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140] 算學啓蒙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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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140] 算學啓蒙②
  • 승인 2003.04.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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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설명-『신편산학계몽』과 布算法

집안에서 대대로 이 책을 간수해 전했다는 慶善徵은 『籌學入格案』에 올라있는 인물로 籌學敎授와 活人署 別提를 지냈다. 활인서는 고려 때 都城의 빈민을 구제하던 東西大悲院을 조선에서 개칭한 기관으로 특히 전염병을 방역하던 곳이다. 따라서 그는 일선 의료 현장에서 종사했던 기술직 하급관료 출신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는 『九數略』의 저자인 崔錫鼎에 의해 당대 일류의 수학자로 손꼽히는 실력자로 “서양인으로는 마테오리치(利瑪竇)와 아담 샤알(湯若望)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 근세에 이르러 경선징이 가장 저명하다”라고 하였다. 그의 저술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洪大容의 『湛軒書』 중 籌解需用의 인용서목에 ‘詳明算訣 本國 慶善徵撰’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것과 현재 남아 있는 『묵思集』 하나뿐이다. 그 내용은 역시 이 책 『산학계몽』의 스타일을 본받고 있다.

그런데 재미난 일화는 전주부윤 金始振이 이 책을 중간할 적에 마지막 두 장이 떨어져 나가 거의 그 내용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에 大興縣監으로 있던 任濬을 불러 파손된 부분을 보충하게 하였다. 얼마 후 다른 원본을 찾게 되어 그 부분을 대조해 보니 틀림없이 꼭 들어맞았으므로 모두들 그의 식견에 탄복하였다.

임준은 司馬試에 합격하고 順陵參奉, 의금부도사, 龍宮縣監을 거쳐 工曹佐郞, 司宰監僉正을 지낸 인물로 산술에 통하지 못한 바가 없었으며 九章術에 가장 능통하였다. 그는 또 1662년(현종3) 『新編算學啓蒙註解』를 저술하기도 하였다.

책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먼저 算學啓蒙總括이 실려 있는데 곱셈(釋九數法)과 나눗셈(九歸除法), 斤量의 환산, 算木에 의한 수의 표시법, 大數와 小數, 度量衡의 표시, 田地 측량의 단위, π에 관한 고금의 수치, 분수의 명칭, 正負의 수끼리 加減乘除, 開方術의 알고리즘에 관한 가결 등을 먼저 소개하였다.

그 다음, 본론으로 들어가서 20門 259問題를 취급하고 있는데 상권에는 縱橫因法門, 身外加法門 등 8門, 중권에는 田畝形 段門, 倉돈積粟門 등 7門, 하권에는 之分齊同門, 堆積還源門 등 5門이 실려 있다.

특히 天元術이란 한 마디로 말해서 미지수(元)가 하나인 代數式 해법의 일종이다. 天元은 곧 太極으로 천지가 형성되기 이전의 혼돈 상태에 있는 만물의 근원이라는 뜻에서 그 의미를 취한 것이다.

천원술은 算木을 사용하였으며 일종의 筆算 형식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布算法(算木을 이용한 전통방식의 계산법)에 사용되는 표시는 조선 말기 簿記에 사용된 標算(일명 胡算)과도 유사한데 開城 상인이 인삼 무역을 통해 중국 상인과 거래하면서 이 표기법을 사용하게 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서술 내용 가운데는 米粟, 계 馬, 綿布, 絹羅, 金銀, 鹽錢, 田畓 등 일상용품을 중심으로 예를 들어 알기 쉽게 제시되어 있다.

특히 약재를 소재로 예제가 제시되어 문답하는 경우가 많은데 木香, 胡椒, 沈香, 茴香, 片腦, 官桂, 甘草, 白檀, 降眞, 人蔘 등속이다. 대체로 이러한 약재들이 당시 주요 무역거래 품목이자 필수의약품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의 말미에는 望海島術이 부록으로 붙어 있는데 이것은 이른바 측량법에 해당한다. 원래 현종이 동궁 시절 이 내용에 대해 관심이 많아 宋時烈이 임준을 불러 묻고자 하였다. 특별히 이 내용이 책 뒤에 붙게 된 것은 아마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본래 중국에서 전해진 것이나 오직 한국에서만 줄곧 계승되었을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내내 가장 중요한 算書의 위치를 차지하였다. 이 책이 이렇듯 전통 기술학 분야에서 중대한 위치를 점하게 되는 것은 조선의 중인 산학자들이 학술적 배경을 이루었음을 의미한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2)3442-1994[204]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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