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개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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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개조’ 가능할까
  • 승인 2010.07.2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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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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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이끼
‘인간 개조’ 가능할까
정돈된 서사 재미와 힘 지녀

<이끼>
감독 : 강우석
출연 : 정재영, 박해일, 허준호, 유선, 유해진, 유준상

한달 동안 전세계를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했던 월드컵이 끝났다. 점쟁이 문어의 신통방통한 예측으로 더욱 재미를 부추겼던 월드컵으로 인해 영화계도 잠시 주춤했지만 이제부터 성수기 중에 성수기인 여름방학 시즌을 맞이하여 더 많은 관객들과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이맘 때 <해운대> <국가대표> 같은 블록버스터급 한국영화들이 크게 흥행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이런 류의 한국영화들이 별로 눈에 뜨이지 않는다는 것이 좀 안타깝다.

이렇게 전반적인 영화계의 불황 속에서도 동명만화를 각색한 <이끼>가 관객들의 관심을 얻고 있는 것은 충무로의 큰손인 강우석 감독이 연출하고, 정재영, 박해일, 유해진 등 연기파 배우가 총출동한다는 점만으로도 그동안 한국영화의 가뭄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해국(박해일)은 20년간 의절한 채 지내온 아버지 유목형(허준호)의 부고 소식에 아버지가 거처해온 시골 마을을 찾는다. 그런데 오늘 처음 해국을 본 마을사람들은 하나 같이 해국을 이유 없이 경계하고 불편한 눈빛을 던지고, 아버지의 장례를 마친 후 해국은 마을사람들에게 서울로 떠나지 않고 이곳에 남아 살겠노라고 선언을 한다. 순간 마을사람들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감돌고, 이들 중심에 묵묵히 있던 이장(정재영)은 그러라며 해국의 정착을 허한다.

‘세상에 아무 쓸모 없는 이끼 같은 인간’이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이끼>는 사회에서 쓸모없는 인간들을 모아 쓸모 있는 인간으로 변화시키려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인간 사회의 숱한 유혹은 그들을 개조시키지 못하고, 그로 인해 영화의 사건은 시작된다. 영화 개봉 전 <이끼>에서 가장 중요한 이장 역의 캐스팅으로 많은 의견이 오고갔지만 다양한 장르를 오가는 정재영이라는 배우의 연기는 젊은 이장과 나이 든 이장의 모습을 모두 잘 소화시키며 극적 긴장감을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만화가 원작이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핸디캡과 <이끼>의 장르가 범죄영화인데도 완벽하게 장르의 공식을 따르지 않고 강우석 감독 식의 세밀함보다는 투박하게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는 점이 약간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간50분이라는 긴 상영시간 동안 <이끼>는 주조연을 가릴 수 없는 여러 배우의 열연과 잘 정리된 이야기로 인해 꽤 집중력을 가지며 관객들이 마지막 반전까지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재미와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올 여름 가장 기대되는 한국영화 중 한 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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