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질환 ‘위기내벌’ 상황
상태바
자가면역질환 ‘위기내벌’ 상황
  • 승인 2010.06.04 0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우

이정우

contributor@http://


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28)- 동의위기행(하)
자가면역질환 ‘위기내벌’ 상황
아토피 알레르기성비염 치료에 위기 이해 필수

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28)- 동의위기행(하) 

‣경맥의 발달순서= 임신 1개월과 2개월째는 왜 성이 결정되지 않다가 3개월이 되서야 성이 결정될까. 3개월 이전에 확정되면 안될 이유가 있을까. 역으로 생각해 보자. 음교, 양교의 교맥이 맨 먼저 경으로 이어져서 남녀가 정해진 다음에 12경맥이 발달한다면 이후의 경맥 발달보다 남녀라는 조건이 더 우선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체질도 남체질 여체질로 나눠진 다음에 사상으로 나눠질 것이다. 이 경우의 사상체질은 음체인 여자는 소음인과 태음인, 양체인 남자는 소양인과 태양인으로 나눠지겠다. 그러나 남녀 모두 태소음양인이 다 있다. 성의 결정 이전에 사상체질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경맥은 인체 내의 오장과 외부의 지절(支節)을 연락한다. 12경맥의 발달과 사지의 형성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운증후군 환자의 특징 중 하나인 짧은 4번째 발가락도 담경(膽經)의 발달이 부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태아가 2개월째에 팔다리가 생긴다는 사실은 이때 좌우의 팔다리를 흐르는 수족음양12경맥이 발달한다는 말이다. 1개월의 태아는 먼저 척추신경이 형성되고 후기에 심장이 형성된다. 척추신경의 형성은 우리 몸의 정중선을 지나는 임맥․독맥의 발달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2개월째에 팔다리가 생긴다는 사실은 이때 수족음양12경맥이 발달한다는 얘기”


경맥의 발달은 우리 몸 중앙의 임․독맥이 발달하고 난 다음 사지를 흐르는 좌우의 수족음양12경맥이 형성되고 마지막으로 음․양교맥의 채널이 이어져서 남녀가 결정되는 순서로 진행된다는 해석이 타당하다. 사상인은 1개월에 정해지고 16형은 2개월에 정해진다.

‣100각과 96각의 시각= 시간(時間)과 공간(空間)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이 현대 물리학의 시각이다. 과거의 시간단위는 100각(刻)이다. 100각법에서 1각은 14분24초에 해당한다. 96각을 적용해 1각을 15분으로 정한 것은 조선 중기 서양역법을 바탕으로 한 수시력을 채택한 이후다. 역사가 기록된 이후로 하루 24시간은 일견 나누기 불편해 보이는 100등분의 100각으로 계산해 왔다.

100각은 하루 24시간을 100으로 나눈 시간 단위다. 하루의 100각 동안 영기와 위기는 우리 몸을 50바퀴 돈다. 영위기는 1호흡에 6촌(寸)을 움직이고 1번 돌 때 28맥을 거쳐서 1620촌을 운행하며 하루에 8만1000촌을 돈다는 것이 <내경>의 설명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디를 어떻게 돌아서 1620촌이 되는지는 모른 채 그냥 50바퀴 돈다고만 할 뿐이다. 영기와 위기의 시스템 부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동의보감 오행사상과 신형장부도= 올해는 <동의보감>이 저술된 지 397년이 된다. 2009년에 의학서적으로는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동의보감>은 한의학의 필수 연구서와 임상서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동의보감>은 편제에서도 황로학(黃老學)에서 연원한 오행사상을 바탕에 깔고 있음이 드러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동의보감>은 내경편, 외형편, 잡병편, 탕액편, 침구편의 5편으로 구성돼 있다. 질병에 해당하는 잡병편을 가운데 두고 인간의 표리인 내경(內景)과 외형(外形), 치료의 표리인 탕액(湯液)과 침구편(鍼灸篇)의 오행 구성은 의성 허준의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한 의학관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동의보감>은 대부분 인용문이기 때문에 허준 선생에게는 편제의 구성과 제목의 결정권만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편제에 편찬자의 의도가 반영될 것이 당연하다.

