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그대는 주체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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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그대는 주체적인가
  • 승인 2010.08.1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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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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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생각의 좌표>
진정 그대는 주체적인가
물신주의 항체 배양 필요

<생각의 좌표>
홍세화 저. 한겨레출판사 간

한 달여 간 밤잠 설치게 만들었던 2010 남아공월드컵이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가볍고 탄성이 뛰어난 자블라니, 코끼리의 울부짖음을 넘어설 정도의 부부젤라, 슬로우 비디오 화면 상 명명백백한 심판의 오심, 8차례의 경기 결과를 100% 적중시킨 족집게 문어 파울 등 숱한 화제를 낳았던 지구촌 축제가 모두 끝난 것입니다.

갑작스레 삶의 일부분을 빼앗긴 듯한 허탈감에 젖다가, 문득 국가 별 별명으로 붙인 접두어-무적함대․전차군단․삼바축구․축구종가 등-가 썩 적합하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스페인과 독일은 과거 그들의 제국주의적 행위가 드러나는 반면, 브라질과 잉글랜드는 축구와 연관된 문화적 측면이 강조된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괜히 저 혼자 삐딱하고 엉뚱한 생각을 한 걸까요?

홍세화 님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자기 반성을 바라며 펴낸 <생각의 좌표>는 “내 생각은 어떻게 내 것이 되었을까?” 라는 물음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자유롭게 생각하는 존재인양 착각하지만 생각하는 바에 관해서는 자유롭지 못한 존재이며, 따라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자아 성찰의 출발점이라는 것이지요. 저자가 1995년 자전적 에세이인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출간함으로써 ‘똘레랑스’란 용어를 각인시키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사회운동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책의 주요 내용이 무엇일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부자 되세요”란 말이 마치 덕담처럼 자연스레 표현되고 받아들여지는 회색의 물신사회를 이제는 그만 지양하자는 것입니다. 비록 그가 “나는 자본주의에 미래가 없다고 믿는다”는 극단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지만, 경제가 모든 걸 장악하는 요즘 같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더욱 두드러지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경제의 주체인 인간의 소외이지 않습니까?

책은 편의상 3부(1부 내 생각의 주인은 누구인가, 2부 회색의 물신사회, 3부 긴장된 항체)로 나뉘었을 뿐, 올바른 사유를 위한 성찰과 그에 따른 비판적 행동을 요구하는 논조는 똑같습니다. 폭넓은 독서로 타인의 생각을 참조하고, 열린 자세의 토론으로 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오감이 동원된 다양한 경험으로 직접적 견문을 넓히고, 이를 자신의 의식세계 속에서 주체적으로 종합․정리하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 제도권 교육과 대중매체가 주입하는 왜곡된 의식들을 떨쳐내고, 진정 내 생각의 주인으로서 올바르게 행동하자는 것! 결국, 이 사회를 지배하는 물신에 저항할 수 있는 인간성의 항체를 기르자는 것!

경박단소(輕薄短小) 키치(Kitch)의 시대에는 원본(原本)이 더욱 가치를 발해야 하건만, 어찌된 영문인지 요즘은 새로운 형태의 소외가 되는 듯합니다. 물론 ‘治病必求於本’을 금과옥조로 삼는 우리들은 절대 그럴 리 없겠지만…….

안세영/ 경희대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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