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59)- <韓客人相筆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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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59)- <韓客人相筆話>
  • 승인 2010.09.0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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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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倭人 눈에 비친 朝鮮 醫官의 풍모

고의서 산책(459)- <韓客人相筆話>

倭人 눈에 비친 朝鮮 醫官의 풍모 

 

 

 

 

이좌국 초상화. 
조선통신사 일행에 의관이 동행했고, 이들이 왜국의 의원이나 지식인들과 시문을 주고받거나 의학문답을 나눈 사실이 널리 알려진 것은 불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더욱이 한의고전명저DB를 통해 이들 의학문답 류의 전문을 열람하고 검색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소개할 자료는 상국에서 온 이들 의관의 모습을 왜인 관상가와 화원의 손에 의해 관념적으로 그려진 초상이 실려 있기에 한층 더 흥미롭다.

대상이 된 주인공은 조선 의관 이좌국과 남두민, 성호 일행이다. 良醫 李佐國의 자는 聖甫요 호는 慕菴인데 당 31세로 그의 관상을 본 일본의 관상가 니야마 다이호(新山退甫)는 “비록 뼈의 생김새로 보아 장수할 상이 있으나 혈색이 푸르고 어두우며 신기가 얇고 용렬하니 아마 천수를 누리기 어려울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모암은 “저는 평소 병을 자주 앓았으니 선생의 가르침이 제 몸에 대단히 유익할 것입니다”라고 응수하였다.

한편 다이호는 은근히 조선사절이 지참한 상비약 상자를 엿보고 싶어 하였다. “저는 지금 귀국의 藥籠제도를 빌려보길 원합니다”라고 한데 모암은 “당신도 의원입니까”라고 반문한다. “저는 원래 의약을 좋아하고 유독 <(金匱)玉函> 같은 책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하자 모암은 이제 날이 저물어 볼 수가 없으니 조용한 날을 기다려 보자며 회피한다.

다음날 다이호가 다시 약롱을 보기를 청하자 모암은 오늘 새벽 배편에 보냈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핑계를 대는 것으로 보아 당시 조선 의관이 지참한 약롱은 먼 길을 왕래할 때 지참하는 긴요한 구급약과 치료도구들이 들어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좌국 “신기 얇아 천수 어렵다”… “평소 병을 자주 앓는다”
남두민 “이마에 귀골 없다”… “부유하지도 귀하지도 못하다”


또한 관상가들은 이좌국의 상에 대해 “天停이 높고 시원하게 트였으며, 눈두덩과 눈자위가 서글서글해서 수려합니다. 學堂이 밝게 빛나며 부위가 바르고 곧아 성정을 잡음이 단정하고 학예가 남보다 뛰어나서 초운이 일찍 발달할 상입니다. 다만 인당에 흠이 있고 양쪽 눈썹이 소라처럼 되었으며, 金甲(코끝의 양옆)이 양쪽 다 박약하고 혈색은 푸르고 어두운 기운을 띠고 있으니, 이는 고독하고 우환이 있는 상입니다. 아마도 형제의 연이 없을 것이며 부모를 일찍 여의었을 것입니다. 자손을 얻기 어렵고 신변에는 재액과 질병이 많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모암은 “저는 과연 몸에 병이 있고 이미 부모를 여의었으며, 형제가 없으니 매우 고독합니다. 다행히 일찍 등과했을 뿐이니 여러분의 관상 풀이가 정말로 확연하군요”라고 하였다.

동행한 또 한 사람 의관은 南斗旻으로 자는 天章, 호는 丹崖로 나이는 40세이다. 문인 히로모토가 관상을 보고 말했다. “골격이 평만하고 부위에 치우침이 없으며 학당에 흠이 없습니다. 다만 이마와 광대뼈에 귀골이 없고 혈색이 탁하여 막혀 있으니, 부유하면 귀해지지 못하고 귀해지면 오래 살지 못하거나 오래 살면 후사가 없는 상입니다” 남두민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과연 저는 평소 부유하지도 못하고 귀하게 되지도 못했습니다”라고 하였다.

위의 문답에 보이는 남두민(1725∼?)은 본관이 영양으로 1764년 통신사 수행의관으로 일본에 가서 문답을 나눴으며, 1765년 의과 增廣試의 참시관을 지냈으며, 벼슬이 典醫正에 이르렀다. 또 다른 의원 成灝의 자는 大深, 호는 尙菴으로 당 44세였다. 그의 상에 대해서는 “결함이 없고 어둡고 막힌 데가 없으니, 연내에는 분명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 또 下停[地閣, 턱]이 뾰족하지 않고 兩倉이 풍만하니 만년에 부유해지고 영달할 상입니다”라고 하였다. 그가 과연 만년에 부귀 영달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끝으로 조선인의 관상에 대한 통론(韓人通論)이 실려 있는데, 한인의 상 가운데 세 가지는 단점이 되고 한 가지는 장점이 된다고 하였으니 너그럽고 도량이 큰 것 말고는 별로 호감이 있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허경진 교수가 옮긴 동일서명의 번역본이 시중에 나와 있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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