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57)- <오주연문장전산고>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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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57)- <오주연문장전산고>③
  • 승인 2010.07.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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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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絶峽窮谷에 고립된 靑莊館 後裔

 

 

고의서 산책(457)- <오주연문장전산고>③
絶峽窮谷에 고립된 靑莊館 後裔 

이제 오주 이규경(1788~1856)의 삶과 그가 조선 의약학에 미친 영향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그는 50을 넘긴 노년기에 이르러서는 당시 충주목의 관할이던 제천 땅에 안착한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의 제천 덕산면에 해당한다.

이곳은 원래 산골이 깊은 오지로 스스로 “지금 나는 絶峽窮谷에 처해 있다. 살고 있는 초가집은 사방 벽에 금이 가 있어 불을 지피면 연기가 자욱해지고 벼룩․파리․모기가 밤낮으로 물어뜯는 것이 마치 만 발의 화살로 몸을 뚫는 듯한데 홀로 앉아 책 쓰는 일을 그만두지 않고 있다. 이것 때문에 남들이 비웃는 것이다”라고 하였고, 또한 “나는 絶峽에 칩거하여 생선 맛을 잊은 지 이미 여러 해이다”라고 하여 매우 빈궁하고 절박한 입장에 놓여있으면서도 자신의 지식을 정리하여 책을 저술하는데 몰두하였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저술이란 물론 <오주연문장전산고>를 의미한다. 때문에 우리는 저자 자신이 글 속에서 드러낸 말과 정황을 바탕으로 그의 대표작 <오주연문장전산고>의 많은 부분이 오늘날의 제천 지역에 살면서 집필된 것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시론이 담긴 문학서 <詩家點燈>도 제천에 칩거한 1850년에서 1855년 사이에 집필되었다고 하니, 그의 유작 <시가점등>과 <오주연문장전산고>는 모두 궁벽한 오지에서 이루어진 오주 노년기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제천에서 한의약산업이 적극 추진되고 올 가을 국제한의약엑스포가 치러지는 것도 결코 우연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빈궁함 절박감 속에 지식 정리 몰두
각종 약재감별 재배 등 辨證說 수록


오주가 오늘날의 제천 지역으로 이거한 것은 1840년에 忠州牧 德山面 星巖里 卯洞(堯洞이라고도 함)으로 옮기면서 부터이다. 그는 그곳에서 한 해 전에 입수한 黑麥을 파종하여 처음에 한 줌을 수확하였고, 1842년까지 매년 파종을 계속하여 점점 더 많은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또 그해에는 楓石 徐有榘(1764~1845)로부터 땅콩을 직접 손에 넣었다. 땅콩은 이규경이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작물이다.

조부인 雅亭 李德懋가 1778년(정조 2)에 沈念祖를 따라 燕京에 가서 墨莊 李驥元으로부터 재배법을 배운 이래, 오주는 北行하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땅콩을 구해 와서는 집안 사람들에게 키우게 하였지만 다 썩어버리고 싹이 나지 않았다.

그의 말년은 세상과 발걸음을 끊고 고립된 채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 1853년에 이르러 이덕무의 <士小節>이 간행되지 못하고 필사본으로 떠돌다가 崔瑆煥에 의해 간행되었으나, 이규경이 궁벽한 곳에 살았던 탓에 알지 못하다가 그해 가을 최성환이 찾아와서야 소식을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후대 그의 아들, 손자도 모두 이 지역에 묘소를 둔 것으로 보아 대대로 제천 지역에 세거하였던 것으로 보이나 후대로 내려오면서 절손이 되어 발길이 끊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오주연문장전산고> 안에는 여러 편의 의약 관련 논설이 실려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人事篇 人事類의 身形에는 人體內外總象辨證說, 人身藏府骨度辨證說, 肢體釋名辨證說 등 십여 편의 신형과 장부에 관한 논설이 실려 있다. 이 부류의 항목에 身形이란 제목이 붙어있다는 것 자체가 <동의보감>의 영향이 지대했음을 말해준다. 또 人事篇 技藝類 醫藥에는 좀 더 심도 깊은 의약론이 전개되는데, 務成子螢火丸辨證說, 諸膽辨證說로부터 胡椒, 大黃, 種附子, 通草, 百合, 牛蒡, 商陸, 地黃, 枸杞, 黃連, 牧丹, 芍藥, 白頭翁, 天麻 등 각종 약재의 감별과 재배에 관한 辨證說이 수록되어 있어 조선 본초학의 일면을 살펴볼 수 있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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