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정원일기 원문 접근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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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정원일기 원문 접근 ‘길라잡이’
  • 승인 2010.08.2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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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영

홍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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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승정원 일기, 소통의 정치를 논하다>
승정원일기 원문 접근 ‘길라잡이’
정치 의약 인물 등 다뤄 전체 파악 용이

<승정원 일기, 소통의 정치를 논하다>
박홍갑, 이근호, 최재복 지음. 산처럼 刊

책방을 둘러보면 다양한 역사 관련 대중서들이 신간 코너를 매번 새롭게 장식하고 있다. 아무래도 사료가 부족한 고대사 쪽보다는 조선시대를 다룬 책이 많다. 그 중에서도 실록이나 승정원 일기, 의궤 등 조선시대의 기록문화를 다룬 책들이 시선을 끈다.

조선왕조실록은 오래 전에 한글 번역문의 전산입력까지 완료되어 검색이 쉽고 읽기가 편하다. 따라서 이를 이용한 연구나 저술도 많다. 승정원 일기는 조선 후기 분량의 원문이 아직 다 전산화되지 않은 데에다 한글 번역은 더 훗날의 일이라 선뜻 접근이 어렵다. 실록에 비해 자료가 풍성한데도 이러한 이유로 인해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이에 대하여 첫 테이프를 끊은 책이 있으니, 바로 박홍갑, 이근호, 최재복이 쓴 <승정원 일기, 소통의 정치를 논하다>이다. 이 책은 보다 쉽게 승정원 일기 원문에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당시의 정치, 사회, 생활, 의약, 인물 등 여러 방면에서 추려냈으므로 승정원 일기의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하기에도 좋다.

치료법에 관심을 갖는 우리로서는 승정원 일기 홈페이지에 들어가 여러 가지 검색어를 넣어보고 싶어진다. “缸灸”로 검색해 들어가면 당시의 부항치료에 대한 설명이나 치료 후의 영조의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 “乳道”로 검색해 본다면 젖먹이 세자나 세손을 치료할 때 유모에게 약을 먹였다는 사실, 유도를 사용하는 기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粟米飮”이나 “駝酪粥”, “米食(미숫가루)” 등 각종 식치나 처방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어떠한 방법으로 요리되고 투여되었는지에 관해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실록과 승정원 일기 이외에 눈길을 잡아당기는 것은 의궤이다. 의궤는 왕실의 각종 행사를 기록한 책이다. 행사의 준비과정이나 절차는 물론, 소요된 물품과 경비, 동원된 인원과 인명까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대단한 기록정신을 보여준다. 그림도 가득한데, 그 중에서도 볼만한 것이 班次圖이다.

반차도는 행사의 주요 장면을 그린 현장 기록화로서 요즘의 기념촬영이나 비디오 녹화에 비견된다. 재미있는 것은 정조의 화성행차를 그린 김홍도의 반차도이다. 김홍도는 딱딱하고 위엄 있는 행차를 재미난 퍼레이드로 바꾸어 놓았다. 한영우가 지은 <정조의 화성행차 그 8일>에서 채색을 복원하여 30페이지에 걸쳐 공개하였는데, 청계천에 가면 도자 타일로 된 큰 그림을 볼 수 있다. 의궤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궁금하다면 김문식, 신병주가 지은 <조선왕실 기록문화의 꽃, 의궤>가 친절하다.

진료실에서도,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역사책이 큰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어떤 의도에서인지 공교육에서도 역사는 점차 밀려나는 양상이다. 하지만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내용이 충실한 책들은 끊임없이 나온다.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 혹은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재의 거울’이라는 데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거울 역할을 하면서도 읽는 재미마저 있으니 왜 마다하겠는가? 박시백이 쓰고 그린 <조선왕조실록>으로 남은 여름을 나는 것도 괜찮겠다.

홍세영/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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