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뒤 환자 볼 수 있을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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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뒤 환자 볼 수 있을까 걱정”
  • 승인 2010.07.2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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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한의대 재학생들 난상토론
“졸업 뒤 환자 볼 수 있을까 걱정”
실습교육 태부족… 임상 걱정 외부강의 찾아

창간특집/ 한의대 재학생들 난상토론 

한의과대학 재학생들은 한의약계 미래이자 희망이다. 졸업과 동시에 개원가, 학교, 학회에 들어가 역량을 키우고, 일부는 머잖아 한의학 발전의 중추를 담당할 것이다. 그들의 고민이 무엇이고, 무엇을 꿈꾸는지에 따라 한의약계 10년 뒤 자화상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민족의학신문은 한의대 재학생 난상토론회를 마련해 대학교육 실태와 개혁 방향, 한의학 현실진단, 개원가 분석 등 그들의 시각을 들었다. 1차 난상토론에는 신동윤 전한련 의장을 통해 섭외된 세명대 윤인영, 우석대 유수빈, 원광대 고용희 학생이 참여했다. 토론 참관자도 서너 명이 됐다. 그들의 발언은 비교적 전체 대학생의 정서와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는 판단이 들만큼 객관성과 합리성을 담보했다. 먼저 이번 난상토론의 주요 내용을 지면에 싣는다. 다른 한의대 재학생들이 참여한 2차 난상토론의 주요 내용 역시 곧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첫 한문시간은 사서 읽기로 시작됐는데 해석법이나 사서삼경의 기본 내용에 대한 설명도 없이 읽어두면 된다고 지도했다”


고용희.
그들은 왜 한의대를 선택했을까? 이유나 사연은 역시 제 각각이다. 신동윤 전한련 의장은 “입학하기 전 두 곳의 학교를 다녔다. 삶의 질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보니 한의과대학을 생각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원광대 본과 2학년 고용희 학생은 “어렸을 때부터 한의학에 관심이 많았다. 한약을 먹으며 다이어트를 했고 허준 드라마를 보고 열광했다”며 “천문학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고심 끝에 한의학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우석대 본과 2학년 유수빈 학생도 “오래 전부터 한의학에 관심이 많았다. 처음엔 좌절을 겪었지만 다시 도전해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한의학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다. 세명대 본과 2학년 윤인영 학생은 “원래 문과생이었는데 이과 쪽에 교차지원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원서 접수를 한 것이 합격까지 이어지게 됐다”며 “한의대와 다른 학교에 동시에 합격했지만 막상 한의과대학을 알고 나니 점점 마음이 기울었다”고 했다.

대학을 선택한 배경을 놓고 말문이 터지자 학생들은 치열했던 입시경쟁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한풀 꺾였지만 한의대는 아직도 수능 최상위의 점수를 획득해야만 입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용희 학생은 “과거에는 한의과대학이 상위권 의대와 견주었다고 들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떨어지긴 했지만 보통의 의과대학에 비해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대체로 이에 공감했다.

학교를 입학하고 나서는 기대하는 한의과대학의 모습도 있었을 것이다. 어떤 점이 그들의 바람과 같고 달랐을까. 고용희 학생은 “입학만 하게 되면 동기나 선배와 함께 약도 지어보고 침도 놔보고 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대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는 보람은 있다”고 말했다. 신동윤 의장은 “다른 대학을 다닐 때 보면 학생들은 소위 스펙 쌓기에 열중했다. 그러나 한의과대학은 자유로울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며 “먼저는 학교공부에 충실한 것을 생각했다”고 했다.

