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대와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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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대와 한의학
  • 승인 2010.06.0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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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철

하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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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한방스포츠학(9)
그라운드의 한방스포츠학(9)
고지대와 한의학

해발 2200m가 넘는 멕시코시티에서 1983년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의 4강신화를 창조한 우리나라 청소년 축구대표의 훈련 이야기는 그 당시 많은 사람의 입에 회자되었다. 대회를 한 달 반 앞두고 박종환 감독은 선수들에게 마스크를 쓰고 훈련하게 했다. 선수들은 처음엔 5분도 못 뛰고 헐떡거렸고 이 훈련을 감당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불호령과 함께 얼차렷(?)이 떨어졌다. 후에 박 감독은 "나보고 미쳤다고 비난하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게 반복훈련을 한 덕분에 해발 2000m 넘는 멕시코에 가서 펄펄 날았고 4강에 올랐다"고 회고했다.

낮은 고도와 고지대에서 일상생활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운동할 때는 몸 속에 흡수되는 산소량이 절대적으로 감소해 쉽게 피로해지고 탈진하거나 경련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흔히 고지대에서 나타나는 선수들의 생리기능은 호흡량 증가, 산소 소비량 증가, 피로 누적 증가, 수분량 감소 등으로 운동에 필요한 최대 유산소성 능력이 감소되고 또한 심리적으로도 집중력 및 인지능력이 감소되어 경기 수행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이번 월드컵에서는 한국은 물론 다른 팀도 발목이 잡힐 것이다. 고지대에서 90분을 뛰는 것은 고도가 낮은 곳에서 130분 넘게 뛰는 것과 비슷하며, 같은 힘으로 슛을 날려도 공은 더 빠르게, 더 멀리 나간다. 골키퍼는 이런 점에서 더욱 민첩한 행동을 해야 골문을 단단히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고지대에서 팀 닥터를 해봤던 사람들은 본인도 쉽게 피로해 지는 것을 느낄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탈진도 많이 보게 된다.

해발 1273m의 테헤란에서 열린 배구대회에 3차례 참가한(2차례는 한국팀, 1차례는 이란팀 팀닥터) 필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 선수들은 다른 지역에서의 경기와 달리 유난히 경기 중에 물 소비량이 증가하는데, 이란 선수들은 땀도 거의 흘리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선수들은 누적 피로도가 타 지역과는 사뭇 다르다고 호소했는데 필자 역시 평소 경험하지 못하던 증상, 코가 마르고, 쌍코피(?)가 터지는 증세를 경험하였다.

아직 고지대 훈련에 관한 정확한 데이터와 훈련효과에 관한 보고가 많지 않은데, 이 부분에 관한 한약 투여효과에 관한 논문도 많이 발굴되어야 할 것이다.

하상철/ 대한스포츠한의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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