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골의학 의사 알랭게인 세미나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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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정골의학 의사 알랭게인 세미나 참관기
  • 승인 2010.07.0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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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일

문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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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리역학 알고 정골기법 사용… 완전 ‘시술’
병리역학 알고 정골기법 사용… 완전 ‘시술’
지각 개발, 도수치료 역량 습득 필요조건

르포/ 정골의학 의사 알랭게인 세미나 참관기 

2010년 6월26일 프랑스인 오스테오파시 닥터(정골의학 의사)인 78세의 알랭게인 선생님을 보았다. 큰 키에 다부진 체격을 가지신 분이 트렁크가방을 끌고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 엘리베이터를 타고 계셨다. 나는 인사를 하고 “과연 오늘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 차 있었다. 올해 5월21일 미국인 오스테오파시 의사인 사넷 선생님을 뵙고 난 후 2번째 오스테오파시 닥터인 것이다.

이번 세미나는 강의 주최자가 원하는 대로 책 1권을 저자가 직접 책거리를 하는 식으로 책의 내용을 설명하고 실습하는 식으로 강의가 진행되었다. 책은 대한 Craniopathy학회, Cyriax정형의학연구회와 대한청구한의학회가 공동으로 번역, 출간하였고 세미나는 대한 Craniopathy학회가 주관하였다.

책의 맨 앞에 있는 저자의 ‘책 소개’를 인용하고 내 자신이 세미나 현장에서 느낀 감정을 적어보도록 하는 것이 알랭게인 선생님을 이해하고, 책을 이해하고, 강의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각의 개발에 근거해 가르쳐 왔고, 나 역시 지각과 감각을 느끼는 것을 위주로 오스테오파시를 공부하고 시술해 왔다”


“건강 문제에 대한 도수치료의 의학적 접근은 매우 견고한 기본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 두개골 해부학과 생체역학을 제공하고자 한다. 해부학에 대한 신뢰할만한 문헌은 풍부하지만, 불행히도 생체역학은 문서화가 잘 안돼 있다: 이 분야에 공헌한 몇 간행물에서 참고문헌은 산발적이며, 불완전하고 희박하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매우 유용할만한 자세한 연구를 인정하는 실질적인 개요는 없다. 이러한 결핍은 아마도 두개골 술기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들을 가르치는 동안 지각의 개발에 근거한 사실 때문일 것이다. 비록 이것이 도수치료 역량을 습득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치료사가 사용하고자 하는 술기의 선택에 이르는 이유의 근간을 형성해야 하는 병리역학(pathomechanics)의 이해로는 불충분해 보인다.”

오스테오파시(정골의학)에서 두개추나, 내장기수기법, MFR, LAS의 기법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을 가르치는 동안 지각의 개발에 근거하여 가르쳐 왔고(MET는 예외임), 이것이 오스테오파시의 장점이라고 나는 생각해 왔고, 나 역시 지각과 감각을 느끼는 것을 위주로 오스테오파시를 공부하고 시술하여 왔다.

그러나 알랭게인 선생님은 비록 지각의 개발이 도수치료 역량을 습득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치료사가 사용하고자 하는 술기의 선택에 이르는 이유의 근간을 형성해야 하는 병리역학(pathomechanics)을 알고 그 기법을 사용하여야 완전한 시술이 된다고 하였다. 이것은 미국 스틸 박사가 200년 전에 창시한 오스테오파시가 그 다음 대에서 영국으로 건너가 유럽의 오스테오파시가 되어가면서 이론적으로, 시스템적으로 한층 더 발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내가 배워온 바로는 미국 사넷 선생님의 오스테오파시는 지각의 개발에 힘써서 TENSION을 느끼고 그것에 따라 치료하는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유럽으로 미국의 오스테오파시가 넘어가면서 많이 달라진 것이다. 물론 미국 사넷 선생님의 오스테오파시가 생체역학과 병리역학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오스테오파시를 배울 때는 우선 지각의 개발에 힘쓰고 점점 익숙해져 가면 생체역학과 병리역학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각과 감각의 개발이 없이는 시술이 불가능한데 감각을 개발하지 않아 시술은 하지 못하면서 이론만 잘 알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한의학에서도 실제로 침을 놓을 때 침 끝에서 느끼는 득기 감각을 무시하고 옛사람들이 세운 학설만 따라 침을 사용하고 그것을 근거로 자기 나름대로의 학설을 세운다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실제와 맞을 수 있겠는가? 침구학의 이론대로 우로 9번 돌리면 보법이고 좌로 6번 돌리면 사법이라는 이론을 무조건 따르는 것보다는 시술자가 반드시 감각으로 느낄 수 있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의학도 인간의 감각을 바탕으로 四診이 발달하였고 침구학의 수기법이 발달하였으리라 생각되는데 무조건 관념상으로만, 이론으로만 발전하였다면 사상누각이 되었을 것이다. 실제와 이론이 맞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정골의학과 한의학도 이런 점에서 감각을 바탕으로 한 이론이 서로 교류하고 기법들이 서로 통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와 이론이 맞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정골의학과 한의학도 이런 점에서 교류하고 서로 통할 수 있을 것이다”


