 있다. 조선 태조(太祖)부터 순종(純宗)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 27왕의 평균수명은 겨우 47.07세이다. 만으로 치면 겨우 46세이니 오늘날 평균수명 80세를 구가하는 현대와 비교하면 형편없이 짧은 수명이다. 이렇듯 임금이라면 조선 최고의 의사가 최고의 처치로 최고의 수명을 누렸을 것 같은데, 의외로 수명이 짧았기 때문에 현대의학의 발전과 비교하여 우리 전통의학의 수준을 빗대어 언급되기도 한다.

0세의 평균여명(平均餘命)을 평균수명이라 하는데, 본디 국민의 건강상태와 공중위생의 정도를 알아 보는 수치로 쓰이던 것이 오늘날 항생물질의 등장과 더불어 영아 사망률이 저하됨으로써 현대의학의 중흥의 상징이 되고 있다. 1928년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하고 영국에서 1941년에 치료효과를 확인한 때로부터 불과 100년도 안되었지만, 이로부터 발전된 약리학의 위력이 오늘날 평균수명에 다대한 기여를 한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대해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려 국왕의 평균수명은 41.35세로 조선 국왕의 평균수명이 더 길며, 같은 시대의 여타 유럽이나 중국의 국왕과 비교해도 오히려 길기 때문에 왕의 수명은 논외로 하자. 지난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의 박성규, 이가은, 홍세영 연구팀의 졸기(卒記)에 관한 연구는 <조선왕조실록>에 실려 있는 사대부의 일생을 알아볼 수 있다. 생몰 연대가 분명한 1,408명의 수명을 분석한 평균 수명은 64.7세로 오늘날 1977년의 통계치와 일치된다. 100세 이상을 산 사람도 2명이나 등장하며, 70세 이상을 산 사람도 517명에 달하여 36.7%에 달한다.

사대부의 신분은 육체노동을 하는 계급이 아닌 사무직 계급으로, 운동 부족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과 비슷하고, 일반 백성에 비해 의료 혜택을 손쉽게 받을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현대인의 여건과 흡사하다.

더구나 조선 초기에 61.9세였던 평균수명이 중기에는 64.9세가 되고 말기에는 69.3세인데, 이는 지난 1987년의 69.8세의 통계와 비슷하여 꾸준하고도 다대한 의학적 발전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나 <동의보감 東醫寶鑑>이 등장한 조선 중기 이후에 비약적 증가를 보이고 있어 그 역할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지금 세계 영아 사망률을 주도하고 있는 질병은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수천 년 탁효를 나타내고 있는 우리 의학이 바이러스성 질환에도 뛰어난 효과가 있음에 대해 확신을 갖자.

金洪均/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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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왕 2010-09-06 09:53:42
김홍균 선생님 글 잘 읽었습니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수명에 대한 연구는 흥미로운 것이었습니다. 다만 인간의 수명 연장에 의학이 미치는 영향 자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http://www.snu-dhpm.ac.kr/pds/files/Causation(%B0%AD%BF%B5%C8%A3).pdf 이 자료의 20쪽에 나오는 그래프를 보면 홍역, 성홍열, 결핵, 장티프스 등 많은 전염병이 현대의약 보급 전에 감소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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