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여 개처럼 뛰어라?
상태바
태극전사여 개처럼 뛰어라?
  • 승인 2010.06.23 09: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정진

제정진

contributor@http://


그라운드의 한방스포츠학(12)
그라운드의 한방스포츠학(12)
태극전사여 개처럼 뛰어라?

가슴 출렁이는 월드컵이 열렸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6월이다. 다행히도 남아공이라 북반구의 여름처럼 덥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더운 여름 경기는 1994년 미국월드컵 독일전 후반전, 전성기의 클린스만 등에게 전반전에서만 3골을 먹고 후반전에 임했다.

달라스, 오후 3시, 40도를 오르내리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홍명보 황선홍 서정원 고정운 등이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찡하다. 후반전은 완전히 한국이 장악했고,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비기거나 역전도 가능했으리라.

특히, 고정운은 두터운 체격인데도 가장 돋보였다. 왜소한 서정원처럼 좀 가벼워야 더울 때 덜 지치고 잘 뛰어다닐 것이란 생각이 완전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체력도 능력이고 가장 중요한 실력이다. 다른 요소가 상대적으로 약한 팀에선 더욱 그렇다.

그리스 전에서도 활동량에 현격한 차이를 나타냈다. 그리스 선수들은 겨우 3명만 10km를 조금 넘겨 달린 반면, 염기훈이 11.419km, 이청용이 11.300km, 박지성이 10,967km를 달려 한국은 사실상 12명의 선수가 그라운드를 누빈 셈이다. 12명 대 11명이 싸운 것이리라!

한의학에서는 여름철을 ‘번수(蕃秀)’라는 말로 표현한다. 유독 여름을 타는 사람들은 찜통더위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K-리그처럼 한여름 경기를 하는 선수들에게는 주의를 요하는 대목이다. 여름엔 열을 발산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몸 속이 차가워진다. 평소 혈액이 복강에 24%, 근육에 21% 정도 분포하지만 극렬한 고강도 운동을 하면 근육에는 약 88%가 분포하고 복강에는 혈액이 1% 정도만 분포하게 된다. 즉, 열이 발산될수록 정작 내장은 차가워진다. 운동하고 배를 만지면 더 차갑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지혜다.

그러므로 몸 속의 양기를 보해야 한다. 체질 별로 각자에 맞는 보양식을 챙겨 먹는 것이 좋다. 삼계탕 보신탕 추어탕 등이 권해지는데 성질이 따뜻해 땀으로 손실된 기운을 보충하고 소화기능을 돕거나 소화가 잘 되는 대표적 보양식이다. 하지만 자식에게 생선을 주기보다는 낚시 하는 법을 가르쳐 주듯이, 보양식이 아니라 내장의 환경을 따뜻하게 바꿔서 어떤 음식이라도 분해‧흡수할 수 능력을 갖춰주면 금상첨화라 하겠다.

제정진/ 대한스포츠한의학회 부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