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초기획] 당귀(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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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초기획] 당귀(下)
  • 승인 2003.04.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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甘味 없는 Angelica gigas, 補血효과 의문

A.G. 항암력·혈압예방효과 검증된 우수한 약, 활용은 달리 해야


한의원 약재실로 들어가면 맡을 수 있는 냄새.
당귀 냄새다.

대구의 허담 원장 등이 강원도 정선과 임계에서 재배해 가
래에 걸어 양건했다는 일당귀(Angelica acutiloba)를 한 움큼
얻었다. 그리고 한약재에 대해 관심이 많은 한의사 한 분을
찾아가 참당귀(토당귀 Angelica gigas)도 조금 구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차안에서 이 두 당귀를 꺼내 보았다.

순간 버스 안에 있던 많은 사람의 시선이 모아지는 것을 느
꼈다. 당귀의 강한 냄새 때문이다.

그러나 냄새가 다르다.

A. gigas가 은은하며 부드러운 향이라면 A. acutiloba는 너
무 강렬하다고 할 수 있다. 차안 사람의 시선을 끌어 모았던
것은 아마도 이 A. acutiloba 때문인 듯하다.

성미 따로 약재 따로
이번에는 이 두 당귀의 맛을 보기로 했다.

노란빛이 더 많이 드는 A. acutiloba와 흰빛이 도는 A.
gigas. A. acutiloba에서는 단맛이 난다. 그러나 A. gigas에서
는 단맛을 느끼기 힘들다. 둘을 따로 따로 끓여서 맛을 보아
도 마찬가지다.

대한약전에 "當歸 이 약은 Angelica gigas Nakai(미나리과
Umbelliferae)의 뿌리이다"라고 정의해 놓고 성상 마지막에
"이 약은 특이한 냄새가 있고 맛은 약간 쓰면서 달다"라고 설
명해 놓고 있는 데 왜 단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약전''에도 당귀는 Angelica
gigas Nakai라고 똑같이 정의하고 "냄새는 향기롭고 맛은 달
면서 시원하고 뒷맛은 약간 쓰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런 맛을
전혀 느낄 수 없고 약간 쓴맛만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또 약전에 "황갈색의 내용물이 들어 있는 분비도 및 대용섬
유군이 군데군데 섞여있다"고 기록돼 있고, 북한 약전에도
"겉면은 누른 밤색 또는 밤색이며 질은 누른 흰색이다"라고
되어있는데 가지고 온 A. gigas에서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적용시험에 표백·훈증검사를 하도록 규정돼 있고, A.
gigas를 가져온 한의원은 한약재에 대해 특별한 관리를 하는
곳이어서 위품이나 저질품일리는 없는데 겉은 검고 흰빛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히려 A. acutiloba가 이 설명에는
더 맞아 보인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중국당귀(Angelica sinensis)를 쓰
지 않고 A. gigas를 당귀로 대용하는데는 옛 선배들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며 "가난하고 굶주린 환자를 궁휼이 여겨 비
싼 唐材를 쓰지 않고도 A. sinensis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약초가 없을까 고심하여 우리 산천을 헤맨 결과 찾아낸
결과 숭엄초(A. gigas)가 당귀가 되었다"는 허담 원장의 설명
을 듣고 얼마전 끝이난 허준 드라마를 생각하며 그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한약재는 바뀌었는데 신농본초경 등 본초학 원전에 실린
당귀의 설명을 그대로 약전에 게재하다가 빚어진 일인 듯 싶다.

비타민 B12 빠진 당귀
중국당귀(Angelica sinensis)는 甘微辛 溫, 일당귀(Angelica
acutiloba)는 甘辛溫, 참당귀(토당귀 Angelica gigas)는 辛苦로
성미가 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補와 관련이 깊은
甘味가 A. gigas에는 없다.

분석학적으로도 A. sinensis와 A. acutiloba에서는 비타민
B12를 함유하고 있어 조혈작용이 인정되고 있는 반면 A.

gigas에서는 이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는다.

당귀는 숙지황 백하수오 상심자 아교 작약 등과 함께 대표
적인 보혈약으로 여성의 경우 월경 장애와 같은 보혈을 필요
로 하는 환자에게 투약된다.

그러나 A. gigas에서는 보혈작용보다 활혈작용이 더 우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환자에게 약을 투여해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A. sinensis나 A. acutiloba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본초학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경희대 이상인 교수는 A. gigas는 감기와 같이 활열작용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투약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A. sinensis와 A. acutiloba을 한방의료기관으로
강원대 식품생명공학부 이진하 이현용 교수팀은 최근 대관
령에서 재배된 A. gigas에서 분리한 추출물에 배양된 암세포
를 넣었을 경우 돌연변이 세포 유발률이 80%나 억제돼 암예
방에 큰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 추출물은 또 위암 폐암 직장암 등 각종 암세포 생육을
75% 이상 억제했으며, 간암 세포 생육은 90% 이상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도 혈압 상승 원인이 되는 물질의 활동도 98%나 저하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A. gigas의 항암 혈압예방효과는 당귀에
''베타 시스테놀''이라는 성분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파동분석기를 이용한 생명정보 인지도 검사에서도 A.
gigas는 A. sinensis나 A. acutiloba와 달리 항암력이 매우 높
게 나온 것은 특이할 만한 점이다.(표 참조)

숭검초 토당귀 조선당귀 文歸 乾歸 大芹 象馬 地仙圓이란
이명으로 불리는 참당귀, A. gigas는 분명히 위대한 약이다.

그러나 피가 부족할 때 보혈 작용을 하는 당귀는 A. gigas
가 아니라고 할 때는 현재 당귀가 들어가는 처방을 다시 한
번 고려해 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A. sinensis와 A. acutiloba에 들어있는 비타민 B12는 혈액생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이미 분석학적으로도 확인된 사실이기 때문에
보혈작용을 위주로 한 약에는 A. gigas는 효능이 적지는 않을지?

A. sinensis의 국내 재배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고 대관령에
서 시험적으로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 A. acutiloba는 강
원도에서 적은 양이기는 한의계에 공급되고 있다. 이 당귀가
보혈이 필요한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한약재가 되기 위해
서는 무엇보다 한의계의 노력이 중요하다. A. sinensis보다 甘
味나 향이 떨어지는 A. acutiloba라고 하더라도 이를 찾는 한
의사가 없을 경우 그나마도 사라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코를 찌를 듯한 강한 향기와 단맛이 나는 당귀가 다시 한
방의료기관으로 돌아가길 고대한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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