알랭게인(우)과 필자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내가 속한 대한청구한의학회에서도 요사이 몇 년간 정골의학의 여러 이론과 기법을 여러 한의사 회원들이 시술하면서 한의학 안에 흡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골의학에서 “손이 유일한 tool이다” 라는 말이 있다. 손으로 느끼고, 시술하고, 모든 것이 감각으로 연결되며, 이것을 바탕으로 200년 간 현대의학과 현대과학을 이용하면서 정골의학적 생리와 병리를 연구한 것이다. 따라서 알랭게인 선생님이 졸업을 하고 처음에는 여러 선생님을 모시고 배우고 20년 간 임상을 해오다 이것에 부족함을 느끼고 생체역학자와 함께 생활하며 생체역학과 병리역학을 연구하기 시작한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세미나는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초보자보다 오스테오파시를 1~2년 시술한 경험이 있는 치료자에게 도움이 더 될 것 같았다. 일단은 수강자들이 어느 정도 기초는 마스터했다는 전제로 세미나가 열려 책 한권의 내용을 강의하였기 때문이다. 기초과정은 대한청구한의학회에서도 여러 번 강의과정을 개설한 바 있고 앞으로도 개설할 예정이다. 이 과정을 통해 손의 감각을 훈련한다면 여러 기법을 훌륭하게 시술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강의과정만 듣고 손의 감각을 훈련하지 않는다면 정골의학을 이해는 했지만 시술은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정골의학은 기공 수준의 감각이 필요해서 일반인이 시술할 수 없다”고 자괴감을 토로하면서 다른 한의사들이 하는 것을 바라만 보게 되고 다른 한의사들의 오스테오파시 입문을 추천하지 않게 될 것이다. 차근차근 훈련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순수한 마음으로 환자의 몸을 열심히 경청한다는 전제 하에 수련한다는 것이고 결국에는 한의학 시술과 한의학 이론을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두개골 도수치료 그림책-Atlas of the Techniques of Manipulation for the Bones of the Skull and Face 1985년-이 출간된 지 벌써 10년 이상 되었고 그 이후 책은 10개 국어로 번역되었다. 이 책은 척추신경추나의학회가 번역을 하여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책이며 외국인이나 한국인에게 강의할 때 책 안에 있는 그림을 많이 인용하는 책이다. 저자가 볼 때는 전문가조차도 효율적으로 치료될 수 있는 기본적으로 가역 가능한 병변을 다루는 데에 두개골 술기가 불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판책-두개골의 정골요법적 생체역학, 병리역학과 그리고 진단과 치료 Cranial Osteopathic Biomechanics, Pathomechanics & Diagnostics for Practitioners 2007년-의 출간이 10년만에 이루어졌다.

저자는 이 치료 매뉴얼에서 두개골 시스템의 기능적 결함을 찾을 수 있는 검사술기와 이것들의 병리역학적 특징을 기술하였다. 그리고 먼저 1985년에 나온 책 Atlas of the Techniques of Manipulation for the Bones of the Skull and Face를 참조하여 치료사에게 가장 적합한 술기를 선택 가능케 하였다. 이 책, 두개골의 정골요법적 생체역학, 병리역학과 그리고 진단과 치료에서 저자는 30년 동안의 진료를 통하여 고안하고, 개선시키고 개발한 기본적인 술기를 나열하였다.

