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58)- <湖隱經驗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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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58)- <湖隱經驗方>
  • 승인 2010.08.2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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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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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막는 醫療習俗, 유두절의 지혜

 

 

고의서 산책(458)- <湖隱經驗方>
더위 막는 醫療習俗, 유두절의 지혜 

 

 

 

 

 

조선 후기 민중의료의 면모를 보여주는 필사본 의서 1종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본문에서 서명이 <호은경험방>으로 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湖隱’이라는 별호를 사용했던 유의의 경험처방집으로 보이지만 작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어렵다. 근래 2013년 한의약국제박람회 개최지로 선정된 산청에 초객, 초삼이라고 불리는 형제 명의가 살았는데, 그 중 동생인 許鄢의 아호도 역시 호은이다. 하지만 조선 후기 호은이라는 호를 사용한 사람이 여럿이어서 그의 경험방임을 입증할 명시적인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序跋이 들어있지 않아 저술 배경을 알기 어렵다. 다만 전체적인 체제를 보여주는 목록이 첫 장에 자리하고 있어 그 규모와 구성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본문은 頭面, 耳目, 口鼻, 咳嗽, 咽喉로부터 시작하여 人咬, 八角虱, 人食砒霜, 咀呪에 이르기까지 전체 67항목에 달하는 병증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편제 구성은 어떤 의도적인 기준이나 체계 없이 병증 항목만이 나열되어 있는데 편자가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경중의 구분 없이 내키는 대로 수록해 나간 것이 아닌가 싶다.

수록 처방은 대개 기성방서의 대표방이나 기준 처방들을 수록하고 해설한 경우도 있지만 본인의 경험에 따라 한두 가지 약초만을 사용하여 효과를 본 향약경험 치방도 다수 수록하고 있다. 본문 가운데 의료풍속과 관련한 흥미로운 내용도 다수 수록되어 있는데, 예컨대 담궐두통조에는 동서로 흐르는 폭포수 아래서 머리를 풀어헤치고 쏟아지는 물을 맞으라고 하였다. 그러고 나서 쉬면서 음식을 자주 먹고 하루 종일 땀을 내라 했는데, 이것이 바로 ‘流頭’라고 말하고 있어 후대 여름더위를 막기 위해 관례화된 유두절의 머리 감는 습속이 의료적인 이유에서 시작되었음을 볼 수 있다.

민중의료 면모 보여주는 필사본 의서
한두 가지 약초 사용 치방 다수 수록


또한 만일 이 방법으로 낫지 않거든 초정수를 길어다가 여러 차례 정수리에 부어주면 차도가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물론 이 경우에도 땀을 낸 후 바람을 피해야 하며, 몇 해를 계속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어 한국적인 풍토에서 비롯된 경험적인 방법임을 알 수 있다.

한편 각 항목의 제목이나 병증명, 혹은 약명에 군데군데 한글 이름이 혼용되어 있다. 예를 들면 浮萍草는 머구밥, 檉葉 나모기, 絡石 담쟝이 등 수 많은 향약명이 우리말로 기록되어 있어 고한글 연구에도 참고 가치가 크다. 失音은 목쉰증, 咳逆은 펴기질, 癬 버잠 등 병증명 표기 역시 적지 않으며 간혹 한문으로 기재된 내용에도 측면에 우리말 풀이를 곁들여 놓고 있어 이것이 애초에 부녀자들이나 민초들을 위해 작성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병증 항목은 다수의 하위 병증으로 세분되어 있고 각 병증 1항목마다 1개 혹은 많게는 10여조의 치방이 연이어 나열되어 있는 형상이다. 병증 항목과 처방명은 굵은 글씨로 돋보이게 기록되어 있지만 개별 처치법은 2줄의 작은 글자로 적어 놓았기 때문에 한눈에 찾아보기 쉬우며, 목차 구성이 허술한 문제점을 잘 극복하고 있다.

한편 대부분의 병증 항목에서 주증은 <동의보감>을 비롯한 기성방서의 대표방을 뽑아 놓고 특이증상에 대한 처치에 대해서는 향약 단방류를 병용하도록 고안되어 있어 어느 한편만을 위주로 기술된 경우에 비하여 매우 실전적으로 꾸며져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흥밋거리 가운데 하나로 노인의 장부허손에 陽氣乏少한 증상에 雀兒粥이란 食治方이 수재되어 있는데, 참새 새끼 5마리에 술을 조금 붓고 볶아 찹쌀 1홉을 넣고 죽을 쑤어 먹는 방법이다. 예전 같았으면 돈 들이지 않고 써볼 수 있는 노인 보양식이겠지만 요즘처럼 참새가 귀해진 마당에선 쉽게 꿈꿀 수 없는 별식이 되고 만 셈이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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