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당대 패러다임으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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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당대 패러다임으로 봐야”
  • 승인 2010.09.0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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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일 기자

백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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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미래포럼 토론회
“원전 당대 패러다임으로 봐야”
임상 축적물… 검증 통해 걸러내야

한의학미래포럼 토론회

한미래포럼 토론회 전경.  
‘전녀위남’을 둘러싸고 지면 논쟁이 최근 뜨겁게 전개됐다. 이를 계기로 한의학미래포럼(대표 백은경)이 8월27일 ‘한의학 고전에 대한 해석 어디까지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인창식 경희대 경락의과학과 교수가 발제하고, 안세영 경희대 신계내과 교수, 백유상 경희대 원전학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사회는 차웅석 경희대 의사학교실 교수가 맡았다.

안세영 교수는 “섣부른 서양의학 지식으로 한의학의 시시비비를 단언하는 건 곤란하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학문적 위상과 보고 배우고 들은 경험적인 지식, 그 두 가지를 가지고 시비를 가리고 사유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는 게 평소 생각”이라고 밝혔다.

백유상 교수는 “모든 사람이 한의학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시각이 양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어찌 조율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백은경 원장은 이에 대해 “원전을 잘 이해하려면 그 시대 패러다임을 생각하면 된다”며 “몸은 남자이지만 남성기능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200만분의 1의 확률이다. 인구가 2000만도 안되었을 시대에, 환자가 불과 10명도 되지 않았을 조선시대에 전녀위남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유상 교수는 “맹신이든, 거부이든 검증이 필요하고 엄밀히 봤을 때 현재까지 제대로 된 검증과정은 거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세영 교수는 “로컬의 수많은 한의사가 우리 것을 생각하면서 한의학적인 것에 대한 애착이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저도 그렇고 고전에 있는 내용을 허투루 함부로 내 맘대로 평가하기가 싫은 것”이라고 말했다.

인창식 교수는 이에 대해 “개인적 판단이 아니라 집단지성을 가지고 권위 있는 텍스트를 만들고 큰 틀을 만들어 가야 이것이 해결된다”며 “논쟁거리의 경우 학술지나 학술적인 포럼에서 발표를 한다. 거기에는 본인이 어떤 식으로 논리를 전개했고 무엇을 근거로 했는지 나왔기 때문에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차웅석 교수는 “현대의학설과 고전경락학설, 두 가지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 지위도 동등하지 않다. 사실 동아시아 의학이 부흥한 것도 서양의학에 대한 반발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욱승 원장은 “결과적으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에 관해서는 다들 공감하는 것 같다”며 “그렇다면 여태까지 논문집도 있고 시스템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에서는 그것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왜 극단이 되어 놀고 있는 형상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해야 대안이 나올 수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백유상 교수는 “이것이 내경에 나왔다고 해서 이것이 음양오행이기 때문에 그것을 신봉하고 믿는 세대는 지났다. 내용이 실제로 맞느냐 이것이 실제로 되느냐를 가지고 판단하는 세대가 들어오고 있다”며 “내경의 한 구석을 해석할 때도 실제적으로 맞느냐 아니냐를 생각하며 해석하는 상황에 와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은경 원장은 “지금 세대가 그런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거기에 떠밀려 가는 방식 자체가 옳지 않다”며 “예전 시대에 이런 관점으로 이렇게 보고 어떻게 했는지를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백유상 교수는 이에 대해 “물론 너희가 알아서 해라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는다. 도그마에 가깝게 주입식으로 교육하는 것이 문제가 있어 거기에 의문을 가지고 너의 오감과 감각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던져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백 교수는 이어 “고전은 천년, 이천년 동안 실제로 환자를 본 축적들”이라며 “옛날 책을 보본다고 그것 자체를 맹신한다는 식으로 볼 필요는 없고 그런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창식 교수는 “저널이나 일부 통계에 의하면 현대 학문의 95% 이상이 틀린 것으로 판명된다고 한다”며 “권위에 밀릴 필요는 없다. 다만 보편적인 합리성을 구축해 가면 5년 내에 양방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틀리고 우리 것이 맞을 수도 있다. 내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세영 교수는 “한의학이 당신한테 무엇이냐? 저도 종교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학문이 종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교조주의적인 접근은 곤란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유상 교수는 “최소한 원전을 볼 때는 당시 사람의 마인드가 되려고 노력했다”며 “거기에 몰입을 했을 때 비로소 비판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백상일 기자 