세미나 도중 알랭게인 선생님에게 그림책에 틀린 것이 있는가 라고 여쭈워 보았더니 오래된 책이라 바뀔 것도 많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손의 인지와 연관되는 교정 도수술기를 선택할 수 있는 3번째 책이 출간될 것이라고 하였다.

두개골의 정골요법적 생체역학, 병리역학과 그리고 진단과 치료의 목차도 두개골의 생체역학, 병리역학, 치료수단, 도수진단으로 되어있어 3번째 나올 교정도수 술기의 전편으로 기초가 되는 전반적인 것을 다루었다.

“선무도 관련 영상자료를 구한다는 얘기를 듣고 서양인인 알랭게인 선생님도 동양의 무예에 관심이 깊다는 것을 느꼈다”


두개골 운동성의 생체역학과 중심 뼈들, 주변 뼈(peripheral bones), (쌍을 이루는 뼈) 얼굴뼈, 상호 긴장 막(reciprocal tension membranes)의 움직임, 두개골 적응(cranial adaptation) 형태와 적응의 다른 형태, 측두골 병변이 존재하는가? 어디에 있는가?와 접형골 특정검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실습하는 것으로 강의를 마쳤다. 특히 측두골에 대한 강의는 인상 깊었으며 두개골의 뼈의 움직임이 자세하게 설명돼 정골의학에 입문하신 분과 몇 년 간 숙달되신 분들도 이 책을 정독하신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인 턱관절과 안구 근육에 대한 특정검사는 시간상 마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고 아마도 올해 안에 알랭게인 선생님이 다시 오신다면 이것을 강의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매번 유명한 의료인의 세미나에 참가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 분의 강의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분이 풍기는 기풍을 느끼며 나 자신도 한 단계 향상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독자 여러분도 가능하다면 세미나에 적극 참여하기를 바란다.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헤어지면서 선무도에 대한 영상자료를 구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양인인 알랭게인 선생님과 사넷 선생님도 동양의 무예에 관심이 깊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 한의사도 건강을 위해서,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서, 자기 감각의 개발을 위해서, 머리만이 아닌 육체도 단련하기 위하여 동양무술 한 가지는 수련하기를 바란다. 끝으로 책머리에 대한청구한의학회 회장인 홍영선 원장이 쓰신 추천의 글을 올려본다.

“의료인은 환자를 대함에 있어서 몸으로 혹은 마음으로 진실을 담아 질병을 찾아내고 건강을 찾아주려는 부단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오고 있다. 그것은 노력이라기보다 건강을 찾아주려는 절절한 몸부림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우리는 오묘한 인체를 창조자만이 알 수 있는 신비로운 대상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인체가 표현하고 있는 아름다운 모션을 찾아내고 몸이 말하는 바를 알아차리며, 아울러 사람의 몸이 스스로 찾아가려는 치유력에 대응하여 보다 더 아름다운 치료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야만 할 것이다.
인체는 소우주라고 한다. 우리가 우주를 들여다 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언젠가는 우주가 열리는 모습을 다 함께 즐기고 느끼고 공감하며 공유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까지 있어 왔던 기존의 동서양 의학의 틀을 좀 더 크고 넓게 바라보며 새로이 안고 가야 할 소중한 책무를 느끼게 된다.
한의학에는 경락 경근 이론이 존재한다. 눈에는 뚜렷이 보이지 않지만 망진과 촉진으로 또는 마음으로 환자의 용태를 살핀다는 점에서는, 리스닝하고 모션 테스트를 하고 심지어 서구의학이 아직까지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CRANIAL RHYTHM과 VISCERAL MOTILITY를 이야기 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 맥이 상통한다.
CRANIAL을 배우고, 리듬을 읽고, 바로 찾아주면서 느끼는 우주의 숨소리는 너무나 미약한 것처럼 보이지만 되풀이되는 수련에 의해서 우리는 엄청난 우주의 열림을 만끽하게 되고 또한 그렇게 되어야 한다. 질병을 건강으로 되돌려 준다는 것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변화시킨다는 말이며 그것은 터럭 하나도 드나들 틈이 없을 정도로 정확, 정교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는 정진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문성일/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진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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