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초기획] 당귀(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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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초기획] 당귀(上)
  • 승인 2003.04.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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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에 심어진 A. sinensis, 그러나 숙제는 끝나지 않았다

첫해 추대가 올라오지 않을 종자 개발을 위해 함께 연구해야 할 때


13일 이른 아침.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연구소 지형준 명예교수
와 기자는 경희대 한의대 이상인 교수의 차에 올라 대관령을 향했
다. 이 교수가 졸업한 제자들에게 부탁하고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
에 종자를 구해 심어 놓은 중국당귀(Angelica sinensis)를 보기 위
해서다.

A. sinensis가 심겨져 있는 강원도 산채시험장에서 경원대 이영
종 교수와 상지대 최호영 교수가 합류해 우리 일행은 5명으로 늘
었다.

산지로 둘러 쌓인 강원도의 특성을 고려해 도내에서 재배·채취
되는 山菜의 재배육성을 연구하는 이곳에 언제부터인가 몇 종류의
한약재가 자라고 있었다.

우선 눈에 띤 것은 장엽대황(금문대황 Rheum palmatum L.)이
다. 땅위에 올라온 것이라야 두세쪽의 나무 잎사귀가 고작이지만
덩치에 어릴리지 않을 만큼 잎이 크다. ''掌葉''이란 이름보다 ''長葉''
이 더 어울릴 듯하다.

그 옆에는 비교라도 하란 듯이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대황(초
대황*****)이 볼품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 교수와 지 교수는 이 장엽대황은 꽃이 피면 시험장 안에 있
는 다른 품종과 수분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 이를 차단할 방법을
찾아야 하고 재배에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른다고 알려준다.

지 교수는 시험장 지형을 훌터 보며 이곳보다는 저편 경사진 곳
에 심을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그 옆에 자라고 있는 방풍은 너무 잘 자라고 있어 초대
가 올라와 꽃을 피고 열매를 맺으면 바로 파종해 이식할 예정이란다.

이들 한약재는 모두 이 교수가 수소문하고 부탁해 구한 종자를
우리나라에 심어 보다 우수한 한약재가 재배되어 한방의료기관에
서 환자들에게 투약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에 내심
숙연해 지는 마음이 든다.

이 교수가 심어놓은 A. sinensis를 찾았다. 장엽대황 방풍과 10
여m 떨어진 시험장 한쪽에 심겨져 있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너무 볼품없고 초라한 모습이다. 10∼
15cm의 키에 옆으로도 잘 뻣지 못한 채 조그마한 잎. 위도가 맞지
않고, 배수가 잘 되지 않는 토양 때문이란다.

상지대 최 교수는 대관령에 심어 놓은 A. sinensis는 잘 자라고
있다며 일행을 안심시킨다.

20평 구릉에 펼쳐진 A. sinensis

강원도 평창군 횡계면 시골 농촌.

지대가 높은 대관령이라 더운 날씨인데도 제법 찬바람이 불고
있고, 산세가 거칠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최 교수의 안내에 따라 일행은 A. sinensis가 심어져 있는 곳으
로 발을 옮겼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등선이 한 곳에 우리가
보고자 했던 A. sinensis가 있었다. 약 20평은 족히 될 것 같은 구
릉지에 보기 좋게 자라고 있는 것이다.

산채시험장에서 본 것과는 크기부터 달랐다. 힘이 있어 보였고,
뻗은 기상이 곳 크게 자랄 수 있을 것만 같아 보였다.

이 교수는 캐온 A. sinensis를 쓰다듬으며 흐뭇한 표정을 보인
다. 73년에 대학 강단에 서기 시작해 올해까지 강의를 하고 내년 2
월이면 대학 강단을 떠나는 老교수의 소망을 보는 듯 하다.

과거 일본이 우리나라에 종자를 주고 수확량 전량을 수입해간
일당귀(Angelica acutiloba)가 아직 남아 소량이나마 명맥을 유지
하고 있으나 A. acutiloba와 같지만 이보다 더 우수할 것이라는 A.
sinensis가 우리나라 산간지역에 널리 재배된다면 이는 한의학의
발전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해 매우 소중한 일일 것이라 믿는다.

첫해 추대가 올라오지 않는 당귀를…

하지만 숙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추대가 문제다. 모든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종족을 보존의 책무
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당귀 역시 추대(꽃을 피우
기 위한 꽃대)가 올라올 것이다. 당귀는 추대가 생기면 모든 기운
이 꽃을 피우기 위한 추대로 올라가고 약용으로 쓰는 뿌리의 중앙
은 목질화돼 약으로 쓸 수 없단다.

이번에 대관령에 심어져 자라고 있는 당귀 역시 지난해에 재배
한지 첫해만에 추대가 올라와 실패한 것을 농부가 다시 해보겠다
고 해 전과는 달리 가을에 파종하고 봄에 이식한 것이어서 추대가
올라올지 않을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추대가 생기지 않고 겨울을
날 수 있다면 이곳 대관령에 심겨져 있는 당귀는 우리나라 당귀의
새로운 종으로 널리 펴질 수 있으리라.

하지만 수년에 걸친 노력 끝에 첫해에 추대가 서지 않는 시호를
우리나라에서 자랄 수 있게 했고, 정부 차원의 오랜 연구에 의해
추대가 서지 않고 수량이나 성분 등이 우수한 만추당귀(참당귀
Angelica gigas)가 만들어졌듯이 첫해에 추대가 서지 않는 A.
sinensis가 쉽게 재배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교수를 비롯해 모든 한의계가 바라고 있는 우수한 한
약재가 우리 강산에 꽃 피울 수 있다면 이는 더 이상 바랄 수 없
는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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