“학교 공부만 가지고도 어느 정도 한의사로서 역할이 가능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것 같아 불안감에 외부강의를 찾는다”


신동윤.
학교생활에서 기본은 교육이다. 입학 후 학교생활을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육내용 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신동윤 의장은 “학생들의 본분은 먼저 학교 교육에 충실한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학생들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신동윤 의장은 “학생들이 수업이 포커스를 어디에 맞춰야 할 지 혼란스럽다”며 “커리에 표방된 내용은 좋지만 실제적으로는 연결고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신동윤 학생은 또한 “같은 학년인 타 한의과대학 학생들과 배우는 내용이 달라 학문적인 교류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고용희 학생은 “학생들이 한문 실력이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벽을 쌓는 법도 가르쳐 주지 않고 벽을 만들기를 바란다. 학생들이 따라가기에 힘든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윤인영 학생도 “첫 한문 수업시간이었다. 사서를 읽어주는 것이 수업의 시작이다. 한자 해석방법이나 사서삼경의 기본 내용에 대한 설명도 없이 읽어두면 된다고 지도했다”며 기본교육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난상토론 참석자들이 학교 교육을 통해 개선해야 할 문제들은 기본교육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신동윤 의장은 “학교에서 들은 내용과 외부에서 들은 내용이 다르다”며 “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공부를 하지만 자신감이 없다. 그러다 보니 학교 공부에 소홀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용희 학생은 “학교 외에 학회에서 별도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학교 교과과정은 유기적인 흐름이 없고 중구난방 식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고용희 학생은 또한 “학과 내 학생들의 경우 교육내용이 과목 개설 목적과 부합하지 않고 교수님들 개인의 성향대로 가르치는 경우가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고 덧붙였다.

윤인영 학생은 “한의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한의학자가 아닌 임상의로서 목표를 갖는 학생들이 많은데 기초교수와 임상교수 간에 차이가 너무 크다”며 “실제 위주의 수업이 되지 못하고 암기 위주의 수업에만 치중한다”고 말했다. 윤인영 학생은 또한 “학교 공부만 가지고도 어느 정도 한의사로서 역할이 가능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불안감에 외부강의를 찾게 된다”며 “같은 책을 보더라고 교수님들마다 견해가 달라 어느 것을 따라야 할 지 제약이 많다”고 토로했다.

“양방 편제를 따라 커리를 짜다 보니 내용만 방대하고 주체성이 부족해 한의학 고유이론을 살리기에 적합하지 않은 듯하다”


고용희 학생은 이에 대해 “한의과대학 설립 초기에 양방체계가 먼저 자리 잡고 있다 보니 양방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 문제일 것이라고 본다”며 “양방 편제를 따라 짜깁기 식으로 하다 보니 내용만 방대해 지고 주체성이 부족해 한의학 고유의 이론을 살리기에 적합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수빈 학생은 “우석대의 경우 본초학의 경우는 그나마 실습이 많이 이루어지는 편이지만 다른 과목의 경우 실습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실습시간을 이론으로 대체하거나 다른 내용의 실습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유수빈.
유수빈 학생은 또한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학년 간 연계가 안 되고 다시 새로운 게 나와서 쌓이는 게 없는 느낌”이라며 “학생들이 자신감도 없고 졸업하면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고 학회 강의를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게 듣게 되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한의계가 위기라는 말이다. 이에 대한 학생들 시각은 어떠할 지도 들어봤다. 신동윤 의장은 “한의계가 위기라고 하는데 로컬 한의원의 매출이 줄어들고 환자가 줄어드는 게 위기라고 생각한다면 맥을 잘못 짚은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윤 의장은 이어 “여전히 국민은 한의학에 대해 효과는 느리지만 근본치료가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한의사들마다 치료효과가 다르고 말이 다르다 보니 환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동윤 의장은 또한 “같은 증상을 가지고도 한의원마다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그 중에 어느 곳은 거짓말을 하는 게 되어버리지 않느냐”며 “환자들의 신뢰를 쌓기 위해 양방기기를 사용하고 의료 일원화를 한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력한 리더십의 지도자가 없어 학문과 학교 교육에 기준이 부족하고 다양성만 인정하는 산만한 학문이란 인식을 준다”