발제: 한의학 고전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발표자: 인창식 경희대 교수


한의학 고전 해석 문제는 전문적 소양과 윤리적 판단력, 실무능력과 자발적 학문 수행능력을 갖추고 사회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 의료인 소양의 관점에서 다루어야 한다. 동양에는 옛 글에 대해 함부로 재단하기를 꺼려하는 풍토가 오래되었다. 한의학이 보편의학으로서의 지위를 이미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에서 의미 있는 기여를 하는 실무 학문임을 입증해 보이고 스스로의 가치를 유지하려면 더욱 비판적 검토의 시선이 필요하다.

20세기 초 북미 대륙의 의과대학 교육에 관한 Flexner 보고서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의학교육은 공적 관점에서 양질의 실험실에서의 지식 창출, 검증활동과 병원 현장에서의 임상활동을 통해 제공되어야 바람직하며, 책에 나온 내용을 암기시키고 학위를 주는 교육이나 학생 등록금에 주로 의존하는 영리개념의 교육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다.

본 보고서의 영향 아래 북미 대륙 의과대학의 상당수가 문을 닫거나 병합되고 근거가 불분명했던 각종 치료법과 학설들이 정리되었으며 대증의학과 정골의학만이 살아남아 오늘날 생의학(biomedicine)이 세계 보편의학 지위를 획득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민족의학신문에는 보편적으로 밝혀진 지식에 정면으로 반하는 전녀위남 주장이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근거나 논리를 전혀 갖추지 못한 채 고전 몇 구절에 대한 믿음만을 근거로 무책임하게 주장되었고 신문에서는 이 주장을 반복적으로 게재해 주었다.

고전에 이렇게 기록되었다는 것과 고전에 기록된 내용이 실제로 옳다고 믿어야 한다는 것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 심히 유감스러운 사건이며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해서는 안될 것이다. 일반적인 학문에서처럼 가능하다면 비판적 검토의 과제를 개인에게 맡겨두지 말고 학술활동의 집단지성을 통해 한의학 표준문헌을 생산, 축적하고 이를 새로이 해석, 비판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표준적 학문 성과가 한의학 내외에서 쉽게 참조되고 공유되도록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아직 여러 학자나 임상가의 소통이 원활치 못하고 모두가 지속적으로 참조하고 근거로 삼는 표준 문헌의 저변이 충분치 못한 현실을 생각할 때 한의학에서 고전 문헌 속의 원형적 사유체계와 경험 기록은 타 학문에서보다 더 높은 참조 가치를 지닌다. 전문인(professional)에게는 고전에 대한 이해력과 의사학적 통찰 외에 지식이 생산되고 검증되는 연구활동과 병원에서의 진료활동을 통한 현실적, 비판적 검토의 시선 역시 중요한 소양이다.

한의학은 과거의 사유체계와 임상방법에 대해 비판적 검토를 통해 걸러내고, 현대의 사유체계나 임상방법과 함께 일관된 체계로 재구성하며, 새로운 성과를 창출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해가야 한다. 의학교육으로서의 고전 역시 보편지식에 부합하고 현실 근거를 갖추며 현장에서의 문제해결력을 보여주고, 미래의 새로운 통찰의 원천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가야 한다. 김기왕 교수의 지적처럼 ‘우리 것이 옳은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이 우리 것’이며 학문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요약 정리= 인창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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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좋아 2010-09-01 21:09:54
한국 한의사 쪽에 비현실적 몽상에 빠지지 않은 분들도 있는 걸 확인했네요 4명 교수님들과 토론자로 참석했던 분들 제발 애를 많이 써 주세요 물흐리는 이상한 몇몇 사람과 신문 때문에 한국한의학이 욕먹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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