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 체질판별 1차 고려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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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 체질판별 1차 고려 대상
  • 승인 2010.07.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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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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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32)- 사상인 자세
자세, 체질판별 1차 고려 대상
동의수세보원‧ 황제내경 사상인 구별 척도

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32)- 사상인 자세 

사상의학과 <황제내경>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하는 경우를 흔하게 본다. <황제내경>을 공부하는 이는 동무공을 의학자가 아니라 철학자라고 하고, 사상의학을 공부하는 쪽은 황로사상의 오행과 사상의학은 무관하다고 하는 식이다. 과연 그럴까. 굳이 사상과 오행이 실상은 동일한 사물을 보는 각도의 차이일 뿐이라고 어렵게(?) 이해할 것도 없이 <황제내경>과 <동의수세보원>의 사상인이 동일한 척도(잣대)로 구별한 똑같은 사람인지만 확인하면 된다. 독자께서 눈치 채셨겠지만 당연히 두 경전의 잣대는 같다.

25세기의 시공을 격하고 두 경전이 똑같이 적용한 잣대라면 현재 임상에서 크게 활용되어야 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경전의 잣대를 무시한 결과는 가는 데마다 다르게 판정받는 중구난방의 체질 판정으로 나타난다. 우리에게는 체질 판정의 표준화도 시급하다.

민족의학신문 763호에 실린 한국 한의학의 표준과 표준화에 대한 제임스 플라워 씨의 시각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의료기구, 교육 등의 표준은 중요하지만 표준화는 신중해야 하며 서양과학과 서양의학이 표준화의 유일한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요지다. 의료의 껍데기에 해당하는 표준은 안전과 진료의 수준을 위해 필요하지만 의료의 알맹이인 진단과 치료의 표준화는 서양과학이 아니라 한의학에 기반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옳은 말이다. 환자가 한의사를 찾는 까닭은 서양의학과 다른 한의학의 치료를 원하기 때문이다.

한의학에 기반한 표준화 작업에 경전의 해석과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은 당연하다. 학문의 정체성을 상실한 따라하기 식 표준화의 결말은 유명한 한단지보(邯鄲之步)의 고사가 말해준다. 고사에 등장한 한단에 갔던 청년은 걷는 법을 배우기는커녕 원래의 걸음도 잊어 먹고 결국 기어서 고향으로 돌아갔다. 청년이 자기 나라의 걸음걸이에 능숙했다면 혹시 배우지 못해도 기어서 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한의학은 기(氣)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기를 대상으로 하기에 객관적으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기의 운동결과로 나타나는 형(形)과 태(態)는 눈으로 볼 수 있어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쉽다.

“민족의학신문 763호에 실린 제임스 플라워의 시각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학문의 정체성을 상실한 표준화의 결말은 邯鄲之步의 고사가 말해준다”


<동의수세보원․사상인변증론>의 처음에 태소음양인의 체형기상(體形氣象)을 설명한다. 성질과 재간을 설명한 문장 앞에 있는 것을 보면 사상인 구별의 1차 척도가 체형기상의 태, 즉 자세라고 생각할 수 있다. 관련 문장은 ‘腦顀之起勢盛壯. 而腰圍之立勢孤弱(태양인), 胸襟之包勢盛壯. 而膀胱之坐勢孤弱(소양인), 腰圍之立勢盛壯. 而腦顀之起勢孤弱(태음인), 膀胱之坐勢盛壯. 而胸襟之包勢孤弱(소음인)’이다.

다음은 <황제내경>도 <동의수세보원>과 같은 척도로 사상인을 구별하고 있는지 확인할 차례다. <황제내경>에서 사상인의 심리적 특성, 치료원칙, 태에 의한 구별 방법의 연구는 <영추72 통천>에 기록돼 있다.

<통천〉은 태양지인의 자세 특징을 ‘헌헌저저, 반신절괵(軒軒儲儲, 反身折膕)’으로 표현한다. ‘헌헌저저’는 목기(木氣)의 과왕(過旺)으로 턱을 치켜세워서 두부(頭部)가 뒤로 젖혀지는 것이고(腦顀之起勢盛壯) ‘반신절괵’은 ‘헌헌저저’와 동시에 허리가 펼쳐져서 무게 중심이 뒤로 이동되어 무릎이 굽혀진 모양을 말한다.

태음지인의 자세는 ‘염연하의, 임임연장대, 괵연미루(念然下意, 臨臨然長大, 膕然未僂)’다. ‘염연하의’는 태양인의 ‘헌헌저저’와 반대로 턱을 치켜세우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서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는 태양의 직신지력이 불급한 자세며, ‘임임연장대, 괵연미루’는 고개를 숙여서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리지만 허리 부위의 금기가 왕성하여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는 것을 표현한다(腰圍之立勢盛壯).

특히 ‘괵연’은 태양인의 ‘절괵’ 즉 무릎을 구부림으로써 오금이 들어가는 것과 정 반대로 태음인의 무게 중심이 전방으로 이동하지만 허리를 구부리지 않게 되어서 슬와가 현저하게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표현한다. 무릎 뒤 구석의 오금까지 놓치지 않은 세세한 관찰이 놀랍다.

〈통천〉의 소양인 묘사는 특히 흥미롭다. 원문은 ‘입이호앙, 행즉호요, 기양비양주, 즉상출어배(立則好仰, 行則好搖, 其兩臂兩肘, 則常出於背)’다. 소양인은 서 있을 때는 가슴을 앞으로 내밀어 앙거(仰擧)하고 걸을 때는 팔을 많이 흔든다는 말이다. 어깨가 뒤로 젖혀져서 양 팔이 등에서 나오는 모양이라는 표현은 소양인이 흉억부에 화양(火陽)이 가득한 상황을 표현한 재미있는 구절이다.

‘청연절연, 고이음적, 입이조험, 행이사복(淸然竊然, 固以陰賊, 立而躁嶮, 行而似伏)’이 소음인의 표현이다. ‘청연절연’은 친구에게 “이거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라고 말할 때의 조심스러운 기세, 가슴으로 싸안는 자세의 표현이다. 또 가슴을 앙거한 소양인과 반대로 소음인은 서 있을 때 조험(躁嶮)하고, 걸어갈 때 어깨가 축 처진 모양(胸襟之包勢孤弱)이라고 표현한다.

동무공께서 “태소음양인의 체질에 대한 연구는 일찍부터 있어 왔다(太少陰陽人. 早有古昔之見)”고 말씀하신 <황제내경>은 <동의수세보원>과 동일한 척도, 태(자세)의 각도로 체질을 구별했다.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성정으로 체질을 구별하기에 앞서 자세는 체질 판별이 표준화에 1차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이정우/ 동의형상의학 반룡수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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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제가 2010-07-05 11:10:12
계속 이정우 원장님 컬럼을 읽어오고 있었습니다. 한의사로서 한의학적인 생각이란게 어떤 건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설픈 양방지식을 가지고 환자를 대하기 보다는 한의학적인 기준을 확실히 세우는 것이 임상에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한의학적인 생각으로 쓰여진 칼럼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신제가 2010-07-05 10:45:58
한의사로 살아오면서 사상의학에 관심을 가져 사상의학만 파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배운 교수님들은 사상과 오행, 동의수세보원과 황제내경은 별개라고 말씀하셔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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