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대체의학 용어 쓰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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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대체의학 용어 쓰지 말아야”
  • 승인 2010.06.0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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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일 기자

백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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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한의학정책포럼 토론회
“보완대체의학 용어 쓰지 말아야”
용어 문제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 표출

제1회 한의학정책포럼 토론회 

10년 전만 해도 한의계에서 보완대체의학이란 용어는 생소했다. 이른바 보완대체의학이 한의학 영역인데 굳이 연구가 필요할까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반면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보완대체의학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고, 국내 양의계도 보완대체의학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다.

한의계는 이런 현실에 위기감을 느끼고 대처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5월28일 한의사협회 세미나실에서 ‘2010 제1회 한의약정책포럼’을 열었다. 한의학정책연구원이 개최한 이번 포럼의 주제는 ‘보완대체의학 어떻게 볼 것인가’였다. 용어 인식의 문제를 비롯해 교과과정 개설, 교육기관 설립, 제도적 방안, 인력풀 마련 등에 대해 논의가 펼쳐졌다.

포럼은 박용신 대한한의사협회 기획이사가 이끌었다. 박 이사는 토론에 앞서 “2004년에 창립한 대한보완통합학회가 2007년부터 인정의를 배출하고 있으며 전공의 수련교육에 보완대체의학을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은 보완대체의학을 의료계 제도권으로 끌어안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보완대체의학을 논의하는 양의계의 대표적인 단체로는 한국통합의학학회, 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 등이 있으며 2010년 현재 31개 의과대학에서 보완대체의학 관련 과목을 개설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완대체의학 적극 흡수 의견 수렴
한의계 입장 공식화 차후논의 진행


이평수 수석연구원.
한의약 정책포럼은 임병묵 부산대 한의전 교수의 발제(박스기사 참조)에 이어 한의학적 입장에서 보완대체의학을 어떻게 보고, 이름을 부를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다. 백은경 해마한의원 원장은 “한의보완대체의학이란 이름으로 보완대체의학들을 흡수해야 한다”며 “양방보다 한발 늦었지만 양방의 실수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후발주자로서 이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백 원장은 이어 “우리와 가까운 부분들을 흡수하고 차후 보완대체의학에 대해 처방권을 주장할 때 근거 자료를 제시하면 된다”며 “용어를 마구 생산해 내는 것이 불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임병묵 교수는 이에 대해 “한의보완대체의학이라는 말은 한의학과 유사한 보완대체의학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의미가 명확치 않다”고 반론을 폈다. 이평수 한의학정책연구원 수석연구원도 “보완대체의학이란 용어를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외국에선 한의학이 보완대체의학”이라며 “영국 독일 등은 안정성 유효성을 따지지 보완이냐 대체냐를 따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평수 위원은 또한 “양방은 통합의학이라는 이름으로 한의학 등 모든 영역을 끌어가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며 “한의계 입장에서 보면 양방의 방사선과 등 진단영역을 보완의학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왕용 왕자한의원 원장은 “한의계 입장에서 보면 한의학은 정통의학이므로 이를 보완할 수 있지만 대체할 의학이 있을 수는 없다”며 “양방도 마찬가지겠지만 한의협회도 보완통합의학이나 통합의학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호 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이에 대해 “통합이란 용어는 의료 일원화와 겹쳐 사용에 주의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용어 문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지만 대체적으로 보완의학과 대체의학은 구분해야 하며 대체라는 용어는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었다. 한의계를 중심으로 보완의학을 흡수해야 한다는 점에도 의견이 모아졌다.

이밖에 포럼 참가자들은 보완대체의학 관련 임상의를 발굴해 인력풀을 조성하고 조사사업 등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보완대체의학을 교과과정에 수용할 것을 학교 측에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입장을 모았다. 그러나 한의계 입장을 공식화하는 부분에 대해선 한의계 연구와 근거를 마련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차후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백상일 기자

<박스기사>- 발제 내용 요약

통합의료 전문인 역할 지향
보완의학 관련 교과서 진료지침 등 개발 시급

임병묵 교수.
한의학은 보완대체의학이 아니라 한국의 주류 의료체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학회와 협회를 중심으로 보완대체의학 관련 교육과정, 교과서, 진료지침서 등을 개발하고 통합의료 전문인으로서 역할 강화를 지향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의계가 보완대체의학에 대해 먼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의계는 장기적으로 다양한 요법이 공식화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보완대체요법 자격인력에 대한 처방권 확보에도 중점을 둬야 한다. 외부자격 인력에 대한 한의사의 처방권 확보 여부가 한의사 역량을 좌우할 요인이기 때문이다.

양의계는 자신들이 보완대체의학을 주도하기 위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의계도 보완대체의학 관련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양의계는 보완대체의학에서 보완통합의학으로 인식을 발전시켜 의과대학 인증평가 항목에도 ‘보완통합의학교육’을 포함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대응방안으로는 한의학과 보완대체의학을 구분하거나 한의학과 유사성을 강조해 한의학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두 가지 대응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는 앞으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

정리= 백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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