고용희 학생은 “학생들 대부분은 한의계가 위기라는데 공감하면서도 이에 대한 고민이 없다”며 “위기니까 협회나 선배들이 잘못한 것이라며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윤인영 학생은 “한의계에 지도자로서 위엄을 지닌 인물이 없기 때문에 학문과 학교 교육에 기준이 없고 다양성만 인정하는 산만한 학문이란 인식을 갖게 된다”며 “한의계가 아니라 한 개인의 한의사로서 각각 존재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윤인영.
학생들은 다양한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인영 학생은 “한의계 체계와는 맞지 않지만 학교를 중심으로 학문이 살기 위해 한방병원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병원 수련의는 고생만 하고 배우는 것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한데 병원에서 한의학을 연구하는 사람도 많이 배출하고 임상의도 많이 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윤 의장은 “양방은 대학병원이라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질병 연구나 임상에 관한 결과물이 병원에서 무수히 나오지만 한방병원은 고사 직전”이라며 “정책적인 것보다는 실질적으로 한방병원과 학문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난상토론 참석자들은 대체로 교육내용 부실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본교육 부재, 수업과 임상 간의 괴리, 한의계 나아가 학계의 구심점 부재, 뒤처진 한방병원 시스템 등은 졸업과 동시에 임상에서 맞딱뜨려야 할 현실이기에 너무 답답하고 막막하다고 했다. 어찌 보면 그들의 고뇌는 당연하다. 더욱 치열한 고민 필요하다. 다만 선배 한의사들의 의식 개혁과 헌신성이 전제됐을 때 그들의 고민은 탈출구를 찾을 것이다. 토론회를 참관한 학생이 이런 말을 던졌다.

“한 양방의사에게서 ‘왜 한의사들은 다른 한의사가 하는 말을 무조건 비판하고 자기만 옳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기의 연구성과 공표를 꺼리지 않는 양방과 달리 한방은 자기 혼자 알고 비방으로 가지고 있어야 유명인이 될 수 있는 분위기다.”

정리= 백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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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 2010-07-29 14:48:35
옛 선인들이 정확히 알아서 마련해 놓은 밥상을 지금의 우리들은 그 기초가 된다는 음양, 사상, 오행, 육기의 기준조차 과학으로 마련해 놓은 것이 없으니 가르치는 사람마다 다르고 질문하면 암기하라 하면서 洋醫 곁을 눈 흘기는데만 열심하고 있으니 기초가 없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라도 한의학의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공보의 2010-07-28 10:00:36
요즘 젊은 교수들은 변증놀이만 하는 사람 많지 않습니다. 문제는 진단기기에 대해서 학교에서 배우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병원에 근무하지 않는 이상에야 실제 임상에 나가서 쓸 수도 없는데 무슨 소용입니까. 학교에서 진단기기에 대한 교육을 좀 더 강화하고 협회가 나서서 진단기기에 대한 권리를 획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2010-07-27 16:25:02
초음파 동영상이랄지, 심전도에 대한 공부가 병행되어야 하는데.. 교수들은 그저 변증놀이만 하고 있으니 발전이 있을 리 없다.. 서양의학적인 것 중 웬만한 지식은 강도높게 가르쳐야 한다.. 교수가 모르면 시청각 교재랄지 이런 것을 열심히 모아서 보여줘야 한다.. 지금 교수들은 어려운 환경인 것은 인정하지만 직무유기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중국책 그만 베껴왔으면 한다,,

★★★ 2010-07-26 01:05:59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러한 문제들을 한의계 전체에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학생 때 불만 털어놓으면서도 그냥 참고 졸업하고 나서는 잊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습니까? 이제 덮지 말고 드러내어 모두의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교육을 받는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함은 필수이고요. 학생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는 변화는 결국 다시 학생들의 불만으로 이어질 뿐입니다.

★★★ 2010-07-26 00:58:23
그 예는 교수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이루어진 변화의 사례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학장이 단독적으로 생각해낸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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