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운행노선 규명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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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운행노선 규명 안해
  • 승인 2010.09.0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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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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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35)- 장경악의 오류
위기 운행노선 규명 안해
28맥 길이 변수 없어… 위기행 저자 밝혀내

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35)- 장경악의 오류

서의(西醫)와 동의(東醫)가 같은지 다른지 물어보면 누구나 다르다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조금 다르게 서의와 동의가 어떻게,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에도 쉽게 답할 수 있을까? 동의는 침과 한약을 쓴다는 말로는 부족해 보인다.

사실 서의와 동의는 완전히 반대의 입장에 서 있다고 표현해야 옳을 정도로 다르다. 서의는 기(氣) 부재(不在)의 의학, 동의는 기(氣 Energy) 현존(現存)의 의학이다. 그 차이는 인간을 바라보는 각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서양의학은 남녀의 차이를 단지 성염색체의 차이로 인식하지만 동의는 시간 속에서 에너지 주기의 변화까지 꿰뚫어본 통찰력으로 7(여성)과 8(남성)이라는 성-에너지 주기의 차이를 발견한다(소문01, 상고천진론). 한편 남녀의 구별이 없는 10년 주기의 오장-에너지의 주기도 관찰해 냈다(영추54, 천년).

그러나 현실은 동의의 특징인 기에 대한 이해는 낮다. 특히 영기와 위기, 그 중에서도 위기에 대한 연구는 전무하다고 할 정도다. 서양의학과의 경쟁에서 밀려 열세에 몰리는 형국이 된 것에는 우리의 정체성이자 장점인 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원인도 있다. 기의 의학인 동의가 기를 이해하지 못하면 침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 당연하다.

위기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 원인은 위기에 대해 기록한 경전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데 있다. 기는 현재의 과학적 방법으로는 실체를 규명할 수 없기에 실험적 방법으로 연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기의 이해를 위해 먼저 경전의 해석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경전의 해석을 통해 위기를 이해한 다음 진료실에서, 임상에서 결과로 확인하는 것이 현재 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경전을 ‘온고’해서 복마전처럼 난무하는 각종 ‘썰’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이 한의학의 체질을 강하게 한다. 경전 연구를 강조하는 것과 ‘경전의 옹호’ 혹은 ‘교조주의’는 전혀 무관하다. 해석이라도 돼야 버리든 고치든 할 것 아닌가. 현재 경전에 대한 일부의 인식은 이렇다. “책이 어떻게 오류가 없을 수 있겠나. <내경>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믿는다.”

그럼 우리의 선배 의가들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논리가 정연한 <내경>의 주석가로 알려진 장경악은 <유경>에서 ‘위기행’의 주석 말미에 “물시계의 물이 1각에 내려왔을 때 사람의 기가 태양경에 있는 것은 2바퀴임을 뜻하거나 혹은 1각을 반각으로 하면 마침 전수(全數)와 일치한다. 이 중에 혹 다른 해석도 있을 것인데 후세의 군자(君子)가 다시 재정하기 바란다”라고 했다.

이 글은 장경악이 ‘위기행’ 편 후반부의 내용, “물시계로 1각이 되면 사람의 기가 태양에 있고, 2각이 되면 시가 소양에 있고, 3각이 되면 기가 양명에 있고, 4각이 되면 기가 음분에 있다.…”는 내용을 해석하면서 나온 말이다.

하루는 100각(刻)인데 4각 동안에 위기가 한 번 돈다면 100각 동안은 25번 돌게 된다. 그러면 하루 동안 위기가 50번 돈다는 내용과 배치되기 때문에 1번 도는 것을 2번으로 계산하거나 1각의 시간을 반으로 줄이면 50회에 들어 맞는다는 억지(?)를 부리면서도 후세에 제대로 해석해 주는 사람이 나오기를 바란다는 말을 할 뿐이지 경전이 틀렸다는 말은 쓰지 않았다. 

“1회 운행을 정확히 해석하지 못하고 2500년이 흘렀다. ‘맥도’ 편이 위기 운행노선의 길이가 1620촌이라는 가이드도 제시하고 있는데 말이다”

장경악이 ‘위기행’을 잘못 해석한 이유는 뭘까? 바로 위기의 1회 운행노선을 규명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경>에서 장경악은 “이 아래는 위기가 낮에 양분을 운행함을 말한 것이다. 족태양경에서 시작하여 육부를 돌아 신경에까지 미치는 것, 이것이 일주(一周)가 된다”고 하면서 구렁이 담 넘듯이 넘어갔다.

위기의 1회 운행을 규명하지 않은 폐단은 그 전의 주가에게도 있고, 장경악 이후에도 계속되어 왔다. 현재 중국 내경 문헌연구의 최고 연구자로 손꼽히는 왕홍도(王洪圖)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핵심적인 문제를 빗겨서 흘리거나 아예 슬쩍 빼먹었다. 이 점은 황룡상(黃龍祥)도 똑같다.

위기의 50회 운행은 1회 운행이 반복되어 완성된다. 50회를 알려면 1회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도 1회 운행을 정확하게 해석하지 못하고 2500년이 흘렀다. ‘맥도’ 편에서 위기는 28맥을 지나고 총 연장노선의 길이는 1620촌이라는 가이드도 제시하고 있는데 말이다. 28맥의 길이도 하나하나 정해져서 변수는 없다. ‘위기행’의 저자가 밝혀낸 위기운행의 경로를 재현하면 된다.

말이 나온 김에 장경악의 ‘위기행’ 주석의 내용을 간추려 본다. 장경악은 위기운행의 외각 순환 순서를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① 눈을 뜨면 위기는 정명혈로부터 족태양경의 부위로 내려가 지음혈에 이른다(80촌).
② 그 흩어진 가지는 목예자로부터 수태양경으로 행하여 소택혈에 이른다(50촌).
③ 흩어진 가지는 목예자의 동자료에서 소양경으로 행하여 규음혈에 이른다(80촌).
④ 외측으로 수소양의 관충에 이른다(50촌).
⑤ 소양경으로부터 족양명으로 운행하여 여태혈에 이른다(80촌).
⑥ 수양명으로 운행하여 상양혈에 이른다(50촌).
⑦ 양명경에서부터 족심에 들어갔다가 안쪽 복사뼈로 나온다.
⑧ 족소음신경을 지나 음분으로 하행한다(65촌).
⑨ 소음의 별락 교맥을 통해 눈에서(정명혈) 만난다(75촌). 이것이 위기가 낮에 운행하는 순서다.
⑩ 위기의 일주는 수족육양으로부터 시작하여 족소음에서 끝나는 것이다.
장경악이 해석한 위기일주 경맥의 길이를 모두 합하면 530촌이다. 세 배를 해도 1620촌에 못 미친다. 장경악의 해석은 어디서 틀렸을까?

이정우/ 동의형상의학 반룡수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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