“100각 동안 영기와 위기는 우리 몸을 50바퀴 돌고, 1번 돌 때 28맥을 거친다”


게다가 <동의보감>의 총 권수가 25권(卷)인 것도 오행의 5수를 확장한 25와 딱 들어맞는다. ‘침구편’보다 내용이 훨씬 많은 부인문, 소아문을 이례적으로 ‘잡병편’에 포함시킨 것도 굳이 5편(篇)의 오행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동의보감> 처음에 등장하는 인체의 장부도인 신형장부도(身形臟腑圖)를 왜 정면도(正面圖)가 아닌 측면도(側面圖)로 표현했는지에 대한 의문 역시 측면도로 그려야만 오행의 토(土)에 해당하는 비위를 중앙에 그려 넣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신형장부도 역시 오행사상의 반영이며 사상의학의 장부도가 태극(太極)인 심장(心臟)을 가운데 넣은 정면도인 것과 좋은 대비가 된다. <동의수세보원>이 4권(卷)으로 구성된 것도 <동의보감>의 오행 편제와 대조된다.
신형장부도.

‣침은 언제 놓아야 하는가= <황제내경> 이후 현대까지 침의 효과에 시간이 결부되어 있다는 것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임상에서도 전혀 참고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위기의 운행 시스템과 태양→소양→양명→음분의 위기 순환을 명시한 ‘위기행’ 편이 해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기는 잠에서 깨어남과 동시에 눈을 통해 체외로 나와 호흡의 리듬을 따라 운행을 시작한다. 이후 1각마다 태양경→소양경→양명경→음경의 순서로 순환하며, 경맥에 위기가 소재할 때 경혈이 열린다. 이 시간에 맞춰서 침을 놓아야만 치료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위기행’ 편의 요지다. 굳이 100각의 시간 시스템을 개발한 것도 인체의 위기 소재가 1각마다 이동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침의 일출과 사람이 잠에서 깨는 것은 똑같다. 해가 뜨면서 자연의 하루가 시작되고 눈을 뜨면서 사람의 하루가 시작한다. 날마다 잠에서 깰 때 위기가 눈으로 나오는 시간부터 사람의 시간은 새롭게 시작한다. 태양경(太陽經)에 침을 놓아야 할 경우는 위기가 태양경에 있는 태양시(太陽時)를 기다렸다가 놓아야 하며 기타 경맥의 혈에 침을 놓으면 효과가 없다는 것이 ‘위기행’ 편의 지침이다. 임상에서 실제로 따라해 보면 침 효과의 변화를 누구나 간단하게 체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침 효과를 입증하려는 시도로 연구된 논문들이 하나 같이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침혈마저 여러 경맥을 섞어서 썼으며 현재까지 유의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태양경→소양경→양명경→음경 순으로 돌며, 경맥에 위기 소재할 때 경혈 열려”

‣위기의 다양한 병변= 위기 운행에 이상이 생기면 병이 나는 것이 당연하다. 위기의 운행이상은 크게 12범주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위기가 오장에서 체외로 외출(外出)하지 못하는 상황이 기면증이다. 일하거나 걷는 중에도 갑자기 잠에 빠져버린다면 얼마나 위험하겠는가. 위기가 오장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불면증이다. 위기가 느리게 흐르면 만성 피로로 나타난다. 위기가 거꾸로 흐르는 특수한 상태가 되면 천식, 수족냉증, 우울증, 만성설사와 변비, 어지럼증의 5란이 생긴다. 고혈압, 당뇨, 부종과 창만, 옹저를 비롯한 수많은 질환도 위기 이상이 원인이다.

위기의 이상에 위기내벌(衛氣內伐)이라는 특이한 것이 있다. 우리 몸을 호위하는 군대와 비견할 수 있는 위기가 총부리를 반대로 겨누는 상황이다. 현대에 크게 늘어난 자가면역질환이 바로 위기내벌의 상황이다. 아토피, 알레르기성 비염을 비롯한 수많은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위기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동의위기행>의 내용 중 일부를 간추려 소개했다. 그러나 위기가 맥내(脈內)로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와 영위 운행의 세세한 과정, 성(性)에너지 주기와 오장(五臟)에너지 주기, 인체에 나타난 28수, <사기>의 28수 명칭의 유래, 횡경막의 승강과 세차운동 등 많은 흥미로운 내용은 지면 관계상 풀어놓지 못했다. 영기와 위기의 이해는 한의학의 기본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경전에 대한 해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금까지 오랜 기간 오해됐던 안타까움이 있다. 이 기회에 2천년 넘게 한의학에서 소외된 위기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정우/ 동의형상의학 반룡수진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